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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희 Dec 01. 2022

2022년의 마지막 비

2022년의 정리 그리고 다가올 2023년의 준비

연말이라 몰아치는 업무 때문인지,

갑자기 쌀쌀해날씨에 정신이 없던 탓인지,

온통 축구소식으로 가득 찬 뉴스 때문인지

평소와 다르게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못한 채

회사로 출근을 한 날이었다.


열심히 업무를 하던 중 뒤늦게 알게 된 '워라밸 데이'

우리 회사는 매 달 마지막  수요일에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는 취지로

원래 퇴근시간보다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워라밸 데이가 있다.


뒤늦게 알게 된 만큼 기쁨은 두 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방을 챙겨 나서려는데

웬걸 밖에서 비가 오고 있었다.

다행히 사무실에 챙겨두었던 우산이 있어

집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나는

집 앞에 도착했지만 지금 내리는 비가

올해의 마지막 비일 수 있다 생각되어

아쉬움에 쉽게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내리는 비를 구경하며

동네를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동네를 돌면서 올려다본 내 우산에는

2022년의 마지막 빗방울이 맺혀있었고

빗방울은 나의 2022년의 기억을 머금고 있었다.

우산 위 물방울이 머금은 나의 2022년의 기억들


나의 2022년의 초

누구보다 코로나 방역수칙을 잘 지키려 노력하고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비판하며

그렇게 자신하던 나였지만.

결국에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아내와 함께 오미크론 증상인 목 통증으로

고통하며 비판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창피한 때를 보냈던 연초였다.


나의 2022년의 봄

따뜻했던 봄의 한 때,

평온했던 나의 삶에 갑작스레 주어진 첫 이사 미션.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남편으로

이 은행, 저 은행,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양손에 뭔지도 모르는 서류들을 잔뜩 들고 뛰어다녔던

걱정과 불안감이 가득한 내 얼굴이 보인다.

집 꾸미는 것은 아내에게 맡기고

군소리 안 하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봄이었다.


나의 2022년의 여름

매일매일이 수영장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이

유난히도 덥고 습했던 여름이었다.

아내와 여름휴가를 떠나

잘 알아보지 않고 덜컥 펜션을 예약해

생각보다 많은 카드값에 허덕였지만

아내가 너무 만족해 뿌듯했던 여름이었다.


나의 2022년의 가을

코로나의 영향으로 갈 수 없었던 해외 출장을 가게 되었다.

3년 만에 찾은 빈민촌 및 취약지역 촬영으로

국내에서 편하게 있었던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NGO단체 영상제작 PD로서의 위치를 다시 생각하고

나태했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가을이었다.


2022년의 정리, 2023년의 준비

2022년의 겨울의 시작을 알리듯

내리는 마지막 비.


내년에 또다시 올 것을 알지만

알면서도 그립고,

알면서도 아쉽고,

알면서도 서운한 비.


2022년 마지막 비와 함께

씻고 싶은 기억과 실수한 행동들

깨끗이 씻어내 버리고,

2023년 새롭게 이야기를 쓰기 위해

새하얗게 찾아올 비를 닮은 눈과 함께

새하얗게 마음을 비워내야겠다.


비와 함께 씻겨 내려간 나의 좋지 않은 2022년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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