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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May 02. 2021

푹 꺼진 자존감에 보톡스 놔주는 영화

<영화> 퀸카가 아니어도 좋아 & I feel pretty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대만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 여자들이 제일 열심히 다이어트하는 것 같아 ”


 헬스장에 가면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한국 여자들이었다. 건강에 무리가 있을 만큼 뚱뚱하지도 않은 여성들이 기를 쓰며 살을 빼는 모습에 친구는 기가 막혀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한국 여성들에게 자신의 외모에 대해 물어보면 종종 낮게 평가를 내리곤 한다. “살 더 빼야 해요. 여기 성형하고 싶어요.” 등등. 계속해서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한다. 충분히 매력이 있고 아름다운데도 연예인 같은 여자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장점보다 단점에 집중한다. 그런 여성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두 영화가 있다. “퀸카가 아니어도 좋아”,“I feel pretty"이다.


먼저 “퀸카가 아니어도 좋아”에서 나온 주인공 비앙카는 통통하고 똑똑한 학생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릴 적 소꿉친구 섹시하고 예쁜 퀸카 친구 제스, 케이시가 있다.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살아온 비앙카는 어느 날 파티에서 소꿉친구 웨슬리에게 자신이 “더프”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자신이 예쁘고 인기 많은 친구들을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 친구라는 사실을 부정하지만 점점 현실을 깨닫게 된다. 어디에서도 존재감이 있는 두 친구에 비해 그녀는 “예쁜 친구들을 돋보여주는 친구”로 존재했다. 이에 두 친구에게 절교 선언을 하고 “더프”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기 시작한다. 여자를 좀 많이 만나본 웨슬리에게 도움을 청하여 본격적으로 “더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이와 반면 “I FEEL PRETTY” 주인공 르네는 처음부터 자신이 통통한지 알고 있었다. 뛰어난 패션센스와 매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의 외모 때문에 항상 모든 일에 자신이 없다.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던 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머리를 다치게 된다. 잠시 기절했다가 눈을 뜬 르네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연예인만큼 아름다워졌다고 착각에 빠진다. 이로 인해 그녀의 삶이 변하기 시작한다. 당당해진 그녀는 늘 꿈꿔왔던 코스메틱 회사 “릴리 클레어”에 지원하고, 세탁 방에서 만난 낯선 남자와 연애를 시작하고, 회사에서 업무 실력을 인정받아 대표 가족들과 해외 출장을 가게 된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호텔 샤워부스에서 머리를 다치고 현재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지금까지 예쁜 얼굴로 얻게 된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며 그 자리에서 도망간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 어떻게 됐을까? 아름다워진 비앙카는 “더프”에서 탈출하고 자신감이 없어진 르네는 모든 것을 잃었을까? 결론적으로 두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단, 어떤 외형 변화도 없이 자신의 모습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자신을 더프라고 비하하는 퀸카 동창에게 비앙카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난 누군가의 더프 야. 그러는 너도 마찬가지야. 모두가 누군가의 더프지. 세상엔 자기보다 예쁘거나 재능이 있거나 부자인 애가 있을 테지만 그거에 좌우돼서는 안 돼. 난 내가 좋아 "


르네 역시 회사 신제품 론칭 행사 무대에서 이렇게 연설한다.

"우리가 소녀였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던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회의 울타리에 갇혀 나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죠. 누군가 우리의 외모를 지적했을 때 우리가 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리는 그것보다 나은 사람이라고요. 왜냐하면 나는 그냥 나니깐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 두 편만으로 모든 여성들이 당장 자신의 고유의 아름다움을 찾기란 어렵다. 어렵도록 사회는 강요하고 있다. 날씬하고 예쁜 여성 게스트를 선호하는 각종 예능 프로, 뚱뚱하고 못생긴 여성은 개그 소재가 되는 코미디 프로, 잠깐 날씨를 설명해주는 기상캐스터마저도 연예인 같은 여성들을 캐스팅하는 방송국, “미시족”이라는 사회 트렌드를 만들어 애기 엄마마저 젊은 여성과 같은 외모 관리를 요구하는 사회, 이력서 사진으로 지원자를 검열하는 회사 등 미디어에서,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획일화된 여성상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그럼에도 이런 영화들은 의미가 있다. 생각의 브레이크를 걸어주기 때문이다. 경주마처럼 하나의 목표만 보고 달리던 자신을 멈추고 생각할 여유를 준다. 과연 내가 추구해온 아름다움이 정말 내 생각일까? 내가 무엇을 위해 다이어트, 성형을 해야 하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의 여지를 준다. 견고한 사회에서 지금 당장 “나는 어떤 모습이든 내가 좋아!"를 외치기 어렵지만 잠시 생각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영화. “I feel pretty”, “퀸카가 아니어도 좋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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