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고 잔다는 것이 그냥 들어가 몸을 눕혔다. 아침에 아이와 함께 일어났다. 그리고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까지는 아이에게 등을 보일 수 없다. 순간의 찰나 아이는 다칠 수 있다. 그러므로 가득 쌓여있는 싱크대의 설거지더미는 잠시 미룬다. 고맙게도 아이가 10시에 낮잠을 잔다. 조심히 눕히고 조심히 안방을 나온다. 최대한 조용하게 아이의 책과 장난감 등을 정리하고 부엌으로 간다.
‘아, 설거지하면 깰 것 같은데…’ 설거지하는 소리가 생각보다 시끄럽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 알았다. 그러므로 가득 쌓여있는 싱크대의 설거지더미는 또 잠시 미룬다.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어 컵에 넣고, 커피를 내린다. 설거지하는 소리는 시끄럽다고 느껴지지만 커피머신의 소리는 백색소음이라고 느껴진다. 그렇게 부엌을 빠져나와 거실을 지나 나의 공간으로 들어온다.
빈속에 커피를 마시며 글을 읽는다. 일주일에 읽어야 할 글 두 편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글을 읽고, 글의 내용을 생각하고, 나의 생각을 다시 글로 표현하고, 그 글을 읽는다. 설거지는 소음을 발생하지만 글을 읽고 쓰는 것에는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조용히 숨만 쉬며 하기에 좋다.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끊긴다. 아이가 운다. 노트북을 끈다. 안방으로 달려간다. 우는 아이를 안고 거실로 나온다. 아이의 간식을 챙긴다. 싱크대 속 그릇들이 눈에 밟힌다. ‘설거지보다는 아이가 먼저니까…’ 생각하고 눈을 질끔 감는다. 그렇게 또 아이 점심을 챙기고 아이와 놀다보면 네 시. 저녁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쌀을 불린다. 설거지는 차곡차곡 쌓인다.
남편이 퇴근을 하고 오면 씻고 아이 목욕을 시킨다. 아이 목욕시간은 나에게 저녁을 준비할 시간. 밥을 안친다. 어제부터 밀려있던 설거지를 한다. 10분. 무를 썰어서 소고기뭇국을 끊인다. 뭇국은 아이도 먹을 수 있고, 우리도 먹을 수 있어서 좋은 국이 된다. 10분. 아이반찬으로 시금치무침과 콩나물무침을 해서 덜어내고 거기에 조금 간을 더하면 우리의 반찬이 된다. 5분. 남편이 좋아하는 소세지야채볶음을 하나 더 한다. 올리고당을 넣고 졸이고 있으면 욕실에서 외친다. 5분.
“아들, 나가요.”
아이수건을 들고 가서 안고 나온다. 로션을 듬뿍 발라주고, 기저귀를 채우고, 내복을 입혀준다. 반질반질 어여쁜 아이는 씽긋 웃으며 장난감을 만지고, 꼬질꼬질한 나는 씽긋 웃으며 부엌에 가서 인덕션을 끈다. 반질반질 씻은 남편은 욕실 뒷정리를 하고 나온다. 꼬질꼬질한 나는 식탁에 밥을 차린다. 셋이 앉아 밥을 먹는다. 내가 아이 밥을 먹이며 먹다가 남편이 급하게 밥을 먹고 바통터치를 하면 나는 그제야 제대로 밥을 먹는다. 그렇게 셋의 식사가 끝나면 남편은 아이의 손, 입을 씻기고 양치를 도와주고 거실에서 논다. 나는 식탁 정리를 하고 나면 1시간 전 설거지를 한 만큼 설거지가 쌓인다.
‘아, 10분만 쉬었다 해야지.’
아이가 잔다. 그제야 설거지가 눈에 들어온다. ‘아, 설거지하면 깰 것 같은데…’ 쌓인 그릇들을 뒤로하고 꼬질꼬질한 내 몸을 설거지하러 욕실로 들어간다. 욕실문은 닫으면 조용하니까. 내 몸을 씻으며 생각한다.
‘아, 이래서 다들 식기세척기를 사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