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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an 26. 2022

아저씨

    아무 불빛도 없는 거리를 캐리어를 끌고 걷다가 따스한 불빛에 이끌려 들어갔다. 추운 몸을 좀 녹이고 눈물도 닦아야 했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울면서 들어오니 아저씨가 조금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굿 이브닝”이라며 싱긋 웃었다. 그 미소에 또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하여 오빠는 커피와 그 외 간단한 메뉴를 시키고 돌아왔다. 아저씨는 우리가 싸운 건가 눈치를 보다가 오빠가 내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하는 걸 보고 싸운 건 아니겠구나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키친에서는 달그락달그락 소리와 고소한 버터 냄새에 향이 진한 커피 냄새가 어우러져 식욕을 돋았다. 아저씨는 더 열심히 음식을 만드는 듯하였다. 나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노력하는 소리로 들렸다. 커피만 먹겠다던 나는 음식을 남김없이 먹었다. 역시 키친에서 나는 소리가 맛있더니, 음식은 입맛에 딱 맞았다.

 그날 우리는 따뜻한 아프리카 대륙 옆 섬에서 4일의 휴양을 즐기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 런던으로 왔다. 어둑해진 공기와 얇은 옷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입은 덜덜 떨렸다.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집주인은 연락이 되지 않았고, 우리는 그 집 앞에서 비밀번호를 기다리며 부르르 떨고, 받지도 않는 주인에게 계속 전화를 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길거리에서 노숙하게 생겼다며 다른 호텔을 잡으려고 하다 오빠가 차라리 저녁을 먹으며 기다려보자고 해서 집 앞 골목을 따라 걷다 나온 첫 번째 음식집이었다. 아저씨와 만남은 그 이후로 3일 더 이어졌다. 매일 아침 우리는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는 풍채에서는 런던 아저씨의 느낌이 났고, 음식을 가져다주는 손에서는 동네 아저씨의 투박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앞치마에 베긴 베이컨 냄새와 빵 냄새는 아저씨의 시그니처 향수였다.

 “어제와 똑같은 거로 줄까?”

 “No! I want to eat something else.”

 여기 있는 메뉴는 다 섭렵하고 가려는 심산이었다. 매일 다른 메뉴를 먹었고, 역시 아저씨의 음식은 맛있었다. “The most delicious breakfast.”는 말에 아저씨는 오렌지주스로 마음을 주시고, 여행 왔냐는 말에 “honeymoon”이라고 답하니 아저씨는 “굿굿”을 외치시며 잘 어울린다고 하셨다. 어디서 왔냐는 말에 “south of Korea”라고 답하니 “손흥민?”이라며 또 “굿굿”을 외치셨다. 손흥민 이후로 아저씨는 오렌지주스의 양이 느는 것 보니 아마 토트넘 팬이 아닌가 합리적 의심을 하였다.

 마지막 날, 우리는 “take a picture together.”라고 마음을 표현했고, 아저씨는 또 “굿굿”을 외쳤다. 다음에 아주 나중에 아이와 함께 오겠다고 하니 아저씨는 또 “good good”을 외쳤다. 아저씨의 마음은 good이었고, 아저씨의 음식도 good이었다. 그나저나 언제 런던을 가서 아저씨 음식을 또 먹어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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