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비 온다!>
새벽부터 비가 계속 내린다. 어제 새벽에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데 밖에서 빗소리가 추적추적 들렸다. 그 소리에 마냥 센치해졌다. 잠시, 내일 육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잠시 잊을 정도로...
그렇게 센치한 기분을 안고 잠이 들었고, 아침에도 역시 비가 내렸다. 지금은 어느 정도 비가 그쳐서 집 베란다에서 보이는 앞산에 스멀스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짙은 녹색 사이로 하얀 물안개가 너무 깨끗하게 보인다. 산의 녹색도 청명한 녹색을 띠니 더욱이 세상이 밝아진 느낌이다.
어릴 적, 비가 오면 그렇게 비 맞는 걸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는 장맛비가 우두둑 쏟아지면 친구들과 그렇게 비를 맞으며 놀았다. 교복이 젖고, 실내화가 젖어 선생님이 실내화 벗고 교실로 들어오라는 그 꾸중도 그냥 즐거웠다. 지금은... 맞으라고 해도 못 맞을 것 같다. 그렇게 놀라고 해도 못 놀 것 같다. 지금은 감기 걱정이 먼저 든다.
'괜히 비 맞았다가 감기 걸리면 어쩌지?' 나이를 먹었나 보다.
예전에는 비 맞는 걸 좋아했다면 지금은 비 오는 밖을 바라보는 게 좋다. 그냥 빗방울 소리도 좋고, 그 소리에 책장 넘기는 소리도 좋다. 거기에 따뜻한 커피까지 더해지면... 너무 좋다. 그 삼박자가 맞아떨어진다. 이 순간 나는 고요히 나의 세상으로 빠져든다. 그러다 문득, 깨어난다.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야호, 비 온다!
피터 스피어 지음 / 비룡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