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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Dec 12. 2022

안부를 전합니다

안부

 육퇴를 하고 가만히 식탁의자에 앉아서 오늘 하루를 곱씹어 본다. 오늘 아이에게 나쁜 말(?)을 하지는 않았는지, 아이의 행동에 새로운 건 없었는지, 아이가 무얼 잘했는지... 그리고 나를 생각한다.


 오늘 나는 어땠는지, 나는 즐거웠는지, 아이에게 상처받지는 않았는지... 나에게 안부를 전한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아직 말을 온전히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도 상처받을 때가 더러 있다. 그냥, 아이가 짜증이 나서 나의 머리를 때리는 행동에도 내가 혹시 아이 앞에서 이렇게 표현한 적은 없는지 덜컥 겁이 난다. 그리고 이내 그런 표현을 하는 아이에게 상처받는다. 아이의 무심한 행동에서 엄마는 좌절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희열을 느낀 순간보다 상처받은 순간이 더 오래간다.


 아이가 오늘, '삼촌'이라는 말을 처음 하였다. 삼촌이 키가 크고 (180cm가 넘는다), 몸집이 크다 보니 (몸무게가 100kg이 넘는다) 아이가 삼촌을 보고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삼촌'이라고 말도 하고, 삼촌 손을 잡고 놀이터에서 놀기도 하였다. 아이가 이제 삼촌이 좋은가보다.


 아이의 삼촌, 즉 나의 남동생은 나의 베프이다. 가끔 육아에 지쳐 심심할 때쯤 커피를 사 들고 오기도 하고, 밥이나 먹자며 점심시간 맞춰 와서 수다를 떨다가 간다. 남자아이치고는 말이 많아서 나는 좋다. 그런 내 마음을 가끔 알아주는 이가 나타나면 되레 숨이 쉬어진다. 가끔 나를 찾아주는 이가 나타나면 내가 살아있음을 조금 느낀다.


 이 책은 내가 가끔 새벽에 혼자 앉아서 읽는다. 그냥, 읽으면 조금 눈물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책을 덮을 때쯤이면 무언가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는 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나는 말이야...', '나 엊그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참 내 말하기를 좋아한다. 사람을 좋아해서 더욱 그런 듯하다. 


 같이 걷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군가와 발을 맞추어 걷고, 심심하지 않게 말동무가 되어주어야 한다. 코끼리에게 다가온 생쥐,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좀 쉬려고." 외로움 마음은 어쩌면 내가 외롭다는 것을 그 외로운 순간을 그냥 묵묵히 지켜봐 주고 옆에서 같이 숨을 쉬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 책을 가끔 새벽에 누군가가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가끔 외로움 마음을 책으로 어루만짐 당했으면 좋겠다.



2022.07.13. 기록을 다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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