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을 천천히 업데이트하는 방법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다짐을 하고, 목표를 세운다.
운동을 하겠다.
책을 읽겠다.
술을 줄이겠다.
일찍 자겠다.
다짐은 늘 멋지고, 문장은 늘 단단하다.
그리고 대부분은 작심삼일로 끝난다.
그게 꼭 의지가 약해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새해의 다짐이란 원래
현실보다 조금 과장된 문장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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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엔 새해의 다짐이나 목표 같은 것을
세워본 적이 없었다.
나에겐 그냥 또 다른, 흘러가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작심삼일이란 말이 와닿지가 않았다.
어차피 목표를 세워봐야 지키지도 못하는데
왜 계획이란 것을 세워서
스스로를 나무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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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지금은 좀 유명해진 문장을 만났다.
“작심삼일이 3일에 한번 갱신되면 꾸준함이 된다 “
그 뒤로 나도 ‘꾸준함’이라는 단어가 탐이 났다.
나를 표현하는 형용사로 가져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도 목표라는 것을 세우게 되었고
작심삼일도 겪어 보게 되었다.
수차례의 작심삼일이 계속되고 나서야
저 문장의 진정한 뜻을 깨달았다.
삼일이나 했다는 사실.
생각해 보면, 삼 일도 쉽지 않다.
삼일 동안은 분명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려고 했던 것이다.
작심삼일은 실패가 아니라
‘시작을 해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흔적이다.
그러니 작심삼일은
끝이 아니라 데이터에 가깝다.
‘이 방식은 오래 못 가는구나.’
‘이 시간대는 힘들구나.’
‘이 정도 강도는 무리구나.’
내가 나에게서 얻는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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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다짐이 자주 무너지는 이유는
대부분 다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의 나는
늘 가장 멋진 버전의 나를 상상한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고,
출근 전에 책을 읽고,
퇴근 후에는 운동하고 영어 공부 하고,
밤에는 일기를 쓰는 사람.
그런데 현실의 나는
여전히 피곤하다.
이불 밖은 여전히 위험하고,
지하철은 여전히 복잡하고,
일은 여전히 많다.
그러니 무너지는 게 자연스럽다.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설계가 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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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다짐을 세울 때
다짐을 목표로 두지 않기로 했다.
다짐은 감정이 만드는 문장이다.
하지만 습관은 구조가 만든다.
감정은 쉽게 꺼지지만
구조는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
‘매일 운동’이 아니라
‘헬스장 문 열기‘
‘매일 독서’가 아니라
‘책을 펼치기.’
‘일찍 일어나기’가 아니라
‘새벽 5시에 침대에 걸터앉기‘ 같이 말이다.
큰 다짐은
작은 장치로 내려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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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떠오른 문장이 하나 있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는 목표에 이를지도 모르는 단계를 밟는 것으로는 언제나 실패한다.
모든 단계가 그 자체로 목표인 동시에 목표로 이르는 단계여야 한다.”
나는 이 말이 새해 다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라는 목표만 바라보면
오늘의 한 걸음이 초라해지고,
그 초라함으로 인해 쉽게 포기가 된다.
반대로 오늘의 단계가
그 자체로 하나의 목표가 되면
그날은 실패하지 않는다.
오늘 운동을 ‘완벽하게’ 한 게 아니라
헬스장 문을 열었던 날.
오늘 책을 ‘많이’ 읽은 게 아니라
한 페이지라도 넘긴 날.
그 정도면
그날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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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은 끝이 아니다.
삼 일이면
충분히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시작했다는 사실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도 결국
완벽한 내가 되는 해가 아니라,
조금 더 나아진 내가 되는 해일 것이다.
오늘은 잠시, 천천히.
새해도 그렇게 시작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