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었다. 빨리 읽어야겠다는 마음과 달리 며칠을 미뤘고 하루를 더 책과 책들 사이에 끼어 뒀다. 글을 계속 써 내려감에 필요한 요소를 생각하느라 몇 날의 밤 동안에 골머리를 앓던 탓이다.
과연 어떤 작품이 선정될까, 작가들의 이력이 적힌 책날개를 봤다. 다들 여기저기에서 상을 받았구나. 이래야만 출간 작가가 될 수 있는 걸까.
첫 번째로 실린 단편은 대상을 받은 것이었다. 나는 문장을 꾹꾹 눌러 읽었다. 그리고 거의 다 읽을 때쯤 페이지를 넘기자, 종이의 오른쪽 아래 귀퉁이가 대각선으로 접힌 흔적이 있었다.
‘누가 이렇게 책을 구겨서 봤대.’ 기분이 언짢았다. 더군다나 다음 장을 넘기니 같은 부분이 더욱 심하게 접혀 있었다.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 또는 여기까지 읽었다고 표시하려고 모서리를 살짝 접은 것도 아니고, 한 방향으로만 접은 것도 아닌 지그재그로 접혀 몇 개의 글자가 물린 차림이었다.
아니, 이걸 어쩐담.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미간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작은 콧바람으로 얼굴에 들어간 힘을 뺐다. 그와 동시에 종이의 접힌 부분을 펼쳤다.
그런데 세상에, 책의 종이가 비뚤게 잘려 출판되어 있었다.
하고 많은 책을 봤지만, 아직 보지 못한 책이 곱절은 더 많아서일까. 이런 모습의 책은 처음이었다. 종이의 단면이 비뚤게 잘려 나온 책. 이래서 책이 접혀 있었구나.
책의 단면보다 더욱 튀어나온 종이의 단면을 그냥 책장에 넣으면 분명 종이가 구겨지고 눌리다 찢어질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누가 접어놓았을지 상상하며 오래 바라보고 검지 손가락으로 슥슥 문질러 폈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접어놓으면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도서관 직원은 알고 있을까. 어쩌면 직원이 해놓은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불량으로 나온 책은 출판사에 연락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마 서점에서였다면 바로 처리가 되었을 건데. 도서관이라 해결이 어려워 그냥 책을 두었을까. 별별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결국 차라리 삐쭉 나온 걸 가위로 잘라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마지막에 떠올랐지만,
선뜻 반듯하게 자를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흔적이 남은 선을 따라 다시 접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글이 엉망이 된 작가는 이걸 보면 얼마나 속상해할지, 그 모습이 어렴풋 떠올랐다.
흔적이 희미해지도록 페이지를 다시 손가락으로 눌렀다. 조금 삐져나와도 이곳에 있는 동안 책을 눕혀 놓으면 되니까.
함께 있는 동안만이라도 문장이 온전히 숨 쉴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