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장
1. 중랑평생학습관 수업을 마치고 디카詩인들과 함께 금곡역 사진 전시를 보러 가야 했다.
사실 저녁엔 대학원 줌 수업이 예정돼 있어 컨디션이 걱정됐지만, 챙겨주고 싶은 오지랖이 슬그머니 발동했다. 점심은 ‘소소한 밥상’에서 카레 백반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신내역에서 전철을 탔다.
이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또 하루를 이렇게 흘려버리는 건 아닐까?’
후회가 들까 봐 마음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예상을 넘는 방식으로,
하나씩은 선물을 건넨다.
디카詩는 사진 한 장에 시적 문장을 얹는 詩놀이이자 치유 문학이다.
그 한 장의 사진이 얼마나 결정적인지, 새삼 깨달았다.
사진작가는 연꽃을 찍는 시간, 벌이 날아드는 찰나 등 비법을 아낌없이 알려주셨다.
맞다. 사진도 디카시도 ‘기다림의 법칙’을 따르는데, 삶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최선을 다하면 결국 계기는 온다.
그 계기를 알아보고 붙잡기 위해, 총기를 잃지 않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 오지랖 어린 배려를 그녀가 알아차렸을지는 모르지만, 괜찮다.
나는 그날, 꽤 멋진 사진의 비법을 선물처럼 받았으니.
그리고 저녁엔 아들 둘의 밥상을 차렸다. 아직도 34세, 30세인 두 아들의 식사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큰 기쁨이다. 집밥, 엄마 밥을 전할 수 있는 지금이 참 고맙다.
대학원 줌 수업은 밤 8시에 시작되어 11시 반까지 이어졌다. 시차도 맞지 않는 해외에서 졸린 눈
비비며 앉아 치열하게 문학을 써 내려가는 쌤들.
이 하루,
작은 기적들이 흘러든 시간
나는 그 안에서 다시, 피어난다
감사합니다.
2. 육회 비빔밥을 맛나게 먹어 준 두 아들이 항상 감사하다. 아버지 제사에서 남은 나물과 내가 만든 열무김치 위에 정육점에 육회 한 접시를 올려서 비볐다. 탄단지가 고르게 들어간 밥상. 피곤했지만
이 또한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행복과 감사
3. 남편과 6월 일본에 가야 하는데 우리가 가려는 일정과 패키지가 맞지 않아 몇 번을 예약하고 취소하고
(가는 사람이 없으면 자동 여행 취소라서) 다시 숨은 그림 찾기처럼 하다
결국 하루 앞당겨서 출발하기로, 안 되면 맞추면 된다. 어렵지만
그렇게 갈 수 있어 감사하다
4. 드디어 남편 코골이 검사에 들어갔다.
결혼 34년 동안 코골이로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따로 자보기도 했고, 나이 들어가는 남편이 측은해서 다시 킹 침대로 바꾸고 함께 자는데 곤욕이다. 표를 내면 남편이 또 못 자고
어렵게 코골이 검사를 했으니 좋은 치료를 찾아서 잠이 행복하기를,
검사한 남편이 감사하다.
5. 육회 작은 접시 얼른 엄마에게 갖다 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래윗집이 이리 좋다. 엄마가 지금처럼만 지금보다는 조금만 더 건강하게 사시다 멋있게 가시길, 반드시 그러실거다.
89세 우리 엄마 김희순 여사님 사랑합니다.
지금껏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하신 분들 위해
디카시 한 편 올려요^^
https://blog.naver.com/choalove0707/223857122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