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차) 경화의 감사일기 0525-아모르파티

감사일기장

by 초아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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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르파티, 퍼올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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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아모르파티, 지금

살아 있음은 축복이다

생각하고 고통받고 상처받는 일조차

살아 있다는 증거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그게 내 삶을 빛나게 할

그 어느 날을 조용히 다져가고 있는 중이다


➋ 우물 안의 나와 눈 마주치다

오늘 나는 나의 우물 하나를 껴안았다


그 안에서 꼼지락대는

작은 나를 보고

문득 부끄러웠다


분노도 슬픔도 얕은 내가

감당하지 못해

더 깊이 생각하자


대신 잠들 땐 생각을 끌어안지 말자

작은 실천, 작은 행동으로

퍼도 퍼도 깊이가 다른 우물 하나

오늘 또 조금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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➌ 장미축제 디카시, 사람들

산책로에 피어 있던 시들

바람처럼 스쳐가는 눈길도 있었고

구름처럼 머무는 시선도 있었다

어떤 이는 북박이처럼 오래도 서 있었다


누구의 시 앞에서 멈췄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 안의 시심 하나 꺼내 본 것

그것이면 족하다


오늘 철수하며 내 마음의 매듭도

조용히 잘라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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➍ 아들과 말의 유산

"엄마가 늘 하던 말 기억나?"

물었더니 아들이 말했다


“이것도 단련이야, 항상 즐겁게”


나는 부정적일지라도

아이들에겐 세상을 즐겁게 살아내라

말하고 있었구나


괜찮네, 경화


나는 엄마에게 늘 "참아라"는

말을 들었다

맏이니까, 엄마니까, 아내니까

참으라고

그 말은 격려가 아닌 굴레 같았다


하지만 이제 안다

참는다는 건,

다음을 기다리는 힘이었음을

다르지만, 닮아가는 말들로

오늘을 견디며

내일의 페이지를 펼쳐낸다


고맙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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➎ 남편은 오늘도 아프다

나는 마음이 아프다

서울살이 유학 온 촌놈의 외로움

그 우울이 병이 되어

환갑을 넘긴 지금 몸에 흐르고 있을까


클렌징도

선크림도 안 바르는 남편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


그래서 더 미워지고

그래서 더 안쓰럽다


힘에 부쳐, 귀찮아서,

어쩌면 지쳐서

그렇게 되었을거라는 짐작.


나는 F인데

엄마와 남편 앞에서는 늘 T였다

말은 날카롭고 감정은 눅진했다


이제는 아픈 사람과

병이 아닌 오늘을 살아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의 내일은

희망이었으면

행복이었으면

무엇보다, 건강이었으면

오늘도 무사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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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화의 엔딩


우물 하나를 품고

깊어진 하루

말 한 줄 퍼올리며

나는 내 안의 바닥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된다

참았던 말이 물이 되고

말라버린 마음마저

숨결을 배운다

오늘도

우물 하나

다시 채워두고 간다




-경화의 디카시와 함께 걷는 풍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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