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장
― 아모르파티, 퍼올리는 중입니다
➊ 아모르파티, 지금
살아 있음은 축복이다
생각하고 고통받고 상처받는 일조차
살아 있다는 증거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그게 내 삶을 빛나게 할
그 어느 날을 조용히 다져가고 있는 중이다
➋ 우물 안의 나와 눈 마주치다
오늘 나는 나의 우물 하나를 껴안았다
그 안에서 꼼지락대는
작은 나를 보고
문득 부끄러웠다
분노도 슬픔도 얕은 내가
감당하지 못해
더 깊이 생각하자
대신 잠들 땐 생각을 끌어안지 말자
작은 실천, 작은 행동으로
퍼도 퍼도 깊이가 다른 우물 하나
오늘 또 조금 깊어졌다
➌ 장미축제 디카시, 사람들
산책로에 피어 있던 시들
바람처럼 스쳐가는 눈길도 있었고
구름처럼 머무는 시선도 있었다
어떤 이는 북박이처럼 오래도 서 있었다
누구의 시 앞에서 멈췄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 안의 시심 하나 꺼내 본 것
그것이면 족하다
오늘 철수하며 내 마음의 매듭도
조용히 잘라내고 왔다
➍ 아들과 말의 유산
"엄마가 늘 하던 말 기억나?"
물었더니 아들이 말했다
“이것도 단련이야, 항상 즐겁게”
나는 부정적일지라도
아이들에겐 세상을 즐겁게 살아내라
말하고 있었구나
괜찮네, 경화
나는 엄마에게 늘 "참아라"는
말을 들었다
맏이니까, 엄마니까, 아내니까
참으라고
그 말은 격려가 아닌 굴레 같았다
하지만 이제 안다
참는다는 건,
다음을 기다리는 힘이었음을
다르지만, 닮아가는 말들로
오늘을 견디며
내일의 페이지를 펼쳐낸다
고맙다, 아들아
➎ 남편은 오늘도 아프다
나는 마음이 아프다
서울살이 유학 온 촌놈의 외로움
그 우울이 병이 되어
환갑을 넘긴 지금 몸에 흐르고 있을까
클렌징도
선크림도 안 바르는 남편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
그래서 더 미워지고
그래서 더 안쓰럽다
힘에 부쳐, 귀찮아서,
어쩌면 지쳐서
그렇게 되었을거라는 짐작.
나는 F인데
엄마와 남편 앞에서는 늘 T였다
말은 날카롭고 감정은 눅진했다
이제는 아픈 사람과
병이 아닌 오늘을 살아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의 내일은
희망이었으면
행복이었으면
무엇보다, 건강이었으면
오늘도 무사히
감사합니다
경화의 엔딩
깊어진 하루
말 한 줄 퍼올리며
나는 내 안의 바닥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된다
참았던 말이 물이 되고
말라버린 마음마저
숨결을 배운다
오늘도
우물 하나
다시 채워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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