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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우크라이나

210319

by 조문희


대만 여행 첫날, 타이베이 시먼딩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봤다. 하늘색이 위, 노란색이 아래를 채운 이색기. 생뚱맞다고 생각하며 다가가 보니 세로로 긴 깃발도 하나 걸려 있었다. 우크라이나 국기 안에 타이완 지도가 흰색으로 그려진 깃발이었다. 깃발의 위, 아래는 한자와 영어가 채웠다 "민주자유 세계연합", "대만자결 독립건국".

어디까지나 휴가를 즐기러 온 몸이지만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자신이 사는 나라가 부자유하다는 감각은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생각할 리 없고, 유달리 예민한 이도 늘 비참하거나 초라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다만 생각이 다른 이와 마주할 때 토라지거나, 기쁜 와중에 문득 헛헛한 일 많지 않을까 짐작해 보는 것이다. 동료 시민에게 마음 상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 내게도 없지 않으나, 한 겹의 불안이 더해진 삶까지 나는 알지 못한다.

모르니 빌 수밖에. 다들 행복하기를, 적어도 덜 불행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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