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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문희 Mar 29. 2023

못읽어서 못쉰다

230329

  오랜만에 틈 있는 하루를 보냈다. INTP라는 천형을 타고난 주제에 잘도 캘린더를 꽉꽉 채우며 산다. 휴가를 다녀온 다음날 바로 출근을 했고 쉴 시간 없이 뭔가를 했다. 무려 칼럼 마감까지. 분에 윗입술에 오도도 포진이 생겼다. 면역이 떨어졌나.

  채우는 것 없이 소진하다가 파스스 부숴질듯해 여유시간을 냈는데 그새를 못참고 헬스장에 갔다. 엔 책을 읽으며 쉴테다, 다짐했지만 안됐다. 카페라도 가면 낫지 싶어 밖으로 나갔는데 문닫은 곳이 많았다. 터덜터덜 집에 돌아와 책을 딱 한페이지 읽었다. 그리고 손에 잡은 게 <배가본드>.

  시간이 나도 못읽는 몸이 된 것일까 두렵다. 뭐든 읽거나 봐야 쉬는 기분인데, 못쉬고 어떻게 일을 하나. 남들이 들으면 웃겠지. 하지만 진짜다. 내게 번아웃은 무독 이후의 증상이다.

  그나저나 배가본드, 열번쯤 읽고 나면 나도 칼 좀 쓰게 되려나. 잔인하게 낭만적인 책인데 어째 마음이 뭉근히 따뜻하다. 예전에도 좋아했지만 지금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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