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달콤한 인생> 속 문장으로 시작하는 서두에 홀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샀다. 평생 이어령 글에 매료된 적 없으나, 주변에서 하도 좋다는 말로 호들갑이라 배기지 못했다. 대체 무엇이 그리 특별한가.
책을 사기 전 읽은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시리즈 속 이어령 인터뷰 기사는 재밌었다. 괜찮은 문장가라 여겼고, 다른 기사를 여럿 겹쳐본 결과 인터뷰 구성도 잘하는 이 같았다. 인터뷰이를 향한 칭송이 조금 유별나고 행간에서 자의식이 꽤 묻어나온다 싶었지만 일가를 이룬 이 고유의 특성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판단을 바꿨다. 이렇게 쓸 능력이 내게 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쓸 의향이 없다. 추켜세우는 것도 정도껏이지, 문장으로 신상을 세울 셈인가. 인용된 이어령의 말은 이따금 머리를 치는 데가 있어 몇몇 페이지를 접어뒀지만 그 뒤에 붙는 김지수의 문장은 영 견디기 어려웠다.
드라이한 글이 유일한 답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다만 우호적인 서술로 인터뷰이를 두르면서도 한계를 엿보게 만들 수 있고, 날카롭게 베는 와중에도 피와 살의 형상을 올곧게 비출 수 있다. 오히려 그것이 한 인간을 진정 애정하는 방법이라 여긴다.날선 비판 하나 없이 글을 쓴대도 마찬가지다. 업적과 태도, 뭐든 높이 살 수 있지민 존재 자체를 우상으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다들 이 책이 좋다고 하는 걸 보면, 내 취향이 유난스러운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야밤에 고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