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오늘내일

221216

  최근 학준이 브런치 글 여럿을 쌓아뒀다는 이상한 첩보를 접했다. '오늘 뭐 봤어'는 오늘 본 콘텐츠를 간단히 정리하는 코너인데, 학준은 내일 올릴 글을 미리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모레, 내친 김에 글피 몫까지. 코너명을 '내일 뭐 봤어'로 바꿔야 하나. 이쯤되면 기록이란 행위가 기록의 이유를 흔드는 꼴이다. 형, 왜 그러는 건데...?

  학준의 답은 '매일 글을 쓰지 못해서'였다. 써둔 글은 '세이브 원고'란다. 세이브는 머리에 하고 글은 그날 본 것으로 쓰라는 말인데 못 알아들은 척 한다.

  실은 그가 연달아 글쓰는 이유를 알고 있다. 얼마 전 작성한 글에서 학준은 "최근엔 글쓰기가 정말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그 전엔 "글이 잘 안써진다"고 말했다. 잘 쓰고 싶은데, 잘 써지지 않아서 무서웠던 것이다. 최대한 잘 해내고 싶은 것, 학준이 글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내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다.

  오늘 보는 책, 영화가 따로 있나 싶다. 언젠가 읽은 놈을 또 꺼내보고, 내일은 볼 거라 다짐하며 서문을 슬며시 들춰본 뒤 잠든다. 발췌독한 뒤 읽었다는 착각에 사는가 하면 섭렵한 뒤 통째로 잊기도 한다. 내가 쓰지 않은 글을 누군가의 책에서 보고, 읽지 않은 텍스트에서 인생의 문장을 만난다.

  학준이 써둔 글을 하나씩 다시 읽으며 생각한다. 기억과 기록과 예감은 어쩌면 그리 다르지 않은 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