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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문희 Dec 19. 2022

박찬욱의 미달성 프로젝트

221219


  퇴근 후 <액스>를 절반쯤 봤다. 제지업계에서 평생을 일한 중년 남성 데보레가 정리해고를 당한 뒤 살인을 벌이는 이야기다. 상대는 주인공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남성들로, 중간 관리자 직급에서 일자리를 잃은 뒤 구직에 나선 상황이다. 직종도 겹쳐, 데보레는 이들이 자신의 구직 과정에서 잠재적 경쟁자가 될까 두려워 한다. 어떻게 이들을 꺾고 좋은 일자리를 쟁취할 수 있을까. 데보레가 낸 꾀는 페이퍼 컴퍼니를 등록하는 것이다. 그는 가짜 업체의 명의로 구인 광고를 내고 제지업계 취업 희생자들의 이력서를 받는다. 찬찬히 이력서 수백장을 검토하고, 자신보다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 상대 6명을 추린다. 그리고 그들을 찾아가... (중략)

  이 책을 추천한 회사 선배는 박찬욱 감독이 영화화하면 딱 좋겠다고 말했다. 끝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깐느 박' 영화 속 캐릭터가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기묘한 열정에 불타 이상 행동을 저지르다가 우연한 계기로 자신을 망가뜨릴 때라고 생각하는데, 책 속 주인공 데보레가 딱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박찬욱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제 필생의 프로젝트로 생각하는 작품이 '액스'"라고 말한 적이 있단다. 그리고 이후 MBC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밤 이동진입니다>에 출연해 “<도끼>가 마지막 단계에서 투자가 무산됐다”며 “우울하다”는  말을 했다고. 영영 볼 수 없는 영화인가. 아쉽지만 별 수 없다. 대신 내 머리로 구상해 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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