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28
"오래된 약속을 갱신하도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으려고 할 때 재건은 민주주의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 153p
"'국민'은 오늘날 환영받는 단어가 아니다. 도처에 있다가 사라진 국민이라는 말은 억지로 '우리'를 만들었던 기억들을 환기한다. 국민학교에서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무시로 국민의례를 하던 세대도 있었다. 그렇다고 국민이라는 말을 헛소리라고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그것은 엄연한 정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국민이라는 단어 없이는 광범위한 영토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치적 경험을 기술할 수도 없고 정당화하기도 어렵다. / 나는 국민을 호명하는 말들을 헛소리로 흘려듣지 않고 그 말들을 받아서 할 수 있는 긴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다." - 86p
"스트라우스는 홉스가 자연을 극복되어야 할 대상으로만 위치시킨다는 점을 줄곧 비판했지만, 홉스는 (근대적) 인간이 무엇이 옳은지를 둘러싼 결코 화해할 수 없는 갈등 상태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홉스에게 대안은 옛날의 도덕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세계를 만드는 데 있었다. / 홉스가 믿었고 타인들도 그렇게 믿을 것이라고 봤던 유일한 규범적 근거는 우리가 전쟁상태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사실 뿐이다. 인간들의 전쟁이 저마다 무엇이 옳은지를 둘러싼 도덕적이고 인식론적인 투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거기에서 평화를 위한 사회계약을 시작할 수 있다." - 143p
"약속의 정치는 모든 것을 경합적인 것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약속 위에 협의의 토대를 쌓아나갈 수 있다. 이 규범적 토대는 우리가 곧장 정의의 원칙들을 정립하기에는 언제나 아슬아슬하다. 아슬아슬하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는 언제나 정치적이다." - 14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