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와 함께 떠나는 만두 로드 시즌 2.
지난 주 수요일은 좋은 분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지난 2월 말에 나온 책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를 보고는 '단연코 이곳을 가자!' 하고 의견을 주셔서 가게 된 추억 여행.
다락정은 1998년 첫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을 무렵에도 맛있다며 열심히 다니던 곳이었다. 그때도 삼청동 만두 전골집으로 아주 유명했다. 지금도 저 벽돌 건물은 여전하다.
올 때마다 맨 처음 나를 반겨주는 다락정의 북어. 매년 개업날에 새놈으로 바꿔서 얹어두는 거겠지? 하얀 실로 둘둘 매어서 오랫동안 부자되게 해달라는 바램을 담는다.
메뉴는 이렇게 간단하고 알차다. 20년을 넘게 드나든 집인데, 생각해보니 토장만두전골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날은 토장으로 주문해봤다. 부대만두전골은 전에는 없던 메뉴인데 새로 생겼다.
다락정에 받는 감동은 1차로 밑반찬에서 온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에세이에도 적어놓았지만, 밑반찬 어느 하나 맛이 떨어지는 것이 없다. 특히 무생채는 이렇게 새콤달콤하게 잘 무쳐내기 어려운데 정말 맛있다. 주당들은 이럴 것이다. "밑반찬 가지고도 소주 두 병각이여!"
토장만두전골. 그냥 깔끔하고 담백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1991년 문을 열고 30년이 넘게 끓여서 손님들을 맞이한 전골이니 맛이 없을 리가 없지만, 난생 처음 맛본 토장은 최고였다. 마침 내가 이날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아 평소와 같이 걱실걱실하게 먹어대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앞접시에 담긴 만두와 채소들의 자태. 지금 오후 6시 40분이 넘었는데, 숟가락으로 한입 가득채워 먹었으면 좋겠구나.
만둣집 중 녹두지짐 잘 하는 곳이 있다. 내가 기억나는 곳만 '이상조 만두국', 목포의 '대청', 그리고 성북동의 '하단'도 녹두지짐이 좋았었다. 이곳 다락정도 어느 곳에도 빠지지 않는 훌륭한 맛을 선보인다. 녹두전, 겉바속촉은 국룰.
특히 그날 함께 식사했던 분들과 엄지를 쳐들며 먹었던 것이 바로 '어리굴젓'이다. 다락정으로 가서 어리굴젓만 한 두어 통 사가지고 와도 되겠다. 이날 녹두지짐과 어리굴젓 조합은 예상 외의 금메달 감이었다. 내가 사진을 찍어두지 못했는데(확실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모양), 상상만으로도 침샘이 폭발하실 터.
다락정의 김치만두전골에는 전이 들어간다. 어린 시절 친정에서 차례 지나고 나면 그날 저녁은 꼭 김치 찌개에다가 전을 포옥 담가서 바글바글 끓여 먹곤 했는데, 바로 그 모양새다. 다락정은 전집이라도 해도 될만큼 근사한 전을 부쳐낸다.
지금 내가 다락정 너무 칭찬한다고 오바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겠으나, 오바 아니라 육바마저 해도 어쩔 수가 없다. 이집의 음식은 너무나 훌륭하니까.
배가 좀 통통하게 부를 무렵, 나온 만두국.
이 정갈한 꾸미하며, 음식 담음새만 봐도 어떨지 상상이 가실 것이다. 고기만두와 김치만두가 반반 들어갔다.
“아, 이곳은 91년에 가게를 시작했고요, 저는 이 집을 연 형 님을 만나서 92년부터 합류해서 같이 일했습니다. 지금은 형 님께 인수를 받았고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한곳 에서 너무 오래 일했죠.” 역시 유쾌한 농담도 잊지 않으신다. 직원이었다가 사장님 까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나 또한 이 집에 1998년부터 다니기 시작했고, 심지어 임신했을 때 태교 음식으로도 먹었 는데 중간에 잠시 뜸했다가 다시 오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지금 만둣집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있는데, 추억 속의 다락정 을 도저히 뺄 수 없어 다시 왔노라는 이야기도. 그랬더니 혹 시 다락정이 소개가 되지 않아도 책이 나오면 꼭 연락 달라 고 하신다. 다음번에는 만둣국과 녹두지짐을 먹어보려고 한다. 다락정.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 주어서 너무 고맙다.
-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중.
책에 쓴 것처럼 결국은 만둣국과 녹두지짐을 먹고 돌아왔다.
2022년 4월 13일이었다.
책에 싸인해드릴 때 날짜를 적는다는 걸 자꾸 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