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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Sep 04. 2022

죽기전에 단 한 번, 스타가 되고 싶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조금 전 출판사 대표님께 <죽기 전에 스타가 되고 싶어>라는 주제로 짧은 책을 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안 그래도 이 소재는 예전에도 나누었던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하고 돌아오던 날, 카톡으로 몇몇 베스트셀러 책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정말 짧아도, 짧아도 너무 짧은 것이다. 길이 말이다. 한 꼭지에 반 바닥이나 겨우 채워지려나. 긴 것이 한 바닥 조금 넘어간다. 

나도 이미 '옛날 사람'이라 속으로 '이것도 글이냐? 시집도 아니고... 요즘 에세이 시장은 그냥 막 뛰어들어보고 시작하는구나'하고 투덜대다가, '아! 지금 이 책을 쓴 사람이 나보다 인세로는 10배는 더 잘 벌지!' 하는 생각에 미치자 그냥 깨갱하고 꼬리를 돌돌 말았다. 짧으면 어때. 그걸 사람들이 읽으면 됐지. 

오늘 제안 주신 아이디어는 그렇게 짧게, 탁, 탁, 치면서 단상을 남겨보자는 것이다. 왜 내가 스타가 되고 싶은지... 



요즘은 스타가 되고 싶다고 하면, 특히 내 나잇대의 사람들은 못마땅해한다. 내가 대놓고 말을 해본 적도 없지만, 분명히 '밉상'이 될 것이다. 뭐하러 스타가 돼? 혹은 지금도 넌 스타야, 페북 스타... 이러면서 비아냥거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페북 스타가 아니다. 이 말만 들으면 창피해죽겠다. 어떤 포스팅은 좋아요 300개가 넘는 것도 있지만, 50개도 못 넘는 것은 호응이 없나? 하고 슬며시 내리기도 하니까) 이는 이미 실패 경험들을 어느 정도 겪어봤고, 현실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는 점을 알기에 철없는 스타 나부랭이가 한심해서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가짐 또한 타의 귀감이 되며, 어떻게 보면 삶에서 지향해야 할, 오랜 수도의 결과로서 나오는 초월의 심리가 바로 그것이 되겠다.  

그런데, 여기에 작은 반기를 자꾸 들고싶은 것이다. 스타가 되고 싶으면 어때? 유명해지고 싶으면 어때? 왜 꼭 '은둔거사'만을 멋있다고 생각해? '낭중지추'만 근사하다고 생각해? 꼭 송곳이 주머니 안에 숨겨져 있어야 하나? 그 멋진 촌철살인의 매력 주머니 밖으로 꺼내서 만방에 알리면 안되는 건가?


한 5년 전,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온 적이 있다. 

'책 한 번 써보시겠어요?'

당연하지!!! 당시 나는 작가가 너무 되고 싶었던, 끄적끄적 페이스북으로만 습작(?)을 매일 서너 편씩 내놓던 애송이였다. 아니지, 칼럼니스트 교실이니, 푸드라이터 교실이니 백방으로 어떻게는 연을 이으려고 쫓아다니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책을 써보겠냐고? 당연하죠! 

책 한 권 쓰면 정말 멋지게, 세상을 뒤흔들 책을 쓰겠다고 생각했다. 가능도 해보였다. 왜냐하면 나는 황서미니까!!(황섬 포레버!) 

기획안을 내고, 두세 번 회의를 거쳤다. 그리고 당연히 계약서에도 싸인을 했다. 감격적이었다. 이제 나도 에세이스트로서 활약을 하게 되었구나. 내 책은 나오면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읽을 거야. 안 읽으면 그 사람들이 멍청한 거라고. 이런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목차 짜고, 원고를 쓰던 어느 날. 

계.약. 파.기. 

담당 편집자도 부서가 바뀌었다고 하고 두세 가지의 변명과 사유들이 전화기 너무 내 귀에 꽂혔는데 별 기억이 없다. 이날 저녁, 지금은 사라진 을지로의 을지면옥에 가서 혼자 소주 마시면서 엉엉 울었다. 소리를 내지 못했으니 아마 어깨가 들썩였을 것이다. 



제일 돈이 없던 시절.  맨 처음 전화 끊기고 두 번째 전기 끊기고, 마지막 수도 끊기기 직전이던 시절이 있었다. 전화 끊겨서 아이 안고 공중전화 나와서 친구한테 돈을 꾸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30만 원 못 갚은 친구가 있다. 그때 남편은 군인이었는데, 무슨 놈의 회식을 그렇게나 많이 하는지. px에서 나가고, 이발소에서 나가고 하면서 월급에서 제하는 금액이 너무 컸다. 군인 공제도 한 달에 30만 원이었다. 이것저것 제하고 실수령액이 36만 원 하던 때였는데... 

그때 남편이랑 나랑 머리를 마주하고 앉아서 맨 처음 끊었던 것이 씨네 21 구독이었다. 기껏 해야 스물 다섯, 여섯이었던 남편이 굉장히 어른 같은 목소리로 준엄하게 물었다. 

- 니 아직도 이른 데 정신 빼뜨맀나. 좀 참아래이. 

생생하다. 

어, 그러게 여적지 이런 데 정신 빠졌네, 어떡하지. 벌써 20년도 더 전이다. 세월이 왜 이리 빠른지. 벌써 내년이면 오십이고.



드디어 내 이름을 걸고 낸 첫 책이 나왔다. 


내 예상과는 달리 세상은 들썩이지 않았다. 보통 작가들 첫 책은 진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인생 엑기스 다 빼서 쓴다. 그래서 지금도 이 책에 대한 애정은 크다. 

세상을 들었다 놓지는 못했지만, 많은 페친들이 읽어봐주시고, 리뷰를 남겨주셔서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효용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하기에 너무나 아쉬웠다. 게다가 책을 내면 '북콘서트'나 '저자와의 대화' 이런 것에 로망이 컸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했다. 그냥 우겨서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첫 책 내고 나서 영화나 드라마 만드시는 분들과 연결이 되어서 정말 감사한 책이다. 물론 어떤 곳과도 아직 계약을 맺지 못했다. 스타가 빨리 되고 싶은데... ㅋㅋㅋ 


두 번째 책은 진짜 공을 많이 들인 책이다. 한 3년 가까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만두를 먹었다. 만두 기행문이다. 경기 북부서부터 시작해서 제주도까지 훑었다. 그때마다 브런치에 한 편씩 올렸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뜨거웠다. 가끔은 자고 일어나니 아침에 몇 만 회가 떠서 이게 뭔가 하고 눈을 껌뻑이기도 했다. 아, 이제야 천지가 개벽하겠구나 싶었다. 나는 드디어 스타가 되는가! 만두 스타! 


그런데, 천지는 고요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처음 이 책의 출판을 맡았던 출판사는 사실 출판 전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책을 내고 나서의 프로세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부랴부랴 '따비 출판사'라는 식문화 전문 출판사와 연결을 시켜주셔서 급하게 이쪽과 진행하게 되었다. 

맨 처음 책을 쓰는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2013년이다. 정말 창피한데, 무작정 찾아간 출판사가 바로 따비 출판사였다. 나는 음식에 관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인데 혹시 내 기획 좋으면 가져다 쓰시라고 간 거였다. 기획서 한 장도 안 챙겨가고 ㅋㅋㅋㅋ 그냥 친절하신 대표님께 커피나 한잔 얻어 마시고 돌아섰다. 그런 출판사를 거의 10년이 다 된 후 만나서 책을 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영광이었다................고 하기엔 너무 아쉬운 책이다. 출판사 내부 사정으로 북콘서트는 꿈 꿔볼 수 없었다. 

그래도 내 딸이 유일하게 읽어본 책이 바로 이 만두책이다. 사랑해요. 만두. 


세 번째 에세이는 사연 많은(?) 우리 딸과 나의 이야기를 적어낸 책이다. 



아마 이 책은 다들 아실 것이다. 요즘 북 셀럽으로 활약하고 계시는 문재인 대통령의 추천이 있기도 했고, 내자마자 4일 만에 3쇄를 갈아 치운 핵폭탄급 베스트셀러였다.................고 하고 싶은데 또 한 번 고요를 맛봤다. 정말 고요했다. 어쩜 이렇게 고요하냐. ㅠㅠ 

출판사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마케팅을 해주셨다. 그런데, 반응은 우리의 기대만큼 뜨겁지 않았다. 저 표지의 메인 카피 "우리 엄마 그런 분 아니세요." 이것은 우리 딸이 진짜 자기 중학교 때 담임한테 당당하게 한 말이다. 정말 멋진 친구다. 그 멋진 친구의 엄마가 된 행운아, 내가 쓴 책인데! 



죽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스타가 되고 싶은데, 아무래도 스타가 되는 길은 이미 글른 것 아닌가 싶다. 내가 저 위에 썼듯이 스타는 왜 돼. 그거 돼서 뭐할 건데. 이 질문을 받더라도 아마 나는 계속 스타가 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나섰다. 북콘서트를 하기로. 둠칫둠칫 장소를 구하고, 정말 멋진 부부 음악가, 기타리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 부부는 공연을 해주시겠다고 약속해주셨다. 와우! 그리고 출판사 느린서재 대표님과 함께 의기투합해서 나의 로망, 꿈의 북콘서트를 하게 되었다. 


만약 <죽기 전에 단 한 번 스타가 되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된다면 지금이 좋은 시기 아닐까 싶다. 나는 단 한 번도 크게 성공을 해본적이 없다. 늘 미완이다. 내년에 내가 나이 오십인데, 아직도 견습생이다. 책을 내기만 하면 사람들에게 갈채를 받고 크게 성공할 줄 알았지만 요원하다. 세상은 아직도 내 앞에서 고요하다. 태풍만 기다릴 뿐. 

그래도 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여기 붙어라. 너무나 많은 실패를 해왔기에 이제는 쓰기에 덜 쪽팔린 책이 될 것 같다. 막 성공한 애들이 저들은 죽고 싶은데 스타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 밉잖아. 


2022년 9월 30일. 

북콘서트,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합니다. 

너무 이렇게 간절하게 바라는 것도 촌스럽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만, 기분이 좋네요. 

공간의 사정상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서 서른 분 이내로 받을 생각입니다. 



한 3~4년 전에 만들었던 내 배송지 정보도 '라이징 스타' 황서미다. ㅋㅋㅋ

'라이징 스타'라는 말을 듣더니 아주 씨니컬하게 술에 취해서 "그래서 너가 뭔데요?"라는 말씀을 하셨던 분이 계시다. 물론 이 질문도 아직 나는 늘 던지고 있다. 

그래서 너가 뭔데? 


스타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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