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가방에 녹음기라뇨.

특수학급 선생님 고소 사건에 관하여

by 황섬

주호민 작가의 아들 이야기로 트위터가 떠들썩하다. 내 페이스북 친구들은 대부분 자녀들이 조금은 연령대가 높아서 그런지 좀 조용한 듯.


사건인 즉...

작년 9월, 주호민 작가의 2학년 아들(2013년 생이라 함)이 원반(특수학급 수업 시간 아닌) 음악시간에 한 여학생에게 가 바지를 내렸고, 이에 여학생 부모님은 당연히 강제 전학, 분리 등의 강한 조치를 요청했다. 그리고 학교 차원에서 주 작가의 아들은 원반 수업에 들어오지 못하고, 계속 특수반에 머물러서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지속적으로 아이가 불안증세 등을 보였다고. 며칠 뒤, 아들 가방에 녹음기를 집어넣어서 보냈고, 거기에서 문제의 특수교사 발언이 등장한 것.

받아쓰기 시간에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라는 뜻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친구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행동이 고약한 것, 그러면 친구들하고 함께 급식도 못 먹는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주호민 부부는...

[교육청 및 학교에 문의해 본 결과 정서적 아동학대의 경우 교육청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교사를 교체하는 것은 어려우며, 사법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서만 조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담당 특수교사는 직위 해제 봉보를 받았고, 다른 학부모님들 탄원서를 넣었으나 상황은 변함없고, 지금 검찰 수사 받고 재판 결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작년 9월이면 벌써 1년이 다 되었다. 이렇게 기나긴 터널을 지나는 과정이 바로 고소 고발 사건의 길이다.


***


이번 1학년 선생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지금 여기저기에서 자성의 소리가 크다. 그 파고와 함께 주호민 작가 아들 건도 지금 물 위로 다시 떠오른 모양인데...

내 마음은 이 특수 교사 선생님... 내가 다 속상하다. 죄송하고.

고소 당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스트레스인데... 게다가 직위 해제에... 그 수치심과 자괴감은 어떨지. 그리고 사건 이후로 전교생 대상 성교육이니 뭐니 다 특수 교사 혼자 맡아서 벌칙 받듯 수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호민의 입장문에서 보다시피, 경찰이 개입되어야 일이 해결된다는 뜻은 학교는 일단 3자로 빠지겠다는 뜻 아닌가. 이 방식도 상당히 야만적이다.

내 아들도 같은 발달장애 자폐아이고,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는 성능좋은 녹음기 못지 않게 학교에서 벌어진 일들을 그대로 대화로 옮기는 아이다. 선생님 말투, **이 말투, @@이 말투, 모두 다 개별화(?)시켜서 혼자 말 그대로 옮겨와서 하루종일 중얼중얼 읊는다. 그래서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나는 대강 다 알 수 있다.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에게 훈육하면서 "**이, 누가 그런 말 했어, 어디서 그런 말 배웠어, 어머니가 그러시니?"라는 말도 들었고, "@@이, 자꾸 그러면 친구들이랑 함께 밥 못 먹는다!"라는 말도 들어봤다. 이는 주호민의 아들의 특수교사가 한 말과 거의 흡사하다. 내가 너무 무딘 건가. 저걸 가지고 경찰에까지 고소를 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

직위해제 이후 특수반의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이 당장 없으니 며칠은 우왕좌왕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들 카톡방에 불이 났을 것이다. 훤하다. 엄마들 이렇게 잘 안 움직인다. 특히 특수반 엄마들은 한 학기, 일 년 별 탈 없이 아이가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탄원서까지 냈다고 하면... 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고.

주호민 작가 부부도 어떻게 튈 지 모르는 아이 키우느라 진짜 고생이 많겠지만, 적정선 이상과 이하는 잘 분별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다니... 나 같으면 아이가 학교에 있었던 일을 잘 전달하지 못하고 소통이 안 돼서 혹시 수업 시간 녹음을 좀 해도 되겠냐고 물을 것 같다.

아니면, 활동지원 선생님을 붙여서 수업에 함께 들여보내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 녹음기 말고. 실제 우리 만두 특수학급에도 활동지원 선생님과 함께 수업 받는 친구가 있다.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억울한 일이 있으면 우리 엄마는 늘 내가 잘못했으니까 너가 먼저 사과하라고 했었다. 굉장히 부당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도 개인적으로 괴로운 일이긴 했지만, 반대로 그래도 선생님의 수업을 몰래 녹음하고, 경찰 고소까지 하는 행동은 안타깝다.

마치 내 일 같아서 글이 많이 길어졌다.


우리 만두도 열 살이 되니, 엄마 가슴도 만져볼까요, 하면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얼마전 학교에서 성교육도 한 것 알지만, 오늘 다시 한 번 더 단단히 일러둬야겠다.

그런 장난, 친구 앞에서 치면 절대로 안 되는 거라고. 다른 사람들 가슴 만지면 안 돼, 똥침도 하면 안 돼, 바지는 화장실에서만 문을 닫고 조용히 벗는 거라는 것, 게다가 바지는 엉덩이 아래까지 다 내리면 안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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