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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Aug 21. 2023

드라마 데뷔는 꼭 피를 말려야 할까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은 나의 화이팅 기록 


1. 


오늘도 아침에 열심히 땅을 밟고 왔다. 고무적인 것은 시간이 날 때마다 땅을 밟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는 아쉽게도 맨발 걷기를 위한 좋은 길이 없다. 조금 멀리 나가야 하는 것이 흠. 

차 타고 15분, 20분 나가면 용마산 폭포공원이라는 곳에 황토길이 마련되어 있다. 내가 상상한 물이 질척질척한 그런 황토길은 아니었지만, 그냥 오케이. 

걸으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많이 했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지라. 


2. 


김주환 교수 강의 내용에 이런 것이 있다. 뭔가 속상하거나, 화 나거나, 불안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들으면 나는 왜 그럴까? 왜 이렇게 힘들까? 로 묻기보다 앞에 내 이름을 넣어보란다. 

황섬아, 너는 왜 이렇게 화가 나느냐. 

황섬아, 너는 왜 이렇게 불안하느냐. 

그랬더니 바로 나를 조금 떼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3. 


사람의 모든 일(에피소드)에는 행동이 있고, 그에 대한 결과가 따른다고 한다. 

행동- (      )- 결과. 

여기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은 바로 이 가운데 프로세스 (    )안에 들어가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믿음'이다. 어떤 신앙적인 믿음이라기 보다 나의 편견? 어떤 일을 당연시 하는 마음? 평소 내 마음가짐? 내가 나를 생각하는 상태? 이런 것일 것이다. 


4. 


직장 생활을 할 때, 아니 모든 세상의 돈벌이를 할 때 부딪치는 감정이 아마 이것일 거다. 

- 어쭈, 나를 무시해? 

그래서 무시당하지 않는 스킬들이 수천 수만 가지가 공유된다. 웃지 마라. 무표정해라.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라. 내가 먼저 무시해라. 등등... 

이 생각의 필터가 한 번 거치면 걷잡을 수 없이 부정적인 감정이 증폭된다. 나를 무시하니까 계속 일이 안 되는 거야. 그러니까 산으로 가는 거야. 내가 또 뭘 잘못했나. 이번에도 나한테 뒤집어 씌우겠지. 왜 나를 무시하는 거야. 나는 쓰레기야. .... 이렇게 생각이 한 바퀴 돈다. 

이러면 나는 진짜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쓰레기, 땅바닥에 떨어진 바나나껍질 같은 나를 집어 던지고 싶은 것. 그것이 자살 충동이라고 한다.


5. 


서이초 선생님과 최근 일어난 다른 젊은 선생님들의 예와 같이 아주 악질적인 케이스는 정말 불행하다. 왜 나한테 그래. 왜 나를 무시해. 이 생각 당연히 든다. 미칠 것 같을 거다. 출근하기도 싫고. ㅠㅠ 

생각의 악순환에서 중간에 고리를 끊었었다면 그 젊은 선생님들은... (이하 생략이다 ㅠ) 


6. 


힘든 일이 있으면, 트위터에서 잠시 짧게 짧게 푸념을 하고 달래는 편인데... 페이스북과 달리 익명성이 엄청 큰 트위터에서 가끔 나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거나, 이미 거친 작가님들을 만난다. 

다들 '드라마는 피 말린다'고 하셨다. 3년 이상씩 걸리는 일인데다가(여기에서 경제적인 문제가 생긴다) 신인 작가들은... 말 안해도 어떤 상황과 분위기일지 대충들 알 것이다.


7. 


그래서 나는 저 괄호 안의 '믿음'을 바꿔보기로 했다. 

모두 나와 한 편이다. 모두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다들 일 잘 되게 하려고 함께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나도 더 잘하게 될 것이다. 돈으로도 사지 못할 강의와 실습을 진짜 미친듯이 받는 중이라고... 그리고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의 실력과 내 실력이 합쳐져서 더 훌륭한 실력자가 될 거라고. 그럼 이 다음 결과는? 

어떤 결과가 오든지 후회 없을 것 같다. 


다시 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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