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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Nov 16. 2023

압도적 이혼 사유 1위!

대화 불가. 안 들어처먹음. 못 알아처먹음에 대하여. 

요즘 기획안 작업 때문에 이혼에 대한 생생 자료 수집을 많이 하고 있다. 그나저나 이혼의 99%의 사유가 궁금하지 않는가? 성격 차이? 노노. 경제 문제? 노노. 물론 여러가지 복합되어 있겠지만, 가장 큰 사유는 '대화 불가' 라고 한다. 유튜브니 어디니 여기저기에서 '부부의 대화'를 부르짖는 걸 보면 실제 상황인 듯하다.


어떤 사람들은 대화 없어도 그냥 돈만 벌어다주면 '살아져요' 라고 하는데... 그 말을 하는 사람은 지금 경제적으로 궁핍한 것에 꽂혀서 그렇게 말이 나오는 것 같고(나도 돈만 제대로 벌어다주면 정말 고맙게 잘 살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서 이해가 충분히 된다. 사람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사정이 다름 ㅋㅋㅋ)...

대화가 안 되는 건 그냥 서로 말을 안 하고 투명인간처럼 사는 것만은 아니다. 실제 사례 나갑니다.



사례 1.

아내가 하는 말마다 무시한다. 야, 니가 뭘 안다고. 그래서 그걸 왜 산 거야.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왜 니가 꿈쩍 대. 숨도 쉬지 마. 양말 색깔도 짜증나. (이러면서 깔깔대고 웃음. 너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하면 왜애~ 나는 그냥 너 웃기려고 그런 건데.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하면서 환장하게 만듦)

밥도 안 챙겨준다. 그냥 애들 먹이고 식탁 싹 치운단다. 남편은 그럼 일어서서 부엌에서 밥그릇에 밥 퍼서 물 말아서 김치, 장아찌랑 먹는데... 그걸 보고 또 한 소리 지르지.

야, 넌 그걸 밥이라고 먹냐. 딴집 남편들 보니까 어? 다들 스파게티 기본에 고기랑 아스파라거스 예쁘게 구워서 식구들 먹이고, 주말 조공은 당연하거고 그렇게 사는데... 에유~ 진짜.

어? 그런데 어디서 발 냄새 나.... 아, 너 발 닦았어 안 닦았어.

이러면서 기어이 밥 먹던 사람 욕실 가서 발 씻고 나오게 만든다. 

(아, 갑자기 남편에게 미안해진다?)


이 남편은 한 번은 회사에서  일하다가 때를 놓쳐서 늦은 점심 한 2시쯤 먹으러 갔다고 한다. 틈새라면인가 어딘가 가서 김밥이랑 라면을 후루룩 먹고 있는데... 사람이 없으니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나와 홀 정리하면서 물어보시더란다.

"맛있어? 맛 괜찮아요?"

그 순간, 갑자기 푹 하고 눈물이 터지더란다. 정말 아무도 이렇게 자기한테 지금 먹는 것 맛있냐고 물어봐주는 사람도 없고, 외로웠던 것이다.

이 김밥에 라면 얘기 듣고, 나는 바로 드는 생각이 '아, 이 남자 이혼해야겠다.'

참을 수 없는 상황을 기어이 참아야 하면 바로 우울증으로 터진다. 이 남자가 우울한 상태가 아닐 거라고 누가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사례 2.

"이혼은 결혼에 실패한 거예요. 실패하면 돼요, 안 돼요. 끝까지 사는게 승리자야. 그런 여자들, 이혼하고 또 어떤 줄 알아요?

눈깔 뒤집혀져서 또 남자 만나서 빠구리 치고... 혼 쏙 빼놓고 또 결혼하고 그러는 거예요. 애까지 딸린 사람도 애 집에다가 내팽개쳐 놓고 정신 못 차리고 남자 꼬시러 다녀. 아 그 남자는 무슨 죄냐고. 그래봤자. 여자들은 남자 씨 받아서 애 또 만들어서 낳고 그러는 거잖아요. 악순환이야, 악순환...."


이 말을 언뜻만 봐도... 우리는 이 대화가 씨부려져(!) 나온 입은 남자의 입이란 것을 대충 알 수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만일 이 남자가 결혼을 했다면 그 아내와 자식들이다.

솔직히 하루종일 초딩하고 대화하면 안 재밌다. 솔직히 나도 만두의 4차원 5차원 질문과 대화에 정신없이 쫓아가다 보면 정말 너무 재미없고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이 초딩과의 대화를 인내하고 완수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은 성장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이 아이들이 자라 훌륭한 어른으로 나와 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먼저 이 어른의 말을 분석해보자.

> 이혼은 결혼에 실패한 것이다--> 맞는 말이라고 치자. 그런데 보통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밖으로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하진 않는다. ㅋㅋㅋ

>실패하면 돼요, 안 돼요 --> 이 사람은 결혼에 실패하면 안된다고 머리에 박혀 있어서 나중에 혹시나 아내와 이혼할 때도 '잘' 헤어지지 못한다. 이런 사람이 질질 끌고 아내한테 돈 요구하고, 심지어 내 새끼 낳은 산후조리원 비용 내놓으라고 악악대는 양아치들이다.

> 그런 여자들 --> 이 단어 자체가 아주 도매금으로 여자들을 팔아처분하는 마인드. 속으로 이런 생각하고 있어도 보통 대화할 때는 돌려 말하거나 아예 말하지 않는다. 그런 말 쓰는 거 아니라고 해도 못 알아듣는다. 이것이 제일 문제다! 못 알아듣는 것.

> 눈깔, 빠구리 --> 초딩도 요즘은 이런 말 안 쓰겠다. 어휘 선택하고는... 이게 어떻게 어른의 대화에 나올 단어란 말인가. ㅠㅠㅠ

> 애 집에다가 내팽개치고, 정신 못차리고 -->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이혼했다고 성실하게 집에서 애만 보면서 다크하게 살 일인지, 아니면 자기 갈 길 찾으며 바쁘게 살지는...

> 남자 씨 받아서 애 만들고 --> 사랑의 결실...이라는 좋은 단어도 있는데... 게다가 여자가 텃밭이냐. 남자가 내려주신 씨 받아서 발아하게.


이런 사람이 만약 가장 가까운 내 배우자라고 하면 나는 둘 중에 하나 선택할 것이다. 똑같은 퀄리티로 아득바득 응수하든지, 아니면 대화를 피할 것이다. 어차피 똑같아지기 싫어서. 이것이 바로 '대화 불가'의 실제 상황인 것. 

애들은 나중에 성장이라도 하지, 이 사람의 상태는 그냥 여기서 멈추거나 더 질 떨어질 건 확정이다. 최악이다. 이런 사람하고 평생을 산다고? 그리고 내 인간 등급도 이 인간하고 함께 하다가 더 떨어지게 생겼는데? 이건 돈 잃는 것보다 훨씬 더 귀중한 것을 잃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내가 직접 가르쳐주는 것. 쉽지 않다. 만일 가르쳐서 알아들어먹는다면 기꺼이 노력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한집에 사는 부부간 서로 대화가 안 통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좀 긴 글을 쓰게 됐다.

그냥 인간, 부부관계의 단절 뿐 아니라, 나의 삶의 수준도 함께 낮아지는 참사가 벌어지기 때문에 '대화가 안 됨'은 그냥 '참고 살 일'이 아니라는 것... 갑자기 끔찍해서 공유한다.

이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이런 질문을 받았다. 연애할 때 사람 못알아보냐고.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인 것 몰랐냐고. 썸 탈때부터 삐끗하면 나는 버린다고. 

내 답은 이거였다. 

연애나 결혼 단계에서 좀 불안정한 상황과 상태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답니다. 그렇게 불행한 결혼생활을 버티고 또 끝내면서 댓가를 치르게 되기도 하고요. 주변에서 놀림과 무시도 당하면서... 그러면서 성장하죠. 그 사람의 사이클대로.

연애할 때 이 사람 단점, 장점 다 겪어내고, 가려내고 최선을 다한 선택이 바로 배우자일 것이다. 인생 한 번 살고, 결혼도 대부분 인생에서 한 번, 아니면 두 번 하는데 어떻게 최선을 택하지 않을 수 있나. 꽝. 다음 기회에! 도 아니고... 그래서 어려운 일일 터이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본다는 것이. 


자료 조사하다 보니까 잔잔바리들이 나중에 더 큰 타격감을 주는 사례가 너무 많다. 실제로 이혼 변호사 사무실에 와서도 상담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 이거란다. 

"제가 이런 걸로 이혼해도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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