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는 그냥 점이야, 점.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이 타로 마스터로 설정했던지라, 내가 배우지 않을쏘냐 싶어 타로를 공부하고 있다. 지금 10주 과정 중 2주 정도 남겨 놓고 있다. 매주 빠지지 않고 꽤 열심히 공부한 셈이다만... 그래도 예습은 고사하고 복습을 못해서 며칠 날 잡아서 더 깊게 익힐 예정이다.
평일은 새벽 독서 모임을 하면서 조금 더 일찍 하루를 열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졸립다고 하는데, 지금 한 2주 정도 진행해 본 결과... 주말에 잠을 좀 푹 자 놓으면 월, 화, 수 그리고 조금 더 보태면 목요일까지는 컨디션이 아주 근사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금요일 정도 가면 여지없이 피곤하다. 아직 습관으로 자리잡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컨디션 조절에 미숙해서 그런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내 삶에서 물리적으로 시간을 재배치하는 경험은 꽤 의미있다. 이렇게 시간을 뜯어 고쳐서 앞당기면서 실제로 새벽 공황이 많이 줄었다. 그것이 당연한 이유가... 나는 공황이 주로 시간을 헛되이 보낸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되기 시작해서 새벽 4시 30분에서 5시 사이에 절정에 이르는데, 이 시간을 그냥 잠에서 뚝딱 끊어서 깨버렸으니 공황이 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주말 늦잠은 아주 꿀처럼 달콤하게 잘 수 있었다.
아,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는 새벽의 이른 기상 이야기가 아니라...
이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를 했었지만, 배움이 짧아 자세하고 세련되게 소개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었는데, 나는 카를 구스타프 융의 '동시성 현상'을 내 삶에서 아주 의미있게 여긴다. 황섬이 이야기한 것이라면 '에이~ 그런 것이 어딨어~'라고 웃고 넘어갈 일도 칼 융 선생님을 내 등에 업고 이야기하면 좀 '있어보이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면 이치일까.
전혀 뚱딴지 같은 완전히 별개의 두 사건이 있다고 치자.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고, 연속적으로 따닥! 벌어질 수도 있다. 어떠한 연관이 없는 이 두 사건에서도 우연이 아닌 비인과적인 법칙이 있으며, 이는 인간의 마음과 현실 세계에서 동시성 현상이 발생하면서 생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나도 수 번을 읽고 이 문장을 하나 끄적일 수 있었다!) 물론 칼 융은 오컬트적 망상을 지닌 정신병자로 취급받기도 했고, 확률과 통계에 예외가 있는 법이라는 주장만 주구장창 해대서 비과학적이며 신비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가끔 이런 '웃기는' 우연에 감탄할 때가 있다.
이런 우연이 나에게 로또 번호를 알려주지 않아도 좋다. 동시성 현상으로 무슨 부귀영화를 보려고. 그러나, 의미를 한 번더 조용히 짚어보는 계기는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인데, 오늘 점심 먹을 때 영화 안소니 홉킨스와 젊은 날의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한 <조 블랙의 사랑>을 보기 시작했는데 트위터에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백발의 팔순 안소니 홉킨스의 피아노 연주가 굳이 내 눈에 걸려든 것이다.
안소니 홉킨스는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가 15살 때 리처드 버튼에게 사인을 받은 후 그를 동경하여 배우가 되었고,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연기자 중의 한 명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의 연주를 안 듣고 넘어갈 수 없다. 모두 함께 감상해보자!
https://x.com/summeronsaturn/status/1739109517395447874?s=46&t=lPuERGB97i--R9fbLchemg
나는 이 동시성 현상을 요즘 공부하고 있는 타로에서 너무나 많이, 신비롭게 체험한다. 지금 내 머릿속에 점철되어 있는 문제들이 78장의 타로 카드 중에 아주 딱 그에 관련된 것들만 뽑힌다......고 쓰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 엉뚱한 카드가 나와서 리딩이 중간에 막히는 때도 있다. 그러면 또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아, 그러니까 타로는 쓸 데도 없는 점이라니까. 요행이라니까'라고 생각해도 나는 이런 생각에 맞서 싸울 생각이 없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은 그냥 그쪽 세계에서 잘 살면 그만이다.
그러나, 분명히 타로 카드에서 전반적인 좋고 나쁜 흐름과 기운을 보여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수천 년 동안 내려온 타로 카드 그림의 메시지는 하나하나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오늘은 새벽 독서 모임에서 '몰락'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니체의 책을 읽으시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단어다. 니체 하면 나는 아직까지 그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정도만 '알 뿐'이다. 니체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던지는 삶의 메시지는 '몰락해야 삶은 변화한다'는 것.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의 사랑스러움은 그가 과도(過渡 --> 내가 읽고 있는 책은 度 자를 썼는데... 아무래도 틀린 것 같아서... 혹시 이에 의견 주실 분 계시다면 주세요) 이며 몰락이라는 데 있다.
나는 사랑한다. 몰락하는 자로 살 뿐 그 밖의 삶은 모르는 자를. 그는 저쪽을 향해 건너가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니체는 몰락을 긍정하라, 몰락을 욕망하라고까지 말한다. 얼마나 자빠지고 망가지고 부서져야 멈출것인가!
아침에 이 단어를 듣자마자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타로 카드 세 장이 있었다.
Death. the Tower. 그리고 소드 10번.
앞에 카드 두 장은 메이저 카드다. (아래에 이름이 쓰여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은 마이너 소드 카드. 칼을 세어보면 10개다. 10번.
데쓰나 타워나 모두 죽음, 아작, 끝장을 뜻한다. 연애운을 볼 때도 이 두 카드가 나오면 꽝이다. 이 사랑은 더 이상 이어나갈 확률이 희박하다는 뜻. 그러나, 데쓰는 카드가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조금 다르게 읽히고, 사업운에서는 또 달리 읽힌다. 모 아니면 도. 큰 돈이 들어올 때에도 데쓰 카드가 뜬다. 만일 the Devil 카드랑 함께 뜨면 굉장히 큰 돈을 의미한다고 한다.
몰락으로 치자면 데쓰보다는 타워가 더 충격파가 큰 카드라 할 수 있다. 여지가 없다. (가끔 데쓰 카드는 조언 카드와 함께 펼쳐보면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뜻하기도 한다)
소드 10번 카드는 보기만 해도 내 등이 아프다. 지금 칼에 온통 찔려 필시 죽었음에 틀림없다. 힘들어보인다. 그리고 모두 다 포기했다. 내 생각 내려놓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진짜 해석은 지금부터다.
이 세 장의 카드 모두 몰락에 방점을 찍고 '새로 시작하는' 카드다. 특히 소드 10번의 그림을 잘 보면 이렇게 처참하게 칼에 찔린 사람의 저 멀리 앞에, 검은 밤을 열어 제치며 환하게 동이 터 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의미를 놓치면 안 된다. 또한 데쓰 카드와 타워 카드도 완전한 몰락,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카드가 나온다고 해서 아, 어떡해! 하고 탄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만일 조언 카드로 소드 퀸이 나온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
아직 초초초초초초초짜 타로 리더인데 뭔가 굉장한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이 글을 쓰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 그냥 '지금 쓰고 있는 드라마 잘 될까요' 하고 물어보면서 간절한 마음이나 담아 매일 매일 카드를 펼쳐 보며 한 발자국씩 나가는 것이다.
그래도 솔직히 고백하자면... 드라마 기획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도대체 얼마나 속이 빠작빠작 탔으면 타로를 배웠겠나 싶다. 나도... 한치의 결과도 알지 못할 때, 그렇다고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떤 결실로 내게 다가올지, 또 이 결론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라 도통 혼란스러울 때 타로 카드는 내게 살며시 마음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쓰리카드 스프레드.
보통 카드를 뽑는 사람의 기운이 크거나 간절함이 클 때에도 메이저 카드가 많이 나온다. 마이너 카드가 나와서 명확하지 않을 때는 조언 카드를 뽑아서 의미를 보강하는데, 메이저 카드가 나오면 거기에서 멈춘다.
이 카드를 뽑았을 때 나의 질문은... 이번에 쓰는 기획안 잘 될까요? 어떻게 하면 재미나게 쓸 수 있습니까? 그랬더니 이렇게 세 장의 카드에 조언 카드까지 모조리 메이저 카드가 나와버렸다. 78장 중 네 장 뽑는 것, 이럴 수도 있지. 우연히 그럴 수도 있는 건데... 나는 그저 내 간절함이 타로 카드에 가 닿았다고 해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