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우리 다 죽어!
지난 금요일은 지난 2021년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실사를 받은 후 갱신 신청을 한 터라 국민연금공단에서 재방문 나오는 날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치매 노인들 활동 보조 시간 받듯 발달장애아들의 활동 지원 시간을 다시 정하려고 검사를 받는 날인 것. 우리 아들 만두는 자폐성 '중증 장애' 아동이고, 지금은 90시간 지원을 받고 있다. 방문하시는 분들은 아이의 상태가 전보다 어떻게 변화했는지 관찰도 하시고, 몇 가지 질문도 하시고, 상황도 둘러보고 간다. 당연히 별 일이야 없는데도 나는 그냥 긴장 된다. 특히 할당된 90시간 보다 더 떨어지면 어떡하나 싶어서 말이다. 마치 치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정 방문 실사 나오면 갑자기 주책맞게 정신 돌아오고 등급 낮게 나와서 낭패 보는 것이랑 똑같이... (엉엉)
- 혜성이, 내일은 아저씨 오시는데 음....(망설임) 말 아주 잘 하면 안 돼. 알았지
- 왜 혜성이 말 잘 하면 안돼요?
- 음... 그래야.... (말 막힘)
- 아저씨는 좋아요?
- 어, 좋으셔. 좋은 분이 오실 거야. 친절해.
- 그런데 왜 안 돼요?
- 그냥 내일은 막 소리 질러봐. 그동안 했던 것처럼. 띠띠 할로윈! 띠띠 할로윈! 하면서....
- 왜요? 혜성이가 왜 소리 질러야 해요?
- 아, 그냥 하던 것처럼 해봐. ㅋㅋㅋ ㅠㅠ
아무래도 내일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 분 오시면 우리 엄마가 아저씨 오시면 말 잘 하지 말래요, 라고 얘기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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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2014년 6월 30일, 자연분만으로 아주 건강하게 태어났다. 그리고 제일 뚱뚱이 시절, 백일 때까지도 아주 잘 먹고, 잘 싸고... 단, 잠만 좀 없는 스트롱 베이비였다. 안 그래도 마흔 넘어 낳은 아들이라 늙은 어미 힘들어 죽겠건만, 잠까지 없어서 정말 나는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공부 못해서 죽는 사람 없듯, 애 키우다가 힘들어 죽는 사람 또한 만나보지 못했다. 결국 나는 지금까지 잘 살아 있다.
아이가 8개월이 되었을 무렵, 이제 엄마와 나누어 갖던 면역력도 다 떨어졌을 테고 갓난쟁이 신분(?)으로 어린이집을 다니던 터라 첫 감기에 걸렸다. 아이가 열에 펄펄 끓길래, 안 되겠다 우리 아기 병원에 가자 하고 밤 10시 좀 넘어 겨울 코트를 입혔는데, 펄떡! 펄떡! 거린다. 남편은 차 빼러 이미 밖으로 나갔고...
내 아기인데, 눈 돌아가는 것을 보니 무서워서 안지도 못하겠다. 어떡해! 어떡해! 소리만 지르다가 갑자기 이게 열 경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족관에서 바로 건져낸 광어처럼 파득대는데 너무 무서워서 겨우 코트 지퍼를 내리고 옷을 벗겼다.
119에 전화를 걸었는데, 요동치는 내 마음하고는 달리 너무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화가 났다. 뭐든 화가 날 지경... 아이 입에 가제 수건 재갈 물리세요. 옷 다 벗기세요. 네. 속옷까지 다 벗기세요. 아이 불쌍하다고 껴안지 마세요. 주변에 물건 다 치우세요. 그때 119 전화 받은 분이 내게 전해줬던 유의사항이 다 기억난다. (그나마 정신은 있었나보다)
이렇게 아이는 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 뒤로도 열만 올랐다 하면 흰자위가 보이고, 나는 검은 자위를 쑥 먹어버린 그 허연 얼굴을 탁탁 치면서 119 구급차를 부르고 병원으로 향했다. 한 번은 이틀 만에 구급차를 세 번을 타서 이제는 신내 소방서 구급대원들하고는 안녕하세요, 면 닦는 경지에까지 왔다. 하도 구급차에 자주 타는 바람에...
세 살이 될 때까지 이렇게 많이 아팠다. 평소에는 몸무게, 키, 머리둘레(!) 모두 상위권인 아이가 왜 열만 나면 이렇게 맥을 추리지 못하는 걸까 의아했다. 에미가 의아하면 뭐하나. 온 몸으로 아픈 것은 아이인데...
결국 또 한 번 열이 심하게 났고, 또 실려갔다. 이때는 호흡기 감염, 소화기 감염, 바이러스만 6개에 한꺼번에 둘러싸였다. 그 여섯 개의 바이러스 중 하나가 그때 한창 유행하던 신종 플루였다. 어른들도 신종 플루 하나만으로도 아파서 운다는데, 장염에 뭐에... 의사 선생님들도 아이 검사결과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아이 처음 봤다면서...
입원 첫 날, 아이를 보다가 깜빡 잠들었는데 옆 침대 보호자가 커텐을 탁탁 치면서 나를 깨웠다. 애기 엄마, 아이 똥 싼 것 같다면서... 아 네, 하고 부은 눈으로 아이를 덮은 이불을 치웠는데... 이건...
사람이 세상 하직할 때 온 몸의 구멍을 다 열고 간다고 한다. 어르신들도 돌아가실 때 되면 병실 복도 끝까지 냄새가 날 정도로 온 몸을 다 비우고 간다. 예전 시아버님 돌아가실 때 봤다. 정말 다 비우고 가셨다. 그 모습 같았다. 급히 간호사 두 명이 와서 아이를 씻기고, 침대보를 갈고... 아이가 축 쳐져 있는데, 그때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아이가 이제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딴 생각 할 겨를 없었고 아기 코 밑에 손만 계속 대고 있었다.
열흘 정도의 사투 끝에 무사히 퇴원을 했다.
그리고 하루하루 다른 아기들처럼 지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원래 아이가 돌 부터 '안녕' 말도 하고 내가 혼내는 척 하면서 우리 혜성이, 이러면 돼요 안 돼요? 하면 고개를 좌우로 젓던 아이가 모든 반응을 안 한다. 어떤 자극에도 언어적 반응이 없는 것이다. 설마... 그냥 기다렸다. 그동안 아이 키우면서 늘 기다리면 계란 말이 굽듯이 속은 엉망이어도 나중 결과는 어떻게든 곱게 잘 나왔었다. 그런데... 얘는 아니었다.
검사를 받아야겠다 싶어 소개 받아 한양대학교 병원에 접수 했다. 1박 2일, 이 개구쟁이를 병원 침대에 어떻게 묶어놓을지는 방법은 몰라도 여하튼 뇌파 검사까지 받아야했다. 아이가 수면제를 아무리 맞아도 잠에 안 들어서 실패. 그냥 의미 없는 언어 검사들만 잔뜩 하고 나왔다.
결과?
당연히 돌고래지. 아이큐가 두 자리가 겨우 됐다. 이 따위 결과, 숫자는 코웃음쳤다. 그러나 아이를 보니 알겠다. 발달장애아로 들어선 것. 특히 언어 장애가 심했다. 우리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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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주일에 두 번 죽지 않으려고 운동을 한다. 허리, 어깨, 심지어 손가락도 안 좋다. 어깨가 딱딱하니까 목근육이 잡는 두통에는 속절 없다. 내 몸의 기능은 이제 노화밖에 없는 것인가.
트레이너님이 마흔 살인데 예쁜 대여섯 살 딸을 키운다. 한참 때이지... 운동 하다가 숨고를 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이 소식을 전해주었다.
- 혹시 그 기사 보셨어요? 세 살 아기가 자폐였나봐요. 그런데 자폐 판정 받고 엄마 아기랑 잘못 된 것...
아, 또 죽었구나.
자폐는 긴 싸움이다. 아니, 둘 중 하나 죽을 때까지 불멸의 2인 3각 달리기다. 그래서 힘들다. 몸도 힘들지만(우리 아들도 그렇게 잠을 안 잔 것이 자폐아들 각성 큰 특성 중에 하나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마음도 힘들다.
너무 고맙고 다행인 것은 남편이랑 나랑 이런 면에서는 말로 나누지는 않았지만 뜻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내일 일 걱정하지 않는다. 그냥 오늘 우리 혜성이 오늘 어떤지 보고 웃고, 힘들면 '에헤이~ 저 자식~' 이러고 만다. 내일 걱정은 내일 모레!
아이가 너무 소리를 질러서, 그렇게 한 번 찍혔기 때문에 아파트 앞뒤좌우 주민들 다 무슨 쿵쿵 소리 나면 다 우리집 문 두들기고 '저기요~!' 하고 부른다.
- 아이가 아픈 건 알겠는데, 우리가 언제까지 참아야 해요.
이 이야기 너무 많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아픈 것이 아닌데, 왜 아프다고 그래요? 따지고 싶다. 그러면서도 젠장, 나는 방울 토마토 한 박스 사가지고 다음날 그 집앞에 놓고 편지도 써보고, 죄송하다고 고개도 조아려보곤 한다. 그러다 안 되면 그럼 우리 애는 걷지도 못해요? 그쪽도 아들 키워 보셨잖아요? 절대 사과 못해요! 엄마도 못 됐네... 이러면서 싸우기도 했다. 정말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었다.
여하튼... 그렇게 또 한 명의 엄마, 또 한 명의 아이가 죽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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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선생님 방문 당일...
사실 활동지원 시간이 좀 적게 나와서, 다음에 잘 부탁드린다고, 잘 부탁드린다고 신청서 낼 때부터 조아렸다. 그래야 활동지원 선생님도 나한테 배당되는 시간이 그래도 길게 일하시고 급여도 두둑하게 받으실 수 있으니까. 말하자면 알바들이 더 일하고 싶어도 대표가 시간표를 적게 짜놓으면 고만고만하게 돈 벌어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혜성이는 아무리 방학이라도 늘 돌봄교실에 갔었는데 이날은 안 가니까 기분이 좋나 보다. 마루에서 내내 종이컵 쌓기 놀이를 한다. 10시 30분에서 11시 사이에 오신다던 선생님이 아주 정확히 10시에 탁탁탁 우리집 문을 두들기셨다. 나는 우리 딸 중학교 때 체육복 반바지를 입고 미처 갈아입지도 못한채 선생님을 맞이했다. 아, 안녕하세요?
- 일찍 오셨네요?
내가 한 말이 아니다. 혜성이가 건넨 인사다. 어머, 얘가 왜 이래.
거짓말처럼 생소한 모습을 보았다. 원래 이 아이는 누가 집으로 들어와도 잘 쳐다보지 않는다. 물론 내가 오면 더 안 쳐다본다.
안경에 김이 하얗게 서린 채로 서서 만두를 보는 선생님은 일단 빨리 일을 하고 나가고 싶었던 것 같다. 안경에 김이 서린 채로 질문을 한다. 얘 얼굴이나 보일까.
- 안녕. 이름이 뭐야?
- 문혜성이요.
- 몇 살이야?
- 열 한 살이요. (꺅. 지난 주까지 너 열 살이었잖아!)
- 몇 학년 몇 반이야?
- 3학년 6반인데요, 4학년 때는 몇 반인지 몰라요, 아직.
다른 아이들은 그냥 평소에 하는 말인데 나한테는 난생 처음 듣는 능숙한 어투여서 머리 양쪽으로 번개가 친다. 와 이렇게 말을 잘했던가! vs. 아니 이렇게 멀쩡해서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 적게 나오면 어쩌려고!
그렇게 조마조마하게 15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실사 선생님이 나랑 이야기를 다 하고 나가시니까 혜성이가 묻는다.
- 이제 끝이에요?
- 어, 다 끝났어.
- 또 안 와요?
- 어, 안 와. 편하게 놀아.
- 1번, 2번 또 안 와요?
- 어, 안 와.
가끔 상상한다. 이 녀석이 말 진짜 잘 할줄 아는데, 못하는 척 하는 거라고.
예전에 습작으로 시나리오를 한 편 쓴 것이 있는데, 크리스마스 하루만 아이가 갑자기 재잘다며 나랑 이야기 하고 26일 아침에는 다시 말 못하는 아이로 돌아가가는 이야기다. 제목은 <프레젠트>였다. 그 시나리오를 쓸 때는 아이가 말을 한 마디도 못할 때여서 쓰면서 많이 울었다. 그런데, 실제로도 이 선생님이 가신 후 감쪽같이 1번, 2번, 이러면서 예전의 혜성이로 돌아왔다.
"일찍 오셨네요?" 그 자연스러운 말투, 어디서 온 걸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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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이 자폐아라면... 흠...
제일 답답한 일은 '내가' 평생 훨훨 날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 놔두고 평생 어디 길게 못 간다. 제주 한 달 살이 나 혼자 하겠나? 못 한다. 유럽 여행? 제일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이 유럽 여행인데, 현실적으로 보름이나 집을 비울 수 없다. 아직까지는 방법이 없다. (할 길을 마련은 해보겠지만...)
혜성이 화장실 갔다 나오면 꼭 연습시킨다. 그리고 묻는다.
- 혼자 휴지로 닦을 수 있어요? 엄마 없어도 할 수 있어요?
꼭 이렇게...
아이가 자폐라고 병원에서 말 들은 엄마, 아빠들... 너무 속상하고 내 인생 씨발 이게 뭔가 하고 콱 죽고 싶겠지만, 죽지는 말자. 길이 있다. 분명히 있다. 겁내지 말고 걸어가자. (아니, 어떻게 하라고!) 그냥 덥썩 손 잡고 가야지.
24시간 아이에게 붙어있으면서 뱅뱅 돌지 말고 가끔은 숨통 터서 살기를 바랄 따름이다. 장애인, 아픈 사람 돌보는 사람들의 24시간에 드리고 싶은 말씀이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내 시간, 휴식 시간, 공부할 시간 가지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나에게 아주 이기적으로 전하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