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지푸라기. 한 줄기 빛. - 공통점

세상에 나왔다면 즐겁게 놀다 가, 봄.

by 황섬

나는 2014년생 발달장애 친구를 키우고 있다. 열 살짜리 수영선수다. 사실 장애아 엄마로 아이덴티티를 크게 가지고 살고 있지는 않다. 어떤 부모님들은 인간의 발달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하면서 결국 본인이 필드와 임상을 갖춘 전문가로 거듭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그저 엄마다. 아이랑 함께 자라는...
아들은 언어장애가 있는지라 어려서는 돌고래 소리 내는 것으로 자기 감정을 표현했고, 조금 커서는 단답형으로 소통을 이어나간다. 지금 말 많이 늘었는데 다크써클이 내려올 정도로 질문이, 마치 우리가 짧은 영어실력으로 회화하듯, 하루에 수천 가지다. 혼미한 정신으로 답하면서도 뿌듯하다.
아들의 별명은 만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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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아 만두(아, 이렇게 엄마가 아들의 이름표를 다시 만드는 것도 역겹지만, 이해를 위해 이번만 하고 슬슬 본명을 찾아주고 싶다)의 생활, 그리고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더 '극뽀옥' 해야 하는 부분들도 엄마의 시선으로 쓰고 싶다.

오늘, 그래서 다녀왔다! 의학과 비의학의 경계선. 아, 어디로 널을 뛰어야 할지 모르겠다.



만두를 데리고 병원 말고 다른 치료법을 설파하시는 분께 갔다. 어쨌든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하니까.

만두를 한참 침대에 눕혀서 친하게 이야기도 하면서 긴장을 풀면서 전신 마사지를 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너무 간지럽다, 간지럽다 한다. 한참 있다가 나보고도 침대에 누우라고 했다. 만두와 손을 잡으란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의 취약한 면을 알아내는 분이었다. 두 다리에 힘을 꽉 쥐라 하면서 내 다리가 넘어가는정도를 보고 검사를 진행했다.

결론. 만두의 취약한 면은 오른쪽 뇌와 오른쪽 귀라고 하셨다.

보통 사람들이 양쪽 귀로 11치를 듣는데 만두는 왼쪽이 7, 오른쪽은 그의 50%도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말이 제대로 들어올 리가 없다고. 차라리 같이 7이면 7이고, 같이 3-4면 그나마 거기에서 들을 것은 들을 텐데, 이렇게 불균형하면 아예 발화를 하는 아이를 거의 볼 수 없다 하신다.

만두가 지금처럼 발화하는 것은 아이의 필사적인 노력, 뇌의 피로가 따랐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머리가 좋은 아이라 앞뒤 맥락 짚고 때려 맞춰서 아, 엄마가 혹은 아빠가 이 이야기를 하는 거구나...로 시작해서 수시로 조합하고 언어를 배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사실 나는 이 이야기 듣고 눈물이 났다.

크게 들리는 소리, 즉 명사들은 어떻게든 알아듣는데 세밀하게 뭉개듯 지나가는 조사나 다른 표현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만두가 받아쓰기 하는 것 보고도 대략 짐작을 했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잘 알아듣는데 맞춤법을 몰라서 못 쓰는 것이 아니라 달리 들리는구나. 이것 때문에 문장 하나하나 불러주듯 다시 이야기해주었다. 다시 들어보라고.

지금도 만두는 조사가 거의 '일본어' 수준이다. ㅋㅋㅋ

'은는이가'가 제자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엉망이다. 톡 까놓고 이야기하면... 와타시와........ 아나따노..... 수준... ㅋㅋㅋ

사실 많은 부분, 그 선생님의 말씀에 일리가 있었다.

선생님은 이 아이의 머릿속에 돌아가는 많은 생각들을 어떻게 밖으로 끌어내실 생각이었냐고 물었다. 아이가 학교 들어가서 비로소 발화가 되고 조금씩 나아져서 계속 기다릴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아이의 특이점, 열만 나면 경기했던 것도 짚어내 주셨다. 얼마 전 아이 독감 걸렸을 때 38.5도 넘어가니 또 눈에 흰자위 보이고 검은자 넘어가는데 정말 얼음물로 쏟아 붓듯이 하니 돌아왔었긴 했다.

오른쪽 뇌를 강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주신 것이 오른쪽 눈을 가리고 왼쪽 눈으로 촛점을 맞추기. 그리고 플라스틱 안경 하나를 꺼내서 오른쪽 반을 반창고로 가리고는 그걸 평소에 쓰라고 하며 주셨다. 만두는 별로 불편해 하지도 않고 와, 멋있다, 와, 잘 보인다! 하고 좋아하며 내내 쓰고 있다.

"잘 보일 거예요. 불편은 없을 거예요."

선생님이 안경 씌우면서 말씀하셨는데 진짜 별 불편없이 쓴다.

(솔직히 이 안경으로 진짜 제대로 아이한테 검사한 것 맞아? 그 생각이 들음)

나는 조용히 만두한테 놀이터 가거나 다른 친구들 있을 때는 이 안경 쓰지 말고 집에서 쓰라고 했다. 벌칙 안경 같아서 쓴 것 보면 진짜 웃긴다. 사진은 안 찍었다.

이 선생님은 발달장애의 거의 모든 것은 신체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셨다. 사실 나도 만두 2-3살 무렵 호된 열경기를 겪고 난 뒤 갑자기 온 언어장애였던 지라 동의할 수 밖에 없었고.

돌 때쯤 아이가 하는 말은 안녕. 원장님. 선생님. 엄마. 등등.... 그런데 그 이후로 '안녕'이라는 말을 되찾는 데에 3년은 걸렸다.

그래서 이 선생님의 검사에 뜨악하긴 했으나 일단 맡겨 본 것이었다.청력의 불균형도 일면 동의했다.

그런데, 내가 동의하면 무엇하나. 아이가 나아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꾸준히 이 선생님의 솔루션을 따라야 하는데 여러가지가... 좀 저어하게 했다. 그리고 이런 선생님만 있으면 발달장애 아이들 다 고치게? 이런 생각도 들기도 하고.

검사도 거의 다 끝나고, 아이 맛사지도 다 끝나가는데...

만두가 틱을 다시 너무 심하게 하는 거다. 고개를 끄떡 끄떡거리면서...

- 혹시 동종 요법 아세요? 검사에 아이 DPT가 걸리네요. 백신 맞을 무렵 아이 상태 살펴보시고 추적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추가 접종 18개월 무렵.

놀랍게도 아이 열경기. 이유 없이 바이러스 6개 걸려서 내가 마음 준비를 하던 때랑 일치하기는 한다.

오케이. 여기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그 알약통을 무슨 이상한 기계에 넣어서 레버 하나 내리고 위이잉 돌려서 해독제라고 주셨다.

7080 SF 영화 소품도 아니고... 사진 찍고 싶어 미치겠는데 못 찍었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열광한다.

아, 제대로 된 선생님 만났구만! 백신에 중금속이 있어. 거기에 중독된 거야. 워낙 수 년전부터 남편이 나에게 귀가 마르고 닳도록 한 얘기였다. 그래서 백신 맞추지 말라고 결사 반대. 코로나 백신도 사실 나도 겁이 나서 안 맞추긴 했지만, 뭐 이런....
동시에 만두가 어려서부터 주변을 그렇게 괴롭게 했던 돌고래 소리도 그쪽 소리밖에 감지가 안 되어 냈던 소리는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제대로 종합병원 가서 청력 다시 검사하려고 한다.DPT 해독제는 먹일 생각도 말라고 남편한테 말했다. (매우 섭섭해한다 ㅋㅋㅋ) 만두의 어수룩한 발음만 고쳐져도 나는 참 행복하겠다. ㅎㅎㅎ

"혹시 이런 쪽의 치료법에 대해 아시는 분들, 잠시 잠깐이라도 경험해보셨던 분들은 장점, 폐해, 가리지 말고 조언 좀 주세요. 엄마가 조금 애가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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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습니다. 특히 발달장애 지원으로 든든한 김성남 선생님께 받은 댓글.

[김성남 선생님]
망설이다가 적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와 영국에서 공식적으로 정부가 금지시킨 치료법중에 하나가 동종요법 같은 건데… 과학적으로 오랫동안 검증된 걱이 아닌 것들은 가급적 안하시는게 좋습니다. 자폐는 아직까지 전세계 과학자들조차 그 원인도 정확히 다 밝혀내지 못한 장애에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치료법이 나올 수는 없는 거잖아요.

해보고 싶으시면 하셔야겠지만, 이런 요법(?)들은 민간요법이나 침으로 자폐 고친다는 거와 별 차이 없는 것들이거든요…


[황섬]
감사합니다. 선생님! 오늘 해보고 또 갈 생각은 없어요. ㅎㅎㅎ 갑자기 DPT가 아이 검사 결과에서 나왔다면서... 진짜.. 웃긴 게 보드판 세 개 아이 몸 위에 올려 놓고 하는게 ...... <지구를 지켜라> 같은 영화 같았어요.
그런데 청력 검사는 꼭 해봐야겠어요. 이건 아이 받아쓰기 할 때 제가 알았던 것이라서요. 제대로 못 알아 듣는구나. 그런데 그것이 청력의 문제인지 혹시 롤리팝 같은 우리 아이 뇌인지... 알고 가야 할 것 같아요.


[김성남 선생님]

아마 청력이 아니라 청지각의 문제일 겁니다. 난독증이 있는 아이들도 청지각(신경)의 문제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요. 청력보다는 청지각으로 보셔야 하고 그건 인지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이죠. 시지각과 청지각은 인지 과정의 첫단계이니까요.


[황섬]
'청지각'의 문제. 청력과 어떤 것이 다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이쪽으로 조금 더 알아보고(공부하고...라는 말을 썼다가 지웠어요. 공부하면 그냥 나만 알고 끝나는 것 같아서요) 어떻게든 지원해줘야겠어요. 이 녀석. 사실 이 개구장이.... 세상 나왔으면 즐겁게 놀다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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