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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Jan 25. 2024

열한 살, 드디어 착석 성공!!

우리 가족이 외식에 성공했습니다!

세 살 무렵 자폐 판정을 받은 우리 혜성이는 외식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그래도 매년, 음식점에 끌고 나가 연습을 엄청 많이 했다. 젓가락질, 편식타파, 착석… 나름 트레이닝이었다. 

마트 가서 탠트럼(아이가 발작처럼 울어대고 바닥에 누워 악 쓰는 것들)이 오면 정말 내가 할 방법이 없었다. 

혜성이가 커서 아이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니... 자기가 하는 말은 지구별에서는 통하지는 않고, 어떻게든 소통은 하려고 악악대고 돌고래 소리는 내는데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가 닿지 않는다. 얼마나 답답할까. 


오늘은 일부러 햇반, 김, 미역국 안 가지고 왔다.

현지식(?)에 적응하라. 

오늘의 미션.

저녁으로 혜성이가 그동안 먹었던 짜장면을 먹을까 하다가 모험을 해봤다. 순대국 식사.



순대국과 갈비탕이 나오고. 

한참 맛있게 식사를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혜성이가 파도 먹고, 팽이버섯도 먹는다. 탄성을 터뜨렸다.


- 아이고~ 열한 살 되니까 이제 좀 살겠다!!


다른 집 식구들 외식하는 것 보면서 그렇게 부러웠는데… 음식점만 들어오면 소리 지르고, 타타타타 달려나가고…. 아이 잡느라고 식사 중 담소는 상상도 못했는데, 오늘은 편안히 식사와 소주 한잔 중이다.



우리의 목표. 

이런 무난한 식사가 축하받을 이벤트가 아닌 하루하루 소중한 일상이 되길. 


그리고, 길고 긴 마라톤을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나아간다. 언젠가는 이렇게 작게나마 크게나마 변화하니까, 나아지니까 함께 기다려보자고 세상에 질러대고 싶은데, 이것마저도 조심스럽다만... 아이는 앞으로 나아간다. 

이렇게 우리집 말고 다른 음식점에서 아이와 마주보고 조용히 식사를 할 날이 올 줄은 기대도 하지 못했었으니까. 아이 세 살 무렵, 구리의 한 만두집에서 겁도 없이 아이랑 둘이 식사하러 갔다가 바닥에 누워 발악하는 아이 끌어내며 눈물 흘렸던 날이 기억난다. 오늘은 쾌거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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