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우리를 내려다볼 때

심리상담을 시작했습니다.

by 황섬

저 위에서 신이 우리를 내려다보았을 때 온통 머리통만 보인다고 한다. 다들 걷고 뛰어다니니까.

한국, 일본, 중국 쪽을 바라보면 대충 검은 점으로 알알이 찍혀 있겠고, 다른 대륙에 가면 금색, 은색, 밤색, 검은색 알록달록하겠지.


그런데, 그중 바닥에 넘어지고, 힘들어 쓰러진 사람들을 신은 더 오래, 유심히 바라본단다. 그제야 사람들의 온몸을 다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음 끓게 억울한 일이 생겼을 때 미주알고주알 세상에 다 이야기하고 다닐 수는 없다. 그래도 적절하게 마음을 풀 방법은 마련해야 한다.


지난주부터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너무나 오래된 마음의 문제가 이제 나이 들면서 많이 삐그덕 대는데, 아닌 척하는 것도 한계에 부딪혔다.


- 저도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지혜로운 어른.

- 우울한 사람들은 이런 생각조차 못해요. 아주 좋아요


사실 선생님이 먼저 손을 내밀어주셨다.

페이스북에 올리는 내 글을 오랫동안 읽으시고는 SOS를 감지하신 것이다.

(내 손으로 적기가 좀 쑥스럽지만) 재능이 너무 아깝다고, 이 좋은 소재를 글로 풀어낸다면 무궁무진할 텐데 속으로 끙끙대며 가지고만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지난주, 한 시간 정도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리 잠시 이야기한 것으로 미루어봐도 가슴이 꽁꽁 얼어붙어있는데, 이건 전문적인 손길이 가 닿아야 할 것 같았다고 하셨다.

특정 문제만 왔다 하면 분노버튼 급작스레 눌리듯 어린아이처럼 밖으로 터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인데, 지금 이것 다지고 나아가지 않으면 육십, 칠십도 죽을 때까지 이 문제만은 이리 어린애 상태로 살다가 끝날지도 모른단다.


브런치 글 중 우연히 이런 제목을 봤다.

[우리 엄마, 아빠 눈에 눈물 줄줄 흐르게 만들 거다]

정확한 워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이해한 뜻은 일치할 것이다. 나와 비슷하게 어떤 이유로든 부모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이의 일갈이다. 속이 다 시원했다. 나도 우리 부모님이 내 앞에서 두 무릎을 꿇고 내가 생각이 모자랐다고 미안하다고, 너 크면서, 이후에도 많이 힘들게 한 것 정말 몰랐다고 펑펑 울었으면 통쾌하겠다. 차라리…

이렇게 저 글쓴이와 같이 야무진 마음이라면 치유가 빠르다.

그런데, 나는 부모님이 나 때문에 욕을 먹고, ‘부모욕’이나 하고 다니는 경우 없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기가 너무나 두렵다. 이 비루한 양가감정……


- 엄마가 내 머리채를 잡으면 머릿가죽이 위로 쭉 잡아당겨져서 세상이 흐리게 보였어요. 서양인이 동양인 멸시할 때 하는 그 눈 쭉 찢어지게 하는 것처럼 되니까요. 한참을 맞다가 안방에 쿵 내동댕이쳐지면 머리가 꽝 부딪쳐서 코가 찡해지면서 이상한 냄새가 났어요.

그 냄새인 듯 아닌 듯한 것을 맡으면서 안방에 누워 있으면 한참 있다가 머리 부딪쳐 아픈 것이 좀 사라지면서 몸이 노곤해졌어요.

그리고 안방 창문 밖으로 파아란 하늘이 보이는 거예요. 그 하늘로… 아마 바람이 불었나 봐요. 하얀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요.

그걸 누워서 멍하니 봤어요. 이제 다 맞은 줄 알았거든요.

그러면 또 엄마가 나를 잡아 일으켜요. 때리려고…

언제 끝날 지 몰라서 더 무서웠어요. 그때 지르던 내 비명소리가 기억나요.


엄마는, 그리고 아빠는 내 기억에 또렷이 각인된 이 일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옛날 애들은 다 맞고 컸다고, 너만 너무 예민하다고 혀를 끌끌 찼다.

언제까지 부모탓이나 하고 살 것이냐면서.


이런 끔찍한 글을 환갑, 칠순 때까지 쓸 것인가.

아니다.

깨끗이 잊을 수는 없겠지만, 엄마한테 다 맞은 줄 알고 노곤해지던 그 안도감으로 남은 인생, 충분히 채워져야 하지 않겠나.


선생님은 앞으로 우리가 할 상담, 녹취 기록해도 좋다고 하셨다. 아니, 글로 쓰라고 하셨다.

혹시 아나. <죽고 싶지만 떡볶이가 먹고 싶어> 저리 가라 할 기록이 나올지?

정말 다행인 것은 나는 죽고 싶은 생각이 1도 없다는 것이다. 삶이 너무 재밌다. 화도 불끈 내고, 사는 것도 으쌰 재밌고, 사랑도 뜨겁게 하는 나.

사랑해줄 때도 됐다.


신은 지금 나를 유심히, 아주 유심하게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다. 분명하다. 지금 잠깐 고개를 벌떡 쳐들고 웃어줄까. 고맙다고.



울산의 해돋이. 직찍!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된다. 그게 돈 주고 사서 만든 인간이어도 좋다. 아니면 고마운 사람이다. 분명하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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