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지난 2월 14일, 또 하나의 큰일이 있었다.
20년 장기전세 청약에 서류제출 커트라인까지 뽑힌 것이다. 3배수 정도를 뽑는다고 하는데, 생애 최초로 청약 사이트에서 내 이름을 보니 기분이 묘하더만.
다행히 4학년이 되는 아들의 중학교도 지금 사는 아파트 학군이어서 눈이 번쩍 뜨이긴 했다.
그러나, 청약 당첨 같은 것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아, 나 이 동네 알아.'하고 그냥 막 집어 넣은 건데, 세상에... 나중에 자세히 알고 보니 48평! 장기전세계의 프리미어 펜트하우스라고 난리.
5억도 안 되는 전세가로 48평 아파트를 20년 동안 살 수 있다는데 이런 개꿀!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내 일' 같이 여겨지지는 않는 건지...
솔직히 나이 50이나 먹어서 내 집 한 칸 없이 이런 이야기 sns에 올리는 것, 조금 부끄러운 일인 듯도 하지만... 그래도 오며 가며 주고받는 이야기 중에 많은 정보 얻는 곳도 또 이곳이라 올려본다.
얼마 전 쿠팡과 이주영 감독 사이의 드라마 '안나' 소송 판결문이 나와서 봤는데... 거기에 기재된 각본료와 감독료................................
그 정도는 작품을 써야 이사 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오늘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썼다.
(이게 어제 일기)
아니, 이 무슨... 코미디 같은 일이 하루 만에...
결론부터 아뢰오면 제43차 장기전세주택 청약은 물 건너갔다.
내가 청약한 48평 짜리 집은 청약종합저축 통장에 600에서 천만 원이 들어가 있어야 청약이 가능한 집인데, 꼴랑 315만 원 부어 놓고 신청을 한 거다. 물론 기간은 다 채워져서 1순위 이미 24개월 인정은 됐는데...
게다가 남편 돈, 적지 않은 돈이 청약 공고일 이후 천만 원 이상으로 맞춰서 들어간 지라 인정은 인정대로 안 되고, 돈은 돈대로 못 빼고...
"우리가 그렇지 뭐..."
"이 집에서 더 살지 뭐..."
"그러지 뭐... 내 돈이나 줘."
"청약 통장은 중도인출이 안 돼."
이 상황에서 길길이 날 뛸 남편들 있을 것도 같은데, 그냥 아놔~ 하고 끝나는 솔라시도에게 감사.
누나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묵동 개 편한 세상 아파트, '현금 박치기'로 멋지게 들어가게 해주마!!!!!!!!
넌 이삿짐 센터나 비딩붙여 섭외해라!!!!!
p.s. - 이상하게 타로 카드는 죽어라 못 간다고 계속 나왔었다. 매번 뽑을 때마다 이번에 안 된다고...
그런데도 서류제출자 명단에 들어가 있어서 이거 이거, 타로의 메시지를 거스르는 황섬! 이러면서 내심 자랑스러워했었는데...
그냥 뒤돌아 다시 황야로 간다.
(브금. 안데스 산맥의 팬플룻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