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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Mar 04. 2024

새로운 도약, 4학년 1학기!

늙은 엄마의 하루

만두가 이제 4학년 올라가는데 덩치로만 보면 한 6학년, 중1 같다.

그런데도 학교 마친 뒤에 계속 돌봄 교실을 보내고, 게다가 방학 때까지 돌봄 교실을 보내다 보니 아무래도 눈치를 준다.

도대체 일하는 엄마들은 어떻게 아이들 방학을 보낸단 말인가. 나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트북 앞에 앉아서 일을 하고 싶었지만 이런 알짜배기 날은 1년 365일 중 하루, 이틀 나올까 말까이다.

하루에 쨍하게 집중해서 4시간 일하면 정말 많이 일하는 것이다.

이번 방학 때도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돌봄 교실을 보냈는데, 아이가 진짜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종이접기만 한단다.

나는 일은 해야지, 그러려면 아이는 맡겨야지...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보내는 거였는데 가방 안에 가득 쌓인 각종 공룡, 산타 할아버지, 병아리, 기상천외한 종비 비행기, 로켓들을 보니 너무 미안했다.


- 혜성이, 돌봄은 왜 가요? 가면 동생들만 있어요. 진짜예요.


어느덧 코밑이 솜털이 송송, 시커메져서 이 말을 하는데 마음이 너무 안쓰럽다. 게다가...

방학 동안 만두 수영 시간이 변경이 되어서 돌봄 교실에 12시 40분에 하교 지도 부탁 드린다고 문자 연락을 했더니 당장 띠리링 띠리링~ 연락이 왔다.


- 어머님, '자꾸' '이런 식으로' 시간 변경하시면 안 돼요. 저 혼자, 아이들 돌보고 있는데, 혜성이 어머님 맘대로 하교 시간 변경하시면 안 돼요.


참, 요즘 들어 완장충들한테 개소리 많이 듣는다.

혼자 아이들 돌보느라 일일이 하교 지도 하기 힘들고, 거리 먼 것은 안다. 그러면 보안관 선생님께 부탁을 하든, 데리러 오는 사람(엄마나 활동 지원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든지 해서 시간을 만들어줘야지...

돌봄 교실은 그만두기로 했다.

아이 데리러 갔다가 그 선생 얼굴을 보니 '나, 일 하기 싫어요'가 가득하다.

아이 언어가 원활하지 않아서 학원도 보내기가 어렵고,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만 하고 있다가 맞은 직격탄이었다.

어차피 만두 근력 운동도 해야 해서 아파트 바로 앞에 태권도를 보내려고 했는데, 얘가 일주일에 열 시간은 족히 운동하는 지라 또 운동하는 것은 지긋지긋한가 보다.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  같은 특수반 아이 엄마 덕분에 발달장애인 돌봄 센터를 알게 됐다. 방학 때도 하루 종일 즐거운 프로그램들이 뿜뿜 넘친다.

할렐루야!!!!!!!!!!!!!!!!!!!!!!!!!!!!!!!!!!!!!!!!!!!!!!!!

우리집에서 걸어서 10분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그나마 조금

문제는 우리 만두가 그 10분,  15분 잘 걸어 다녀야 한다는 것. 비 오는 날이든 눈 오는 날이든...

길 잃어버리지 말고, 누가 과자 사준다고 해도 따라가지 말고...

물론, 만두 녀석이 이 길을 외우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안심이 안 된다. 언어가 원활하면 우리집은 신내 몇 단지 어디 어디인데요... 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텐데...


- 엄마, 혜성이 센터, 버스 타고 다닐래요. 이 길에 ****번 버스가 다녀요. *단지에서 타면 우리은행 앞에 내려요. 혜성이 버스 타고 다닐 거야!


그래서 보니까... 어머! 진짜네? 딱 우리집 앞에서 ****번 버스를 타면 센터 앞에 내리네?

얘는 우리 동네 버스 노선을 모두 머릿속에 넣어놓고 다니는 것 같다.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 아들 천재! 짝짝짝 ㅋㅋㅋㅋㅋㅋ)


다음 주, 개학 첫 주다.

마음이 내내 불안 불안하다. 어쨌든 매 학년 건너올 때마다 늘 잘해왔다. 생각보다 훨씬...

핸드폰에 Find My Kids라는 어플을 깔았다.

우리 아이 핸드폰이랑 연결해서 아이 위치는 물론, 아이가 혹시 전화를 받지 않아도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능까지 있다.

와, 정말 세상 살기 좋아졌다. (이 어플 악용해서 스토킹 하는 인간들도 나오기도 하겠다만... ㅠㅠ  끙!)

일단 우리 만두, 학교 돌봄 교실, 3년 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이제는 안녕. 



여기까지가 어제까지의 내 상태.

오늘, 간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글작업 마무리 해야 할 것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아들 녀석이 새벽 여섯 시에 깨 버림. 아무래도 새 학년 첫날이라 마음이 설렜나 보다.

사랑반 겨울방학 숙제 마무리를 짓고(새 학년 아침에 마무리 짓는 이 내공!), e- 알리미에 있는 준비물 미리 준비한 것 스스로 가방에 집어넣게 하고, 물통과 수저통 챙기고, 새로운 실내화를 신고 환호성을 지르다가 등교.

그때부터 나는 또 미친엑스 모드로 들어가서 일하려는데... 아, 왜 고등학교는 10시에 끝나는 것일까.

옆에서 덜그럭 덜그럭거리면서 뭔가 먹을 것을 챙겨 먹는데, 화를 낼 수도 없고, 울고 싶고...

그래도 우리 딸 아점을 해 먹여야지 하면서 끼영차! 일어나서 뭔가를 챙겨주고... 또다시 앉아서 일하다가 12시 30분에 하교하는 녀석 데리러 가야 하는데 세상에... 나는 씻지도 않았다.

15분 만에 샤워를 하고 간단 화장 완료하고 아이 픽업 완료. 겨울방학 때 못 간 치과 가서 이빨 빼고, 돌봄 센터에 가서 상담, (신청서를 5장 정도 적어야 하는데, 노안 와서 눈 안 보이는 것 괜히 창피해서 어질 거리는데 꾹 참고 씀 ㅠ) 활동 지원 선생님과 시간 조율 통화 4회, 그 와중에 1도 안 도와주려는 얄미운 남편과 푸닥거리 2회, 사랑반 담임 선생님과 통화 1회, 언어센터 통화 1회, 서울시 체육회 선수 등록처와 통화 1회, 반 오픈채팅방 가입 완료...

3월의 첫 주.

나만 정신없는 것은 아닐 텐데... 회사 다니는 엄마들은 어떻게 일하는 것일까. 왜 아빠들은 이렇게 남의 일 보듯 하는 것일까.

한 달에 이리 종종거리고도 500만 원도 못 받는 건 말이 안 될 것 같다. 적어도 패밀리 매니지먼트 피로 700-800만 원은 족히 책정되어야 할 것 같다.


너덜너덜하다, 하루...

나는 또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해야 하지만, 뭐 아픈 사람 없으니 됐다.

남편까지 늙어가지고 이번 주에 학교에 입학한 터라 월, 수 저녁은 꼼짝없이 묶였다.   






아무런 교훈도, 감동도 없는 글... 죄송합니다.

이런 글 뭐 재밌다고 시간 내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오늘은 제가 행운의 화살 한 방씩, 아무리 바쁘더라도 실제로 쏘고 자겠습니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댓글과 하트... 는 사랑의 멜로디.

노래하세 파...럼펌펌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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