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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Mar 10. 2024

풍파는 내가 맞겠다.

너는 소년미를 지켜라

사랑을 하려면 니키 리 같이 해야지.


남편의 '소년미'를 잃으면 안 된다며

"풍파는 내가 맞겠다, 너는 젊음의 아름다움을 지켜라."

사랑하는 남자에게 이 정도 선언은 해 줘야 상여자 아닌가 하는 생각을 주말 내내 해봤다.


니키 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잘 몰랐다가 일전에 유퀴즈 나온 것 보고 알았다. 남편이 배우 유... 누구라는데, 그 사람도 누군지도 잘 모르겠고.

이 둘의 러브 스토리야 워낙 유명해서 패스.

그동안은 니키 리 멋있다는 생각 정도만 했었다. 남편 19년 무명 생활을 끝까지 함께 해주는 것,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본인이 선언한 대로 '파도는 여자가 다 맞았고 남편은 미모만 남았네...'라는 정도까지만.


얼마 전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유태오가 주연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심 기뻤다.

방송으로만 이야기 들었을 때 저 부부 그동안 참 고생 많이 했는데, 아내가 오십 줄을 훨씬 넘고 나서야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기는구나...

갑자기 남편 나이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유태오가 벌써 마흔 살을 넘겼다. 고생 진짜 오래 했다.


오늘 유퀴즈를 봤다. 이 남자 울 때 나도 울었다.

한때는 통장 계좌 잔고가 0원인 적도 있었다고 한다.

나도 0원인 적이 있어서 크게 공감하는 바, 그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건 그냥 통장에 빵원, 나 돈 없어. 이것만이 아니다.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한 군데가 연체라는 뜻이다.

(내가 왜 이 구절을 빨간색까지 쳐가면서 썼을지...)
예를 들어 잔고에 2300원. 이 또한 절망적이기 짝이 없지만, 가까스로 연체는 면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압박이 조금 덜하다.

한 번은 둘이 장을 보러 나갔는데, 신발 잔뜩 쌓아 놓은 데에서 아내가 신발을 집었다 놨다 하는 것을 봤단다. 그리고 맛있는 포도를 보고도 집었다 놨다... 이걸 보고, 다시는 이렇게 만들지 않겠다 각오하고 정말 열심히 할 거라면서 눈물을 흘리는데...

이렇게 하는 남자를 어떻게 져버리나.

조세호가 아, 지금은 그래도 샤인 머스켓 정도는 사 드실 수 있지 않냐며 분위기를 타파해 보려고 너스레를 떠니까 냉장고에 잔뜩 있단다.

그래, 인생 이거지.

포도 먹고 싶어도 너무 비싸서 섣불리 집지 못했던 살림에서 샤인머스캣 한 송이에 말도 안 되는 숫자의 가격표 달고 있는 포도 정도는 잔뜩 쟁여둘 수도 있게 된 삶.

이걸 보니 니키 리가 왜 풍파는 내가 다 맞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유태오 배우는 나중에 얼마나 성장할지 아무도 모르지만, 더 큰 배우가 되어도 아내의 '오후 네 시'를 늘 곁에서 지켜줄 것만 같다.

<패스트 라이브즈> 영화의 주연으로 최우식을 제치고 정해졌을 때, 이 두 부부가 얼마나 좋아했을까.


그런데, 기본적으로 상대는 유태오다.

니키 리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냐는 질문에 정말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잘 생겼잖아요."

여기까지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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