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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Mar 02. 2024

웰컴 투 차박 라이프

차도 없는데 써 보는 본격 김칫국 포스트 

남편이 세금 때문에 미치겠단다. 버는 족족 다 빠져나가서 그거 갚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단다. 

나도 그렇고 남편도 거울 보듯 똑같이 세알못에 재린이인지라 아마 어디 몇 군데에서 구멍이 뻥 뚫려 있을 것이다. 에휴. 

그러다가 남편이 법인 차량으로 차량을 구매하겠다고 했다. 카니발과 같은 9인승이나 경차만 부가세 환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몰고 다니는 거의 6-7년 정도 된 차량을 중고로 팔고 나보고 이 차를 운전하란다. 


카니발? 

한 20년 전쯤인가 박영규 아저씨가 운전대를 잡고, 미달이네 식구들이 모두 어디론가 여행을 간다는 콘셉트의 광고가 번쩍 떠오르고... 그리고 9인승이면 이거 너무 큰 것 아닌가... 너무 크면 주차는 또 어떻게 하지... 이러한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운전 경력은 30년이 넘는데,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일 년에 한 번은 꼭 잔사고가 나기도 하는 덜렁이다. 


이렇게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그래도 댓글 반응들이 신속하게 촤라락~ 달리는 페이스북에 의견을 한번 구해보자 싶어서 글을 올렸다. 역시나 '차'에 관심이 많은 남자분들, 이미 카니발과 같은 대형 차량을 애마로 몰고 다니는 분들의 성실한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주차에 대한 걱정이 주를 이루었다. 어떤 여자분도 아마 나와 같은 이유로 카니발을 몰고 다니게 되었는데, 주민센터 갈 때나 시장 갈 때 주차하기가 골치 아파서 결국은 자전거를 사셨다는 의견도...


그러나, 그중 내 눈길을 몹시도 강력하게 잡아끄는 한 단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차박! 

여기저기 무작정 여행 가는 것 좋아하고, 게다가 혼자서 바다, 강, 산 구경하다가 와인 한두 병에 보글보글 맛있는 안주만 있다면  내 가는 곳, 내 서있는 이곳이 무릉도원인 나로서는 안 해볼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이런 것이 보이기에, 장난삼아 해봤다. 


캠핑은 일단 장비 구비하는 것 때문에도 그렇고, 혼자 다니면서 텐트 치기가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캠핑 시작하기도 전에 질릴까 싶어 엄두를 못 냈었는데, 차박? 



겟차 블로그


 


'카니발'을 몰아보기로 결심했다. 용기 내 봤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차박'에 도전해 본다. 

차박러들이 공유하는 캠핑 사이트도 굉장하다. 샤워, 화장실, 편의시설 등이 주변에 잘 갖춰진 곳도 많다. 

갑자기 심장이 쿵쾅대는 듯하다. 


한 6년 전에 차를 한 대 구하려고 상담을 받았다가 내 신용상태고 뭐고 다 안 맞아서 포기했던 적이 있다. 

남편은 어떤 일을 추진할 때 나만큼 진격의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터라 내가 남편 회사차를 알아보려고 그때 그분께 연락을 했다.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영업하시는 분들의 이 놀라운 기억력은 정말 존경스럽다. 

몇 마디 나누고 나서 착착착 카탈로그 보내주시고는 원하는 사양, 컬러 등등 정해주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정도 기다려야 하는지까지 알려주셨다. 

생산으로 가면 가솔린/디젤은 3~4개월, 하이브리드는 12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성질이 급한 나는 당장 봄, 봄, 봄이 되는 다음 달부터라도 차를 받아봤으면 좋겠지만, 조금은 기다려보기로 한다. 

깔끔. 

이분과 상담하면서 제일 좋았던 것은 내가 원한다면 카니발 차량으로 골목 도로주행과 주차를 두 시간 정도 연수를 해주시겠다는 것이었다. 

정말 자동차 영업하시는 분들은 이런 노력, 조금만 들여주시면 엄청난 신뢰를 얻으실 것 같다! 

나는 그냥 철퍼덕 이분의 카니발 운전 연수에 목숨을 걸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그 6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이 계속 일을 하고 계신 것이 존경스럽다. 


'차박'에 대한 관심도 이야기를 했더니 이분도 다른 차량(펠리세이드)으로 차박을 이미 하고 계셨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본인도 카니발로 돌아올 것 같다고. 언제든지 차박에 대해서도 물어보라고 하셨다. 

카니발 리스 시작하면 나는 창문 가림막부터 조명 여러 개, 그리고 모닥불부터 구매할 예정이다. 

차박 브이로그 하는 사람들처럼 차 안에서 음식을 해 먹을 것 같지는 않지만, 최소한 장비는 해 놓을 참이다. 

심지어 나는 차박러들의 화장실 영상까지 꼼꼼하게 찾아보았다. 세상에는 내가 지금까지 알지 못하는 세계가 너무나, 너무나 드넓게 펼쳐져 있음에 다시 고개를 조아리게 된다. 


https://youtube.com/shorts/k350e1JQsIc?si=A7tHTtu07aj93XK2


괜히 들떠 신나는 마음으로 곰돌에게 차박 영상 보여주었더니 엄마 혼자 그렇게 차 안에서 자다가 반달가슴곰 만나면 어떡하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무조건 자연, 시골, 이런 데에서 자는 것 좋아하는데, 괜찮겠냐고.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은 우중, 설중 차박이다. 

어려서 학교 갔다 왔는데, 밖은 어두컴컴하게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엄마가 전을 부쳐준 장면이 떠오른다. 

안방에서 부엌에서 나오는 기름 냄새 맡으며 창 밖으로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서 그 아늑했던 느낌... 


예쁜 차박 브이로그도 보기만 해도 힐링되지만,  현실적인 차박 라이프를 알려주시는 우리 어머님. 

나도 남은 인생, 전국으로 이렇게 차박 다니면서 살까 싶다. 

https://youtu.be/eViuG6KXhdc?si=7vxXpicWp2qHtMMV


일단 차는 나오려면 3개월 이상은 걸릴 것 같다. 

반달가슴곰의 기습을 어떻게 막을지부터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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