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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Mar 17. 2024

내 마음은 존버중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소년원에 있는 학생과 편지를 주고받는 일을 한다. 

그동안 편지를 나누었던 친구가 집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친구와 만났다. 

요즘 <내 마음은 존버중입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고 해서 쓴 편지다. 

그런데, 나한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옮겨본다. 




오늘도 힘차게 존버하고 있는 **이에게

이번 편지가 우리의 첫 만남이네. 편지 잘 받았어요.  

이렇게 멘토와 멘티로 연결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인연이라고 생각해서, 더더욱 반가워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한테 편지를 주게 된 것도, 그리고 내가 지금 **이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것도 다 수많은 과정(?)을 뚫고 닿은 연인거죠. 

여하튼 재미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계속 써볼게요. 


편지 내용 중에 ‘나를 알고 싶어서’라는 내용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나도 제일 어려운 질문이 ‘나는 누구인가’ 이거거든요. 이건 철학의 기본이라고는 하는데, 일 분, 일 초 살아내느라 바쁘고 힘들어 죽겠는데 내가 누구인지를 어떻게 안다는 걸까? 지금 내 몸, 이게 나 아닌가?

2024년의 나를 살펴보면 사실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기억도 들어있고, 그동안 운동하고 먹은 것들이 온몸에 쌓여 있고, 붙어있고...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주변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심지어는 평가까지 하는지... 완벽하게는 몰라도 알죠. 


제일 중요한 것은 지난 과거가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나는 새롭게 만들어져 갈 거라는 것 같아요.  지금의 ‘나’를 제일 잘 돌봐줘야 할 사람은 바로 **이 자신이에요. 

15년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수많은 일이 있었을 거잖아요. 그 기억들이 누구나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죠. 또 어떤 조각조각 시간들은 다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좋았을 거고. 

살면서 제일 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그걸 못해서 손해를 제일 많이 본 것이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거였어요. 


지금이야 어른이 됐고, 내가 나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해주냐, 엄마 아빠도 이건 완벽하게 채워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게 되었지만요. 이렇게 알게 되는 것까지 엄청나게 긴 시간이 걸렸고, 실천하기도 어려웠죠. 

그래도 지금 그냥 모르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한 번 더 알고 지나가는 것이 중요하니까... 

**이가 **이 자신을 많이 사랑해주셔야 해요. 

‘자기혐오’ 들죠. 나도 내가 너무너무 싫고 창피해서 마음이 너덜너덜 거릴 때도 있거든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 알죠? 

사실, 저는 이 노래 너무 책임 없는 노래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사랑받으려고 태어난 건 아는데, 세상 밖으로 태어났으면 당당하게 사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은 너무 잘 아는데... 이렇게 덜렁 세상에 태어는 났는데, 받는 사랑의 양이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아주 가끔 기분 다운됐을 때에는 이 노래 ‘사랑받기 위해’라는 가사에 소외감도 느낀 적도 있었죠.


그래서 더더욱 그 생각을 해봐요. 

나를 사랑해야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첫 번째로 나라고. 

그래서 오늘은 **이에게 이 이야기, 너무 뻔한 이야기인데도 꼭 해주고 싶었어요. 


오늘도 존나게 버티고 있는 우리들. 다음 편지 올 때까지 나도 존버하고 있을게요. ^^ 

그럼 잘 있어요. 건강하게!!!


이 친구들이 살면서 많이 느꼈을 것 같은 감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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