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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Mar 23. 2024

'통영'하는 중입니다.

통영 2박 3일 여행기 

봄이면 통영이지.

통영에 왔다. 제목을 왜 유치하고도 찬란하게 '통영한다'고 동사로 썼냐면, 그저 통영에 오면 내가 동사가 되어 부활하는 느낌이 들어서다. 목포, 산청, 고성, 제주(특히 2-3시 방향) 등 유난히 내가 사랑하는 곳이 있는데, 통영은 메달권 안에 들지 않으면 서운하다.

아무래도 통영은 내 간절함이 곳곳에 묻어있는 곳이어서 그럴 것이다.


글을 쓰기 시작해서 드라마가 너무너무 쓰고 싶을 때, 산양에 있는 박경리 선생의 묘소에 매년 가서 넙죽 엎드렸었다. 제발 나 드라마 쓰게 해 달라고. 공모전 내면 붙게 해 달라고. 몇 년 전 함께 왔던 딸이 엄마는 뭘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를 하냐고 묻기까지 했었다. 뒷모습이 너무 애절해서 사진 찍어 놓으려다 말았다며.

그랬더니, 한 3-4년 만에 정말 말도 안 되는 경로를 통해서 지금의 제작사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고, 거의 5년째 파트너가 되어 작품도 함께 하고 있다. 

우연인지 아닌지, 이상하게 책 내기 전 원고 마감도 꼭 통영에서 했었다. 아무래도 봄, 가을에 통영에 오는데 계절적인 사이클과 원고 마감 사이클이 맞아떨어져서 그럴 수도 있겠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았는데, 나의 본격 전국 팔도 먹방 에세이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의 에필로그에도 '통영 앞바다에서' 라며 다분히 문청스러운 공간감을 뽐내기도 했다(흐흐)

그래서 통영에 오면 어디 유명한 곳, 뷰 좋은 곳 관광 떠나기 전 꼭 2-3시간 자리 잡고 앉아서 일을 한다.





그리고, 빠짐없이 박경리 선생의 묘소에 들른다. 솔직히 이번 통영행에는 박경리 선생께는 인사드리는  코스를 뺄까 했는데, 저 위 문단을 쓰면서 마음을 다시 먹었다. 이번에도 '당연히' 들러서 * '기침하셨습니까' 여쭙기로.


*'기침하셨습니까'의 뜻을 혹시나 해서 다시 찾아봤다.
起寢. '베개 침'자를 사용해서 베개에서 일어나다, 즉 잠자리에서 일어나셨냐는 문안 인사이다. 간혹 아침에 일어나서 특히 할아버지들이 에헴~ 코올록! 하고 가래를 뱉어내는 것부터 일과를 시작하는 것 때문에 그 기침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서 굳이 글의 맥을 끊어 가면서 까지 이렇게 각주를 달아봤다.


서울에서 통영까지는 차로 5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인 지라 아침 일찍 떠나야 첫날 하루를 건질 수 있다.

어제는 오전에 딸네 집 배관 청소가 있어서 그거 보고 오느라고 어두컴컴해져서야 도착했다.

게다가 통영까지 혼자 운전하는 것, 그전에는 뚝딱 거뜬했는데 어제는 체력 방전.

어떤 분이 숙소 근처의 아주 좋은 혼술집을 소개해주셨는데, 걸어서 10분인데 그것도 못 가겠는 것이다. 그리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

아아, 만사 다 귀찮다, 하면서 숙소 바로 옆의 국밥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가끔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듯이(?) 뜻밖의 동네 맛집을 발견할 때가 있어서 그 운을 따르기로 했다.

결과는...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서 사진만 보고 감지해 주시기 바란다.




한 5-6년 전부터 전국에 만두를 먹으러 다니며 에세이를 쓸 때부터 트레이닝이 된 터라 어플 사진만 봐도 이 숙소가 찐인지 아니면 사진빨인지 구분해 내는 혜안이 생겼다!

에어비앤비에 보면 호스트 한 명이 거의 기업적으로 여러 집을 구해서 돌리는 곳이 있는데, 한 번 그 호스트의 숙소에 실패했으면 꼭 기억해 놓는다. 다른 집들도 실패할 확률이 놓다. 지역까지 완전히 다른데도 호스트의 취향은 같기 때문에 나의 감각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 개인의 취향인데, 침대를 완전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침대로, 캐노피를 세워서 커튼을 치는 집은 안 간다. 물론 침대에 레이스 달린 곳도 피한다. 아무래도 몇 번의 경험이 각인되어서 세워진 내 고집인 것 같은데, 이런 침대의 커버는 잘 빨지 않는다. 매일 교체하지도 않는다.



숙소 어플 사진에 호텔 침대에서 볼 수 있는 심플하고 하이얀 침구가 보이면 대부분 실패는 없다. 참고하시길.

5만 원대 숙소치고 굉장히 깔끔하고 좋다.


그리고, 되도록 창문 밖으로 뷰가 좋으면 여행하는 기분이 두 배, 세 배로 올라간다. 돈 아낀다고 터미널 근처의 모텔, 창문도 제대로 없고, 창 열면 바로 옆 건물 뒤태가 보이는 곳 같은 데에서 묵으면 정말 집에 도로 가고 싶다. 어떻게 애써 잠을 청해 잤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면 우울해진다.



오늘 점심은 도다리 쑥국을 먹을 생각이고, 저녁에는 어제 못 갔던 혼술집 <빌레트의 부엌>에 들를 것이다.

고등어랑 전갱이회를 떠서 먹고 싶기도 한데, 내 뱃고래가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내일은 오전에 케이블카를 탄 후, 충무김밥도 잔뜩 사서 집으로 가져갈 예정이다.

통영은 여기저기 충무김밥 집이 굉장히 많은데,  나는 '이모손' 충무김밥 집을 좋아한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는 달아공원 쪽에 가서 차박 사이트를 좀 둘러보고, 또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차박의 성지라는 척포항에 가보려고 한다.


아직 본격적인 통영 여행이 시작되지 않은 터라 이리 변죽만 둥둥 울려서 죄송.

요즘은 서브웨이 가면 빵, 채소, 소스 복잡하게 내가 고르지 않더라도 그냥 꿀조합 메뉴가 있어서 '저거 주세요' 하면 된다고 한다. 여행도 어떤 똘똘한 사람 블로그 보고 그 코스 그대로 쫓아다니는 게 마음 편하다.

이번엔 제가 그 '똘똘한 사람'을 맡아보겠습니다.


이번 글에 이어 계속 소개할 예정이니 기다려 주시길.



꽃을 좋아하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워! ㅋㅋㅋㅋ




통영음악당



숙소 앞의 뭔가 신비해 보였던 건물. 창가의 저 불빛 때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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