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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May 26. 2024

박린이의 차박 실수 총정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박을 하는 까닭은...

지금까지 '제대로 차박'을 세 번째 했는데, 중간 정리를 해보면 이렇다. 차박에서 '감성' 쪼옥 빼고, 리얼만 남겨서 매운맛으로 정리해 본다. 차박이 궁금하고, 앞으로 하고 싶으신 분들께 차박 딱 세 번 해본 박린이가 저질렀던 실수 총정리!


1.

3-4월까지는 밤에 잘 때 춥다. 새벽에도 많이 춥다. 그래서 파카 꼭 챙겨가야 한다. 침낭은 굳이 두꺼운 겨울용을 사지 않고, 봄가을 용을 샀는데, 그 안에 쏙 들어가 있기만 해도 혹한기 아니면 참을 만하다. 그런데, 코가 시려서 그렇지. 그리고, 다이소에서 핫팩 몇 개 사서 터뜨리고 자면 천국이다.

5월은 정말 밤에 잘 때 쾌적하다. 적당히 따스하고, 습하지도 않은 날씨. 5월이 차박 최고의 시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야 봄부터 차박을 시작해서 그렇지, 늦가을 무렵부터는 분명히 전기요와 무시동 히터 준비해야 할 것 같다.



2.

화장실.

'포타포티'라는 브랜드의 조금 고급스러운 개인 변기를 많이 사용하시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원시적인 플라스틱 변기로 사용 중이다. 아니면 화장실이 있는 캠핑장을 위주로 도시는 분들도 많다. (특히 남자분들) 그런데, 나는 노지 캠핑을 좋아하고, 혼자 왔다 갔다 하기 싫어서 화장실을 준비했다.

게다가 '포타팩'이라는 진짜 강력한 용변분해제가 냄새고 뭐고 하나도 안 나게 해 준다. 나는 비닐을 다 뜯어서 사용했었는데, 다시 보니 비닐 뜯지 말란다.

플라스틱 통 - 검은 비닐 한 5장 꼼꼼히 깔기 - 디펜스(혹은 대형견 패드) 깔기 - 포타팩 넣기

그리고, 꽁꽁 묶고 집으로 돌아와서 우리집 화장실에서 나머지 모두 처리한다. 여기까지... ^^ (조금 부끄럽다)


3.

활동량.

차박을 하면, 숙소에 묵는 것보다 할 일이 진짜 두 배는 많아진다. 그래서 만약 요리까지 하려면 아마 '느긋함'을 연습해야 할 것이다. 나한테 제일 부족한 것이 이 '느긋함'이라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낭 개고 짐 챙기고 난리가 난다.

사실 차박, 하면 다들 떠올리는 그림이 내 차 앞에서 캠핑 테이블 펴고, 의자에 앉아 물멍, 불멍 때리는 것일 것이다. 이번에 문경에서는 저녁때 손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던 연유도 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도 그런 여유를 누리지 못했다. 물론 산책로가 진짜 환상이어서 선물처럼 받고 돌아왔지만...


이젠 2박 3일 차박 하면서 '느긋함과 여유' 연습하기가 숙제다. 그리고, 차 안에서도 충분히 핸드폰 테더링 걸어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만 연습하면 마음 편히 차박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나절 동안 음식을 만들어도 이 시간도 재미라 생각하고 하면 될 것이다. 평소에는 이 음식 하는 시간 아까워서 동동거렸는데 말이다.

실제로 어제 차박을 하고 돌아와 보니 팔에 알이 배겼다. 이 정도로 짐도 혼자 많이 들어야 하고, 허리 숙이고 좁은 공간에서 할 일도 많다. 이것 꼭 참고하시길 바란다.  나는 '근력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하기로 했다.


4.

벌레.

물가에 차 대 놓고 물멍 하기... 이것도 나의 로망이긴 했지만, 정말 미칠 듯한 벌레 공격에 절반의 성공. 지난번 횡성 차박이 바로 그 케이스였다. 앗쌀하게 바닷가면 모르겠는데, 강가에 풀까지 있어서... 그래서 다음 차박지도 자꾸 계곡이나 소나무 숲 쪽으로 보게 된다. 나는 모기 퇴치 랜턴도 준비했다. 모기 30방 물려서 응급실 실려갔다는 분 이야기 듣고... ㅋㅋㅋㅋㅋ


5.

예상치 못한 복병. 개구리.

정말 고요한 숲 속의 밤을 만끽하며 테이블 위에서 맥주 한잔 하려다가 미친 개구리의 떼 곡성으로 포기. 정말 내 사방에서 개구리 천 마리, 만 마리, 일조 마리가 꽥꽥 최선을 다해 울어재낀다. 정말.. 귀뚜라미 소리랑은 또 정서가 다르다. 개구리 놈들은 정말 통곡을 한다. 와...


6.

더위.

이건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라... 다음 달 쯤엔 무시동 에어컨도 하나 준비할 거긴 하다. 그러나, 여름 차박은 피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선배들의 말씀에 따라 그냥 포기하기로. 6월까지 열심히 차박하고, 덥고 습한 7-8월은 좀 쉬었다가 다시 9월에 재개하기로 한다.


7.

샤워.

다들 어디서 씻냐고 하시는데, 캠핑장에 가면 샤워실이 준비된 곳도 있을뿐더러 시골 마을 동네 목욕탕 찾아가는 것도 재밌다. 아니면 하루 정도 안 씻으면 좀 어떤가... ㅋㅋㅋㅋ

그래도 병원에 장기 입원하시는 분들이 많이 쓰신다는 샤워 티슈는 넉넉히 챙겨간다. 물티슈와는 다른 상쾌함이 남는다. 땀이 많거나 샤워 안 하면 찝찝해서 불편한 분들을 위한 희소식. 물 없이 사용하는 바디샤워와 샴푸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8.

버너, 식기.

처음부터 차박 컨셉을 잘 잡아서 시작하시기 바란다. 경우에 따라서 이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한두 번 해보고 너무 불편해서 차박 관두시는 분들 수두룩하다. 당근 마켓에 나온 '거의 새것', '새것과 마찬가지' 캠핑 용품들이 그 증거. 나도 아직 버너랑 코펠 준비 안 했는데, 이제 슬슬 해보려고 한다. 내 차박 스타일에는 거창한 버너 필요 없고, '구이바다' 사서 간단하게 국물 끓이고, 커피물 끓여 볼까 한다. 위에서 말한 '느긋함' 연습에는 캠핑하면서 음식해 먹는 것만 한 것 없다는 판단이었다.

아니면, 그냥 간단하게 아이스백에 물, 와인, 음료수, 치즈 같은 것을 싸 가지고 가서 식사는 그 지역 식당에서 포장으로 해결하고 쓰레기만 챙겨 돌아와도 훌륭하다. (원래 내 계획이기도 했다)


9.

아이스 박스. 아이스백.

식구가 많으면 아이스박스가 좋을 테지만, 나는 아이스백에 택배에 들어있는 아이스팩 넣어서 다닌다. 1박 2일은 물론이고, 2박까지도 거뜬하겠다. 게다가 아이스박스는 집어넣는 음식에 비해 공간을 엄청 많이 차지하는데 아이스백은 아주 요술주머니다. 이제 점점 날 더워지면, 미지근한 물, 술 마시게 되는데, 그러고 싶지 않으면 아이스백도 필수.


10.

제일 중요한 것 이야기를 안 했다.

파워뱅크.

노트북 가지고 다니는 분들에게는 필수. 한 번 살 때 충분한 대용량으로! 괜히 가슴 조마조마하시지 말고.

그리고 내가 조금 후회한 것이 요즘은 c 타입 충전 가능한 것들 많이 나오니까 꼭 그것 보고 구매하시길. 내 파워뱅크는 usb 타입, 220 v, 그리고 뭐라고 하더라 동그란 것... 그렇게 세 개만 있다.


11.

마지막으로.

나는 처음부터 얄짤없이 솔로 차박을 계획했었지만, 각자의 사정들에 따라 가족과 함께, 친구 한 명 정도와 함께 차박도 좋을 것이다. 보니까 애들 데리고 다니는 분들은 텐트 하나 더 가지고 가서 쳐 놓고 낮에는 계곡, 바다 등지에서 놀고 고기 구워 저녁 먹이고 씻겨서 텐트에서 옷 갈아입히고, 차에다가 애들 침대 아늑하게 잘 만들어서 재우시더라. 그리고 어른들은 차와 이어진 꼬리 이너텐트에서 주무시고.

나는 그래도 한 가을쯤, 벌레 무서워하는 딸은 할 수 없고, 꼬마 혜성이랑 둘이 한적한 곳에 차박 여행 한 번 가보고 싶다.


끝.


많은 도움 되셨기를 바라며...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



내가 차박 하면서 저질렀던 실수, 부족한 점은 이렇게 잘도 정리해 놓고, 가장 중요한 것은 쓰지 않았다.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박을 하는 이유다.

이렇게 불편하고, 뭔가 비효율적인 것 같은 차박 생활... 나 같이 거의 강박적으로 분초 쪼개어 살아왔던 사람이 왜 굳이 차박을 선택했는지 의아해하기도 한다. (특히 가족들) 바로 그 불편함, 추위, 더위 모두를 이겨낼 행복한 순간이 있어서 그렇다.

바로 저녁때 해가 지면 차문을 닫고 들어왔을 때의 그 아늑함. 이것은 그 어떠한 것도 비할 수가 없는 순간이고 느낌이다. 그리고, 이 안에서 홀로 조용히 술 한잔 할 때...


또 하나 행복한 순간은 푹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트렁크문을 딱 열었을 때, 그때의 공기, 햇살이 온통 훅 들어올 때다. 바로 앞에 산이 드리워져있고, 물이 찰랑거리고 윤슬이 빛나고 있다. 이런 나만의 인테리어가 어딨나!



이 순간 때문에 그렇게 짐을 싸고, 낑낑대고 들어서 차에 싣고, 수 시간을 운전해서 목적지로 간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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