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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시판 만두 비교 체험기

백이면 백만두 모두 다른 만두

by 황섬

백날 만두집만 쫓아가면 무엇하랴.

태어나서 처음으로 냉장고에 수많은 만두를 쟁여보았다. 시판 만두를 비교해보기로 한 것이다.

예전에는 도투락 만두,고향만두 정도 냉동고에 넣어 놓고 집에서 만두국을 끓여 먹거나, 라면에다가 집어 넣곤 했었는데, 이제는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시판 만두도 퀄리티가 너무나 높아지는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특히 비비고와 풀무원을 위시한 대형 업체들의 스타워즈는 물론, 전국 곳곳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던 만두집들의 만두들이 포장 시판되어 우리들의 만두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요즘에는 얇은피 만두가 대세.

내공있는 만두집에서는 찜통에서 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다 이내 가시면 그 사이로 얇디 얇은 만두피로 만두소가 다 비칠만큼 투명한 만두들이 신령님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신비하기까지 하다.




이번에는 김치만두만을 비교해 본다.

당연히 나의 개인적인 입맛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갸우뚱하실 수도 있으실 터이다.

참여한 만두 브랜드는 총 7개다.

처음에는 다섯 개 정도만 비교를 하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추천해 주신 만두 두 개를 더 얹어보았다.

당연히 일곱 개 브랜드의 만두를 찌고, 반으로 갈라서 먹어보고, 기록하고 하다보니 나중에는 그 기록지도 정신없이 얼레 벌레 쓰레기통에 버리는 바람에, 기억에 헛갈리는 만두들은 다시 한두알 씩 쪄서 먹어보기도 했다.




1. 풀무원 얇은 피 꽉찬 속 김치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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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평소에 늘 쟁여두고 먹던 만두다.

마트가면 진짜 지겹게 듣는 '얄피얄피얄피얄피' 만두가 바로 이 풀무원 얇은피 만두.

주로 만두를 쪄서 커피랑 같이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찜에도 좋고, 만두국에 넣어도 손색이 없다.

워낙 피가 얇아서 만두소와 떨어지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풀무원 김치만두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안에 깍두기 무 같은 것이 잘게 들어가서 아삭아삭한 식감을 내준다는 것.

그리고, 매콤함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김치 만두는 매워라! 더 매워라! 하는 취향이어서 좋아하는 만두였다.

이번에 비교 시식하면서 알게 된 바는 풀무원 김치만두에 두부맛이 강하게 나서 놀랐다는 것.

전에는 몰랐는데, 이번에 한입 움푹 배어 무니 두부맛이 훅! 끼쳤다.

만두에 두부 넣는 것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착한 만두다.



2. 비비고 수제만둣집 김치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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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mm 만두피'를 내세운 비비고 김치만두.

만두 빚음새도 복주머니 같은 모양새다. 만두 공장 동영상을 보니 (당연한 노릇이지만) 기계가 빚는 거던데 어쩜 이렇게 브랜드마다 상품마다 다 다른지 신기하다.

요즘 한섬만두(정말 먹어보고 소 안에 목이 버섯 들어간 크라쓰!! 깜짝 놀랐다) 를 비롯해서 만두 업계의 퀄리티를 확 높여주고 있는 비비고. CJ 푸드빌의 글로벌 한식브랜드인 것은 잘 아실 터.

한입 베어무니 참기름과 후추가 아주 적절하게 들어간 진한맛의 김치소가 느껴진다. 심지어 여기에 고추장 넣은 거 아닐까 할 정도의 걸죽함까지 함께 한다.

풀무원이 무로 아삭함에 승부를 걸었다면, 비비고는 어마어마한 배추양으로 식감을 높인다.

지금 사진에도 보이는 파란 배춧잎 보시라.

비비고 또한 찐만두에도 좋고, 만두국, 만두 라면 등 국물 요리에도 좋겠다.




3. 곰곰 얇은피 김치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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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자체 브랜드, 곰곰식품의 김치만두를 주문해봤다.

곰곰에서 쌀도 나오고, 각종 만두에 시리얼, 도시락 등등 줄줄이 출시가 되어서 여기가 어딘가 궁금하였던 차에 곰곰 만두도 알고 보니 청아식품에서 납품을 받아 포장된 쿠팡의 PB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곰곰의 얇은피 만두는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뒷짐만두', 만두를 잘 빚은 후 사람 손 뒷짐 진 것처럼 양끝을 동그랗게 오므려 붙여놓은 모양이다.

곰곰 만두맛의 특징은 시골만두! 한입 먹으면 '어? 시골맛 나네!' 하는 생각이 든다.

만두소에 된장이 섞였나 할 정도의 살짝 발효된 맛, 쿰쿰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짠 음식을 엄청 잘 먹는 편인 내 입맛에도 살짝 짜게 느껴질 정도이다. 떡국이랑 먹으면 참 좋겠다.

아무래도 오늘 집에 돌아가서 뽀오얀 국물에 쿰쿰한 곰곰만두 넣어서, 난데 없이 시즌성 음식인 떡국을 끓여봐야겠다.



4. 명인만두 잎새 김치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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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만두는 나에게는 대흥역 명인만두로 각인되어 있다.

그 전에는 김밥천국과 같은 무대포의 메뉴 수, 가성비로 승부하는 분식집 정도로 알고 있었다.

물론 맞는 이야기이다. 대흥역에 있는 명인만두에는 알바 아주머니가 2-3분이 돌아가면서 일을 하셨는데, 그렇게 아침부터 싸우셨다. 둘이서 나머지 한 명 험담을 하기도 하고, 왜 야채 안 썰어놨냐고 푸념하시기도 하고...

그런데 내가 왜 아침부터 이분들 싸우는 소리를 자주 들었느냐 하면 바로 만두, 김치만두 때문이었다.

내 삶에 '프랜차이즈 공장만두 뭐가 맛있겠어' 라는 선입견을 일시에 걷어버린 만두가 바로 명인만두였다.

아침에 출근 전 명인만두 집에 와서 찐 김치만두 한판을 먹으면 전날 과히 마셨던 술기운이 날아가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만두로 해장이라...


일단 그때의 맛을 과연 시판만두에서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포옥 쪄봤다.

명인만두는 1976년에 부산에서 시작되어서 2대째 내려온 기업이다. 14년 전부터(라고는 하지만 기록년도가 분명치 않아 더 오래 되었을 듯) 프랜차이즈로 곳곳에 뿌리를 내려서 명인만두집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 듯 하다.

특히 불맛이 나는 '갈비만두'를 히트시킨 브랜드이기도 하고.


과연, 명인만두는 명인이었다.

아침마다 내 속을 가라앉혀 주었던 그 매콤함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리고, 갈비만두를 간판으로 한 만두집인만큼 김치만두에서도 약간의 갈비향과 같은 풍부함이 느껴진다.

만두피는 아주 쫄깃한 편이다. 얄피만두 정도로, 베어물면 만두소랑 바로 입에서 섞여버리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쫄깃한 식감이 좋았다.

명인만두 분식점에 가면 쫄면이나 떡볶이랑 조합해서 드시는 분들 유튜브들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5. 익선동 창화당 김치참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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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익선동에 있는 핫플레이스 창화당의 만두가 드디어 이렇게 포장만두로 개발되어 나왔다.

'만두 잘하는 집'을 캐치 프레이즈로 건 곳이다.

나는 창화당은 가본 적은 없다. 워낙 줄 서서 먹는 유명한 곳은 일부러 잘 안 가주는 청개구리 정신이 있어서...

그런데, 만두맛은 아주 궁금했다. 어떤 매력이 그렇게 사람들을 줄 세워 대기를 시키는 것일까.

먹어본 결과는...

창화당 만두는 모양새도 그렇고 찐만두로 먹기에는 무리가 있다.

필히 구워서 겉바속촉을 만들어 먹는 것이 좋겠다.

워낙 단맛을 좋아하지 않고, 모든 음식에 설탕을 거의 넣지 않고 조리하는 나는 창화당 만두가 무척 달게 느껴졌다. 이 단맛은 꼭 설탕이 아니더라도 양파에서도 나올 수 있는 맛이다.

그리고, 이름이 김치만두인데도, 매운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매운맛을 잘 못드시고,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분들은 창화당 만두와 궁합이 잘 맞으실 듯 하다.




이렇게 다섯 가지의 만두만을 비교 시식해보려 했는데, 주변에서 강력 추천한 두 개의 브랜드 만두를 추가했다.

- 동원. 내 입맛에는 동원이 비비고 이겼음.

- 어? 오뚜기가 빠졌네요.

그래서 냉동고가 아주 꽉찼는데도 또 큰맘 먹고 한 봉다리씩 골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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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동원 개성 얇은피 김치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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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 F&B의 만두는 이번에 처음 먹어본 것 같다.

워낙에 펭수까지 섭외해서 참치 라인 개발에 열을 올리는 곳이라 동원 하면 참치, 샘표 하면 간장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원 김치 만두.

식감 최고다. 다른 분 블로그에 보면 이 안에 짠지인지, 무가 들어가서 식감이 좋다는 평이 있는데, 나는 아무리 뒤져 먹어봐도 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어제 사무실에서 작업하다가 말고 진짜 무가 들었나 싶어서 집에 가서 다시 쪄보고 확인했다.



8.jpg 비비고, 풀무원, 동원 만두. 가운데 동그란 공간이 생긴 것이 동원.


아무래도 풀무원 얇은피 만두 안에 들어있는 무랑 헛갈리신 것이 아닌가 한다.

동원의 식감은 또한 강력한 배추양에서 나온다.

굉장히 칼칼하고, 깔끔하고, 맛있게 맵다.

그래서 만두소에 청양고추가 있나 하고 숟가락으로 뒤져봤을 정도이다.

동원 김치만두의 또 하나의 특징은 만두피가 굉장히 쫀쫀하다는 것이다. 에어 프라이어나 만두국, 찐만두 모두 해봐도 쉬이 터지지는 않겠다.



7. 오뚜기 XO 굴림만두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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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는 얇은피 스타워즈에서 살짝 벗어나 프리미엄 브랜드 XO로 굴림만두를 내놓았다.

굴림만두는 만두소를 동그랗게 완자처럼 만들어서 만두피를 따로 감싸지 않고 밀가루에 굴려 전 부치듯 달걀 흰자를 살짝 묻혀서 삶아 만든 만두다.

두꺼운 만두피가 싫어서 만두소만 쏘옥 빼 먹는 바람에 매번 엄마한테 등짝 맞는 분들이 계시다면 아마도 이런 굴림만두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굴림만두는 만두소로 진검승부를 봐야하는데, 오뚜기의 김치만두속은 무난했다. 사실 지금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평이했다. 아마도 내가 짜고 매운 맛을 즐겨서 그럴 수도 있겠다.

김치만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고기만두스러운 맛이니, 아무래도 풍부한 고기만두의 식감을 기대하시는 분들께는 만족스러운 만두가 될 것이다.



이렇게 시판 만두 여행을 마쳤다.

블로그나 유튜브 가보면 만두 먹방도 많고, 정보도 수두룩하다.

내 글도 그 중에 하나인 셈인데, 그저 내 끊임 없는 만두 사랑에 정보를 가미해서 올려본 것이다. 나로서도 입맛을 살릴 수 있는, 내 입맛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유독 마트 냉동고 만두코너 앞 선택장애가 있으신 분들께 이 글이 떠올라 도움이 된다면 나로서는 대만족이겠다.

오랜 세월 서민들의 만두 식사를 해결해 주었던 해태제과의 고향만두가 빠졌는데, 미안하다.

만두 시식을 하는 동안 입가심에 도움을 주었던 단무지에게도 감사.

역시 만두에는 김치보다는 단무지가 제격이다.


단무지.jpg 베테랑 칼국수의 단무지


끝으로 만두 공장에서는 만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다 함께 영상을 보면서 오늘의 브런치를 마무리해본다.

(Feat. 비비고 왕교자)


https://youtu.be/NC1TUOCFC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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