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팅데이
<광주도 가맥집이 있다>
예술가 모자를 쓴 할아부지 셋, 아줌마 두 분이 정겨운 술자리를 가지고 있다. 키가 작은 한 할아버지 에헴 자리에서 일어나시는데….
- 나는 이자 자리 털고 가부라야…
- 살펴 가쇼~
- 잉~
할아부지 나가고 난 뒤 주인아주머니 왈
- 내 눈은 못 속이지. 우리 할아버지 연애하셔. 내 눈은 절대 못 속여. 얼마 안 됐어.
- 우와 !!! 머여? 지금 똘맹이 애인 만나러 가분거? (별명인가 보다. 똘맹)
- 이 나이에 혼자 살아불마 머하겄소. 머리털 다 빠져부러 대머리 까지게 돈이나 벌믄 먼 재미래.
- 그래도 마지막 불꽃은 태우게 납둬.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라앙~~~
- 아따 뒤로 넘어가불겄네~
- 크으~ 그토록 사랑했건만 사랑을 알 수 없어요오~
- 아 웃겨부네이~
- 내가 젊어 여자 환장했다니까. 모든 게 여자중심이었다니까. 세월이 흘러간 뒤에~ 따리라 라라리라라라~
- 남자들은 나이 들어불먼서 유교 사상 때매 이게 여자 말을 안 들어요~ 안 들리는 그야~
- 똘맹이 몇 살이래.
- 팔십 서인가…
- 멋있는 분이여. 그 연세에 술 한잔 드시면서 농담하시면서 여담 하시면서… 애인하고… 멋있는 분이셔.
- 멋있을라믄 잘해야 멋있지.
- 먼소리당가.
- 당신은 모르실 거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사랑 얘기와 사랑 노래의 카오스….
17일 차 식단 중이오나 어찌 광주까지 와서 술을 안 마셔야?
<내 인생이 서러운 스무 가지 이유>
** 보육원(광주 아님. 4시간 다시 차 몰고 옴) 중고생 친구들의 글쓰기 교실 두 번째 시간. 어른도 애들도 숙제를 내드리면 안 해오는 경우가 많아서 꼭 플랜 B를 준비한다.
지난주 숙제는 ‘내 인생이 서러운 스무 가지 이유’였다. 내가 낸 아이디어는 아니고, 다른 글쓰기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이렇게 좋은 글감이 없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아이들 21명 중 수많은 아이들이 숙제를 해온 거다!!! 아이들 다 교실에서 나가고 한 장 한 장 읽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 애들 속이 어찌나 깊고 맑은지… 계곡물 같다.
한 명, 한 명 다 답장을 써줄 생각이다. 예쁜 색깔 펜으로…
자꾸 강의 중에 선생님이…라는 말 대신 엄마가… 이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서 참느라 혼났는데 오늘은 결국 “엄마가…!”가 발사했다.
애들이 깔깔대고 웃는다. ㅎㅎㅎ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