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던가, 정말 용기 내어 회사를 그만 두고 한겨레 출판 편집 과정에 등록했다. 그때 나는 보험사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하면 할수록 뭔가 영혼이 축나는 듯한 느낌, 쌓여가는 빚...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나는 영업에는 영 흥미와 소질이 없음을 알고, 8년 만에 손을 털고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겨레 편집 과정을 다니면서 살면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 하면 이렇게 행복하다는 것을 느껴봤다.
그때를 시작으로 한겨레 컬럼니스트 과정, 맛 컬럼니스트 과정, 번역가 과정에 이어 심지어 드라마 스쿨, 영화 시나리오 작가 과정, 또 영화 시나리오 작가 과정... 정말 대한민국에 글쟁이가 될 수 있는 온갖 과정이란 과정은 모두 섭렵하며 없는 살림에 기천만원은 수업료로 냈던 것 같다.
- 재주 많은 원숭이 한 우물 못 판다고, 언니가 딱이네. 이젠 배우지만 말고 좀 쓰지.
과연 재주많은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인지 혹은 한우물을 못 파는 것인지 모르지만 얄미운 아는 동생 녀석의 일갈에 충격을 받았다. 벌써 8년 전 일이다.
작년 글 다르고, 올해 글 또 다르다. 아주 가끔은 오? 내가 이런 글도 썼어? 하는 주옥같은 피스가 나오기도 하지만 늘 글은 부끄럽다. 글이 늘은 건지 뭐가 단련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히 배운 것은 이것이다.
쓰면 쓸수록 글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8년 전에 만약 내가 책을 냈다고 하면... 글을 내 줄 출판사 인맥도 없었지만, 정말 끔찍하다. 흑역사가 되든, 재앙이든 뭐 하나 사달이 났을 것이다. 모래사장에 집 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테니. 스스로 글 잘 쓴다고 생각하는 관종이 왜 나를 못 알아보고, 내 책은 안 내주는 거냐고 입이 댓발 나와서 툴툴대던 시절이다. 진심으로 부끄럽다.
지금도 이 책이 나무 낭비는 아닐까 매일매일이 조심스럽고, 부끄럽고, 걱정되는데...
시나리오 쓰고 있네
책 제목은 영화 타짜에서 고니가 아귀에게 이를 악물며 내뱉는 대사다. 실은 뒤에 시나리오 쓰고 있네, 이 미친 xx가...까지가 한 세트고. 그동안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듣고 야, 소설 쓰냐? 시나리오 쓰는 거지?란 말 참 많이 들어왔는데, 아주 딱인 제목을 편집자 분께서 뽑아주신 것이다. 먼저 내가 나를 쉴드 치고 시작하고 싶었다. 어. 나 지금 시나리오 쓰고 있어.
여하튼 지난 주에 따끈따끈한 에세이가 새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브런치 구독자들에게는 처음 말씀드리는 바.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나의 이야기도 많은 이들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
한 영화 평론가님께서 리스트 줄테니 한 번 영화 쪽 분들에게 책 보내두라고 해서 어제 한참 바빴다.
책 포장 다 했는데, 헉! 명함을 안 집어 넣어서 다시 다 뜯고 모두 재포장!! 그래도 즐거운 마음이었다. 연락이 어느 곳 한 군데라도 오지 않는다 하여도, 그것은 그 제작사 복이겠거니... 오히려 내가 의기소침하지는 않으려고 다짐하고 있다.
목차는 이렇게 꾸려봤다. 글 넣었다 뺐다, 제목 넣었다 바꿨다 수많은 과정을 거쳤더랬다.
그중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을 다시는 못 먹게 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그 글을 뺀 것 되게 아쉽기도 하고, 잘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고... 아직도 이렇다.
<목 차>
추천사_ 황서미의 글, 웃지 않을 수가 없다!
프롤로그_ Respect you, 니가 뭘 하든 간에
제 1장. 콜 미 바이 유어 네임_사랑 그 몹쓸……
그대 이름은 하객 알바
너의 당당함을 영원히 사랑할 수 없었어
사랑, 그 거룩한 저항
도쿄에서 길을 잃다 -소피 칼의 『시린 아픔』을 읽으며
곰신 오브 레전드
부부의 세계-작은 옹녀 비긴즈
제 2장. 혐오스런 황서미의 일생
놓쳐버린 아들의 소년기
침묵은 가장 끔찍한 아우성이라는 것을
나를 절대로 때리지 말라
여자, 의문의 1패
완벽한 타인
제 3장. 시스터 액트_수녀원에 있다가 나오셨다구요?
첫날, 예수님이 남자라서 그나마 버틸 만했습니다
에덴동산에 헬게이트 열렸네
수녀원을 박차고 나오심을 묵상합시다
제 4장. 내일을 향해 쏴라
탈모는 병이 아닙니다 -카피라이터
퀸가로 살아남는 법 -면세점 에이전시 직원
수상한 고객들-보험설계사
왜 이래, 나 치킨 대학 나온 여자야 -프랜차이즈 닭 회사 수퍼바이저
휴먼, 나는 야설 교정 알파고입니다
나, 너희한테 말 시켜도 되니? -생과일 주스 가게 알바
널 사랑하지 않아. 너도 알고 있겠지만 -영어 유치원 선생님
도대체 작가는 언제 되는 건가요?
제 5장. 굿’바이_이승 to 저승 익스프레스
『술통』 장승욱 님을 기리며
멋쟁이 105호 아주머니의 라일락엔딩
너 생각하며 썼어, 임마 -풋사랑을 기억하며
자택에서 숨 쉰 채 발견
할매가 니 굶기지는 않으신단다
미혼모는 없어, 엄마일 뿐이지
대신 울어주는 여자, 곡비
꿈의 궁전으로 오세요 -시인을 기리며
제 6장. 미스 리틀 선샤인_콩가루 가족의 여행길
엄마와 딸, 이인삼각 인생 달리기
그냥 엄마가 주는 대로 먹어라
아들 만두, 지구별에 놀러온 아이
가자, 장미 목욕탕으로
엄마가 아이에게 이슬이 내릴 때
에필로그_ 나를 자극해준 여러분께 감사 _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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