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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동 미로시장 계란만두

방탄 지민이 사랑한 만두

by 황섬

나는 방탄 소년단은 샤이니나 슈퍼 주니어 좋아했듯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딱 한 명의 멤버에게는 늘 눈길이 간다. 바로 댄스의 신, 지민! 나보다 한참은 어린, 아들뻘인 친구지만 아, 왜 이리 섹시한 것인가. 연예인 성형으로 하나같이 벼린 콧날이 참 재미 없었는데, 지민의 콧날은 그야말로 한옥의 지붕선 같이 우아하다. (욕 얻어 먹으려나? 나는 그 선이 너무 아름다운데 말이지)

지민의 고향이 부산 금정구란다. 부산하면 또 추억이 서린 곳인데... 20년 전 내가 스물 다섯 새색시 였을 때 시댁이 반송이었다. 반송. 윗반송.

반송은 부산에서 좀 가난한 동네로 손꼽혔었다. 그때 결혼식 마치고, 신혼여행 갔다와서 부산에 갔는데... 세상에 동네 어르신들이 '서울 며느리' 내려왔다고 웅성웅성 모여서 먼발치서 보고 가시곤 했다. ㅎㅎㅎ 참 정겨운 기억이...

여하튼 지민의 고향이 부산인지라 지민이 다닌 학교나 자주 갔던 가게들도 팬들은 성지순례처럼 다니곤 하나 보더라.

그 성지 중 하나가 바로 오늘 소개할 서동의 미로시장 안에 있는 계란만두집 '맛나 분식'이다.



지난 여름, 부산에 2박 3일 잡고 만두를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하루에 늘 계란 후라이 4-5개는 먹고 사는 자인지라 계란 만두를 판다는 맛나 분식을 코스에 안 넣을 수 없었다. 게다가 지민이 강추하는 곳이라는 데 안 갈 수 없지! 팬들이 성지순례를 하는 이유는 바로 지민의 발걸음과 손길이 닿는 그 곳을 같이 걷고 어루만지는 것만으로도 감격이어서 아닐까. 나 또한 팬심 발동.

전철역 서동역에 내려서 시장통을 따라 올라가는 데 참 재미났다. 어디를 가든 시장 구경은 늘 흥미롭다. 사람 사는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으니까. 사람들이 뭘 먹는지, 또 뭘 입는지... 그 유명했던 '도미조림'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 가끔 철 돼서 병어라도 나오면 '병어는 코가 제일 맛있어' 하면서 코를 슥 썰어서 쫄깃쫄깃 씹어 먹는 우리 곁의 가까운 사람들 말이다.


와. 서울은 반찬 3 가지에 기본 만 원인데, 여기는 오천 원이다. 반 값이네.


이렇게 눈호강을 하면서 천천히 만나 분식에 당도하였다. 사람들이 밖에 웅성웅성 줄을 서 있다. 자리가 있나 안에 봤더니 없네. 아.... 게다가, 현금만 가능하단다.

카드리더기 좀 놓으시지, 더워 죽겠네... 이 생각이야 들었지만, 지금 아주머니, 아저씨, 따님까지 분주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니 지금 카드가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은행을 찾으러 되돌아갔다.


참고로 맛나 분식의 업무 분장은 다음과 같다.

> 음식: 어머님

> 주문 받기, 음식 서빙 및 돈 계산: 따님

> 면류 조리 및 손님 나가시면 테이블 치우기: 아버님


엄청나게 분주한 만나분식 현장


다시 와보니 아직도 이것저것 포장하러 온 사람들, 가게에서 먹고 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이들 쎄쎄쎄 하는 모습이 정겹다


다행이 한 자리가 나서 자리잡고 앉았다. 포스기 따위는 없고, 종이를 주면 여기에다가 뭐 먹을지 적으면 된다. 나는 김밥과 만두,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 두 개를 적었다.



메뉴판 보고 깜짝 놀랐다. 국수 2000원, 라면 2500원, 그리고 김밥 1000원...
지금 이 자리에서 37년 째 영업을 하고 계신다는데, 그러면 내가 열 살때... 그때부터 가격 몇 번 올리지 않으신듯 하다. 내가 열 살 때 라면은 500원이었을까? 중학교 때 그렇게 학교 끝나고 만두라면을 먹어댔는데 그때 얼마 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드디어 나온 음식들. 음식에서도 딱 보면 아주머니의 분주한 손길이 느껴진다. 비주얼 따위는 지금 신경 쓸 시간 없다. 그런데, 나는 저 김밥, 그 바쁜 와중에도 참기름 칠해서 전해주신 천 원 짜리 김밥이 그렇게 정겹다. 아마 음식 솜씨 없는 우리 엄마가 김밥을 말면 저런 모양이 나올텐데... 그래도 저리 부실해보이는 김밥이 은근 집에서 싼 김밥만이 내는 반전미를 가져다 준다고. 여기서 미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맛 미味다.


오늘의 주인공 계란 만두.

백종원 씨은 유튜브에서 한국 만두가 중국만두랑 다른 이유를 '당면'으로 들었다. 우리나라 만두는 당면이 들어가유. 당면이 들어가지 않으면 참 재미가 없지. 대신, 중국 만두는 고기를 잔뜩 넣어 엄청 치대고, 물을 넣어 반죽을 해서라도 육즙을 낸다. 하지만 우리는 육즙에 목숨 걸지는 않는다. 육즙은 그냥 중국인들한테 잘좀 봐달라고 맡기면 되는 걸... 우리나라 곳곳에서 훌륭한 중국식 만두를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밀가루 반죽으로 만두소를 꼭 감싸야 하는가. 그것도 또 만두를 정의하는데에 중요한 포인트겠다만, 밀가루에 슬슬 굴려서 삶아내는 굴림 만두도 있고, 음식의 형태 따위! 음식에 대한 배움이 짧은 탓인가, 그저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정성 느껴지고, 먹을 때 즐겁고, 돈 내고 나가면서 흡족하게 나가면 그만이겠다 싶다. 만두의 형태, 딤섬, 포자, 교자... 복잡하다. 내게는...

일단 우리 맛나 분식 운영진이 이 음식의 이름을 37년 전 '계란 만두'로 붙인 이유는 바로 당면 때문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처음에는 동그랗게 부쳐서 반으로 접어 반달 모양이 되었으니 만두 모양이라 더더욱 그런 것이지 않나 싶다.




기다리는 동안 계란 만두 만드는 과정을 양해를 구하고 찍었다. 정말 분주 그 자체. 아주머니가 백미터 달리기 뛰시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입 꾹 다물고 계란 만두를 만드신다.

계란 물에 불린 당면과 각종 야채를 넣고 슥슥 버무린 후 기름을 두르고 팬에다가 지지신다. 그리고 반으로 접어서 바로 접시에 내면 끝. 그것이 계란만두다.



오전 11시부터 밤 8시까지 '연중무휴' 영업한다고 붙여놨던데, 지금 이리 바쁘신 것을 보니 이 집 식구분들 어쩌나 싶었다. 그래서 나가면서 이렇게 바빠서 어째요. 했더니 따님이 종달새 목소리로 지금 점심때라 바빠서 그런 거지 중간중간 쉴 수도 있다고 말씀해 주신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계속 포장이니 홀 손님이니 끊이지 않아서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겠다 싶다. 37년 이골들이 나신지라 오히려 일 안 하면 병 나는 어르신들일 수도 있고.


부산에 가면 '양가 손만두'와 함께 또 한 번 가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떡볶이랑 김밥하고 계란 만두 쓰리 콤보를 먹어보고야 말겠다. 내가 이 곳을 방문한 날은 만두집을 세 군데나 다녔던 지라 배가 많이 불렀었다.



과연 이 공간에서 지민은 어느 자리에 앉아서 계란 만두를 먹었을까.

나는 들어가자마자 오른쪽 끝자리에 앉았었는데...


부산의 서동 미로시장에 들어가서 계속 직진하다가 아마 한 번 오른쪽인가, 왼쪽으로 꺾어서 들어갔던 듯 해요.
네이버 지도나 구글 도움 받으시길.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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