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감정 이야기
1.
원로 배우 고두심하고 지현우가 찍은 '빛나는 순간'이라는 영화도 그렇고, 아까 추천받은 영화 '골드 디거'도 그렇고...
60대 할머니와 30대의 남성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라고 한다. 아직 못 봤다. 둘 다.
2.
가끔은 나한테도 이런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고 설레기도 한다.
서른 살 밑이면 지금 고등학생, 기껏 올려봐야 대학생인데... 땀 뻘뻘 흘리면서 농구공 들고가는 남자애가 참 멋있다는 생각 가끔 들기도 하니...
3.
얼마 전에 어떤 페친분이 스무 살 남자애랑 어플로 만났던 이야기를 보고 몹시 재밌었던 적이 있다.
만나 보니까 애가 조빱인데, 여자랑은 어떻게 해보고 싶고, 앞밤바 퀄은 안 따르고... 그렇다고 순진하지도 않고 촌스러운, 말하자면 '새싹 씨발놈'이었다는 결론.
4.
근데 이런 케이스 말고, '더 리더' 같은, 좀 애틋한 사랑, 그런 건 현실엔 없을까?
아직까지 '애틋' 찾고 자빠진 것을 보면 아직 내가 덜떨어진 것일 수도.
그래도 여전히 영화 '더 리더'에서 호호 백발 할머니로 감옥에 갇혀 있는 할머니, 예전에 소년에게 여자를 가르쳐주었던 이 할머니가 이미 중년이 된 남자를 슬픈 눈빛으로 그러나 웃음을 잃지 않고 부르던 말, Hey, kiddo! 그 장면 너무 찡하다.
5.
여전히 사랑의 정수는 라면 끓이려고 물 올릴 때가 가장 설레는 것과 같다.
라면 다 먹고 나서 시뻘건 국물 개수대에 버릴 때 밀려오는 후회를 계속 감당 할 수 있다면 계속 물 올리는 것이지.
6 .
지금 이거 어장 관리용이나 '나 외로워요' 포스팅은 아니다. 누구랑 이제는 사랑할 용기도 없고, 5번 같이 그냥 라면 물 끓이듯 설렐 자유는 있으므로.
그리고, 아닌 척 하면서 특정 인물을 지칭해서 나한테 들어와보려면 들어와! 이것도 아니다.
7.
마음이 왜 늦가을, 벼 다 베고 난 뒤의 논 같은 것일까. ㅎㅎㅎ
남은 인생, 평균대로 간다고 하면 이제 40년 정도 더 남았는데, 더 이상 사랑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섭섭하고, 반대로 평화스럽고, 묘한 느낌이다.
여행을 할 때 최고의 기분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라내고 난 다음부터 누릴 수 있었다.
8.
불금이다.
사랑하세요.
*** 사진은...
영화 '더 리더'에 나오는 장면들.
글을 읽지 못하는 여자를 위하여 남자가 책을 읽어주고...
실제로 남자배우는 정사씬을 찍기에는 너무 어렸던지라 성년이 될 때까지 감독이 기다렸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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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김은하, 윤나눌, 외 16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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