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 생각하다

웹툰 '나빌레라' 감상기

by 최촉촉


인터넷 좀 해본 사람이라면

이짤 본 적 있을 거다


여기 너무나 늦어보이는 하나의 도전이 있다

70세가 곧 되는 69세, 살아온 날이 살날보다 많을

그 나이에 그는

늙음의 무게에 당당히 외친다

나빌레라 1화중

심덕출, 그는 발레를 배우려 한다.

70세 노인의 이야기. 웹툰 '나빌레라'다.

http://webtoon.daum.net/link/view/LikeButterfly


웹툰을 읽게 된 건 공허함 때문이었다

퇴근하고 나면 기운이 빠져 텔레비전만 붙들고 있었다.


공부를 하긴 싫었지만 뭔가 생산성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퇴근길에 충동적으로 연극잡지를 샀다

침대에 누워 독자의 편지까지 꼼꼼히 읽고있는데..

그 마지막 즈음에 웹툰 추천이 있었다.


'나빌레라'


무료한 금요일 밤, 난 정주행을 시작했다.

부모님이 잠든 열한시쯤엔 울음이 터졌고,

지금까지 연재된 내용까지 었을땐 오열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발레를?' 이라는 생소한 주제와 발레의 선과 예쁜 몸이 잘 보이는 그림이 좋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채록이를 비롯한 발레단 사람들, 남사스럽다 타박해도 남편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아내, 모범생 꼰대 첫째 아들과 자유로운 둘째 아들 같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뿐 아니라

카메라를 좋아했던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할머니나 채록이를 괴롭히는 양아치들 같은 주변인물들까지

각자 인물마다 현실적이지만 전형적이지 않고, 개성이 살아 있어서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흔든 건 심덕출의 꿈이었다.


나빌레라 11화중(실제는 아니고 상상씬이다)


심덕출 할아버지가 발레단 연습 모습을 보며

자신이 발레를 하는 모습을 상상할 때 나도 눈물이 고였다.


왜냐면... 그냥 내가 보였다


난 연극을 보러가면,

끝난 후 (가능할 경우) 그 무대에 올라가본다.

신시컴퍼니의 햄릿이 끝나고 관객들이 무대를 통과할 수있었다.

비록 불꺼지고 텅빈 관객석이지만

조명 아래 관객앞에서 연기하는 나상상한다.


그렇다.

나는 취미 동호회를 하고 있는 아마추어 배우이다.


심덕출 할아버지는 자신이 가족을 꾸려가며 우편공무원으로 최선의 삶을 살았

어릴 때, 자신의 꿈을 70대 다되서야 발산했다.

그에 비하면 20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취미를 즐기는 나는 행복한 것인가?


그런데..

요샌 마냥 즐거운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동호회에서 한 단원 언니가 했던 말이 있다

"난 지금 남편이 있고, 다 큰 아들이 있고 번듯한 직장도 있어.
어딜가도 남들보다 못한다는 소리 안들었고, 인정 받았었어.
그런데 그게 하고 싶어 미치겠고, 열정을 불사를 일이 없었어.
그런 일을 찾는다면 지금 나이에도 모든 걸 버리고 싶어."

난 공감했다. 그리고 문득,

그러나 좀 심각하게 그 열정을 불사를 일이 연극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분과 또래인 회사 팀장님께 그 언니의 생각을 들려준 적이 있었다.

"그럼 결혼하지 말았어야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있지."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딸로서, 친구로서 등등

우리에겐 사회적 책임과 굴레가 씌인다.

무모한 도전을 해도 용인되기보단

대부분 적당한 때(時)도 있고, 상황도 있다.


생각해보면 심덕출 할아버지가 채록이를 아끼고 부러워하는 것은 오롯이 꿈을 위해 쓸 수 있는 재능과 젊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원 언니의 말에 끌렸지만 꿈으로만 가기엔..

내 재능과 열정도 믿지 못하고, 사회적 눈초리를 이겨낼 자신도 없다. 내가 늦었는가?


나빌레라를 보고 울었지만..

이 글을 쓰면서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 박명수의 명언을 곰곰히 되짚었다.

중요포인트는 본인이 늦었다 "생각"하는 것이다.

역으로 늦었다 "생각"지 않는다면 그건 언제든 가능하단 것 아닐까?

심덕출은 늙은것을 인정했지만,

늦었다 생각진 않았다.


심덕출 할아버지는 나에게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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