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출근길, 이른 시간인데도 차가 많아 지하 7층 주차장까지 내려가야 했다. 무사히 빈 곳에 주차는 했지만 왠지 사무실에 들어가긴 싫어서 차 안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냥 멍~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켜서 이것저것 유머 게시글을 기웃거리는데, 눈에 띈 트윗이 있었다.
2017년 글이 다시 왜 떴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내 마음이나, 사람들 마음이나 또옥~같다. 비슷한 결로 회사 정전, 회사 가기 싫은 발걸음 등의 내용을 보며 한참 공감하다가 결국 차에서 내려서 무거운 마음으로 사무실에 올라왔다. 직장인의 2대 허언 중 하나가 '퇴사'라지만 월요일 아침엔 그 진정성이 올라간다. 나도 이제 직장 7년 차인 만큼 월요일에 익숙해질 만한데, 월요병은 매주 나를 찾아온다.
첫째 잠을 깊이 못 잔다
대부분의 직장인처럼 나도 평일에 잠을 많이 못 자고, 주말에 몰아서 자곤 한다. 그러다 보니 토, 일 낮잠을 많이 자긴 하지만, 그렇게 많이 자는 건 아니다. 문제는 잠이 드는 시간은 평소랑 비슷하지만, 너무 자주 깨서 잠의 질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좌 : 3월21일 수면기록/우 : 3월 8일 수면기록 위는 삼성 헬스에 기록된 내 수면 기록이다. 심지어 어제는 친구가 하는 주말 농장을 도와주고 8시부터 뻗어서 잠의 양이 많은데도, 너무 자주 깨서 잔 것 같지 않았다. 두 번째 기록은 지지난주 월요일의 기록인데 겨우 2시간밖에 못 잤다. 비록 저 날은 좀 심하게 못 잔 편이긴 하지만, 평소에도 내일 출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잠들면 새벽에 세네 번 잠에서 깨게 된다. 꿈도 계속 꾼다. 나는 회사 꿈을 많이 꾸는 편인데, 꼰대와 일하는 꿈을 꾸고 나면 하루에 일 두 번 하는 느낌이다.
두 번째 간식을 참을 수 없다.
나는 아침에 운동을 한다. 격한 운동은 아니고 보통 요가나 필라테스, 스트레칭 같은 정적인 운동으로 잠을 깨운다. 그런데 아침을 먹고 운동을 하는데도, 특히 월요일 아침에는 운동 후 달달한 주전부리가 당긴다. 물론 출근 전 커피는 직장인의 생명수다. 그래서 다른 날은 커피 정도면 만족하는데, 월요일은 다르다. "내가 출근까지 했는데 이것도 못 먹어?!" 하는 보상심리가 머릿속을 지배한다. 결국 뭔가를 사 먹곤 한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말은 늘 하지만... 이런 티끌들이 쌓여서 내 배의 태산이 되었다.
지난 3월 15일 월요일의 사진... 결국 마카롱을 사먹었다 세 번째 월요일 오전에는 딴짓을 한다.
그렇게 겨우겨우 출근을 하면 아침에 몸은 회사에 앉아 있어도 영혼은 딴 곳을 떠다니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오전 시간을 다이어리를 펴고 이것저것 확인하거나, 업무 이메일을 확인하는 척 마우스를 클릭한다. 실상은 스마트폰으로 온갖 커뮤니티 게시물을 훑고 있다. 나만 그렇다고 보기엔.. 우리 사무실 대부분 조용하다. 회의에 들어가는 몇 명을 제외하고, 사무실에는 문서를 작성하는 키보드 소리가 아니라 마우스 소리만 가득하다.
실제로 내 업무 특성상 업무전화가 많은 편인데, 월요일 아침에는 통화를 웬만하면 걸지도 않고 실제로 많이 걸려 오지도 않는 편이다. 아마 월요일 아침엔 서로 전화 걸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나서야 본격적인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이런 월요병은 나만 겪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포털 사이트에 월요병을 치면 꽤나 많은 기사와 블로그 글이 쏟아진다. 물론 월요병 자체가 등재된 의학 병명은 아니지만 대략 아래와 같은 정의를 지닌다.
월요일마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끼는 증상을 '월요병'이라고 합니다. 휴일에는 장거리 여행이나 늦은 음주, 영화감상 등 평소보다 늦은 시간까지 활동하는 경우가 늘어남으로써 평상시의 생활리듬이 쉽게 깨질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월요일, 현업에 복귀했을 때 육체적 피로를 느끼게 되고 매일 되풀이되는 지루한 일상과 지나친 스트레스, 업무 중압감이 더해져 정신적 피로까지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월요병 완벽 타파! (삼성서울병원 건강상식) 중
이렇게 정의가 있을 정도로 월요병이란 실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고, 한국뿐만 아니라 monday blues, monday syndrome 등 영어 단어도 있는 세계적인 증상이라 많은 이들이 해결책을 고민한다. 대표적인 해결책은 '월요일을 평소보다 일찍 시작해서 계획을 세워라.' '내 정신건강에 대해서 계속 파악하라', '월요일 아침을 활기차게 운동을 해라.' '균형 잡힌 아침 식단을 해라' 등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해결책은 아래 캡처에 나와있다.
가장 공감이 갔던 해결책은 '월요일은 그냥 힘들다는 것을 받아드린다' 였다. 솔직히 월요일이 문제가 아니다. 일월을 쉬고 화요일이 출근인 사람에겐 화요병이 생길 것이다. 즉, 그냥 출근해서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스트레스다. 한편으론 그럼에도 화요병은 없는 것은 대부분 하루 정도만 적응을 하면 버틸 수 있는 정도의 힘듦이기 때문이다. 그 힘듦이 누적되지만 않게 관리하는 것, 그게 직장인의 지혜일 것이다. (물론 극심한 스트레스로 출근이 매일 힘들다면 그건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해봐야 한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 지인 중 하나는 이번 학기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런데 얼굴이 피곤해 보이기도 하고, 모임에서도 아무 말 없이 있길래 힘드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피곤하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다만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꽤나 에너지 소비가 커서, 가만히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산다는 것이다. 조금 신기했다. 나라면 새로운 대학원에서 만난 사람들, 통학하면서 보게 된 수많은 인간군상과 그에 따른 피로, 수많은 과제 등등 너무나 이야기할 게 많을텐데...
그렇다.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다시 에너지가 쌓인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얘기를 하면서 머릿속이 정리가 된다. 그래서 주말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친구들, 회사 동기들한테 카톡을 하다 보면 월요일 오전이 끝나있다. 또 어느샌가 출근했다는 불만이 적어지면서 그냥 새로운 활력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먼-데이 에세이를 굳이 월요일로 잡은 것도 어감상 좋기도 했지만, 시작만으로도 지친 월요일에 대놓고 이야기할 구석을 찾은 내 무의식일 수도 있겠다. 그러고보면 월요병은 난치이긴 하지만 불치는 아닌 듯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월요병 완벽 타파! (삼성서울병원 건강상식)
먼- 데이 에세이란?
'먼'데이마다 애'먼' 사람들에게 글을 뿌리는, '먼'가 할 말 많은 사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