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나 영화를 좋아하지만,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다. 긴 호흡의 스토리에 질려하기도 하고, 극장에서나 집중하지, 집에서는 다른 자극(특히 스마트폰)에 눈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3년 만에 매주 드라마를 기다리며 보고 있다. tvn 드라마 토일 드라마 <빈센조> 다.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
이탈리아에서 온 콘실리에리는 내 마음뿐만 아니라 한국의 여심을 뒤흔들고 있다. 16화가 끝난 현재, 꾸준하게 10% 내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넷플릭스에서는 한국과 일본 모두 시청순위 1위를 차지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시작하기 전부터 기대작이었다. '열혈사제', '김과장'으로 널리 알려진 박재범 작가의 사회 풍자가 녹아있는 유쾌한 글빨과 '돈꽃'과 '왕이 된 남자'에서 증명된 김희원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은 시작하기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게다가 송중기, 전여빈, 옥택연이라는 보기만 해도 마음 따뜻해지는(?) 얼굴의 주연들, 그리고 김여진, 곽동연, 유재명 등 매력적인 조연은 인물관계도부터 관심을 모았다.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것 없다지만, 빈센조는 기대만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주, 조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개성 강한 금가프라자 사람들을 맛깔나게 살리는 양경원, 임철수 등 배우들의 호연, 조금은 억지스럽지만 판타지에 가까울 정도로 속 시원하게 대기업과 권력을 비웃는 사회풍자 이야기, 그리고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과 액션의 박진감을 살리는 카메라 연출, 매회 출연하는 특별출연까지 여러 요소가 잘 어우러져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극의 인기 요소는 단연 빈센조, 송중기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송중기의 송중기에 의한, 송중기를 위한 극이다. 배우로서 송중기는 잘생긴 이목구비에 하얗고 깨끗한 피부, 모난데 없는 균형 잡힌 신체를 가지고 있어, 외모적으로 뛰어나다. 또한 목소리도 지나치게 높거나 부담스럽게 저음도 아니다. 신뢰감가는 중저음의 톤으로 정확하게 대사를 전달한다. 어렸을 때 운동선수를 했던 터라 몸 움직임도 기민하다. 게다가 데뷔 전 성대 훈남으로 주목받았던 것처럼 지적인 면모 역시 그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이다.
'빈센조'는 그가 가진 장점들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마피아 콘실리에리'라는 마피아 변호사라는 생소한 직업이지만 그가 가진 목소리와 지적인 풍모가 신뢰감을 준다. 그리고 악을 처단할 때는 발군의 액션으로 서넛을 손쉽고, 깔끔하게 처리한다. 무엇보다 늘 정장을 입고 깔끔한 외모로 나오는 그는 드라마 내에서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호감을 주고, 심지어 미남계가 주요 사건 해결책으로 쓰이기도 한다.
화제를 모았던 승마 씬
그러나 무엇보다 그에게 가장 좋은 것은 눈이다. 배우에게 눈이 좋다, 눈빛이 좋다는 칭찬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 그리고 몇몇 배우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눈빛이 좋다는 것은 단순히 미간을 찌푸리거나 눈을 크게 떠서 동공이 동그랗게 보인다는 의미가 아니다. 유명한 연극 연출가 박근형 씨는 '사람의 생각은 눈에서 나온다'라고 했다. 실제로 많은 배우들이나 연기 서적에서 표현력은 '눈'에 달려있다고 한다. 눈이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것이다. 전문 연기자가 아닌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 입에서 나오는 대사 전달이나 표정으로 드러내는 모양이 연기이고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위 발연기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아예 목석같아서라기 보단 그렇게 보이려고 하는 어색한 연기 때문에 더욱 이상하게 보일 때가 많다. 오히려 연기 서적들은 자신을 이완하고 그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표현을 쓴다. 즉, 배우가 그 상황 안에서 그 사건을 진실이라고 믿고 연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것이다. 믿고 있다면 그때 그 배우에게 그 상황은 진실이 된다. 그리고 눈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송중기는 분명히 말도 잘하고, 몸도 잘 쓰는 인물이지만, 그는 자신의 눈빛만으로도 그가 믿는 세계를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남자였고
자신을 버렸기에 미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던 사정을 알고는 더 애틋해진 아들이었고
그 친모의 죽음을 알고, 분노하여 눈이 돌아버린 아들이었다.
모두 특별한 대사는 없었지만 그의 눈빛에 시청자들은 빈센조라는 인물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함께 느꼈다. 그런 힘을 가진 배우들이 많지는 않다. 원래도 서늘한 눈빛과 출중한 연기력을 가진 그였지만, 더욱더 단단해진 그의 눈빛은 빈센조라는 송중기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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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실.... 오늘 글은... 다음 주 빈센조 결방에 한스러워하는 팬의 소심한 빈센조 영업 글이다. 너무 잔인하고 죽음이 많다는 점, 그리고 얘기가 조금 억지스럽게 이어진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송중기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아직 못 본 분이 있다면 다음 주 결방을 기회로 따라잡아 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