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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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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촉촉 May 31. 2021

한 주간 내가 먹은 것

먼-데이 에세이 21. 슈가 프리 주간 2

5월 24일 DAY1.

아침 : 그래놀라, 두유, 닭가슴살 함박스테이크, 사과, 올리브 4알

점심 : 중국집 우삼겹 덮밥

저녁 : 삼겹살, 밥 반 그릇, 방울토마토 10개

지난주 노빵, 노 디저트를 외치며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솔직히 아침부터 삐그덕거렸다. 아침에 그래놀라를 먹었기 때문이다. 포스트 그래놀라는 "벌꿀을 넣어 똘똘 뭉친" 그래놀라이고, 게다가 두유는 무가당이 아니라 달달한 두유였다. 그래도 먼데이 에세이를 완성하기 전이었으니까 하고 변명했다. 그리고 곧바로 쿠팡으로 무가당 두유도 시켰다. 점심과 저녁은 당을 대신해 기름과 단백질로 배를 채웠다. 중간중간 간식이 없으니 영 허전한 하루였다.


5월 25일 DAY2

아침 : 체다치즈 1장, 토마토, 올리브 4알, 닭가슴살 큐브, 무첨가 두유

간식 : 아메리카노

점심 : 리코타 치즈 샐러드, 카페라테

저녁 : 연어초밥

즐겨가는 샐러드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를 시키면 빵이 4조각이 나오는데 빼 달라고 부탁드렸다. 물론 나머지만 먹어도 배부르긴 하다. 근데 아쉬웠다. 엄청

이 날 오후 3시 32분 다이어리에 입이 심심해라는 낙서가 남아있다. 저녁때는 참을 수 없는 허기를 느끼고 연어초밥 세트를 사 먹었지만, 마지막 양심으로 세트로 구성되어 나오는 우동은 안 먹었다. (근데.. 다음날부터.. 밀가루의 폭격이...)


5월 26일 DAY3

아침 : 문어 삶은 거 조금, 달걀프라이, 사과 1개

간식 : 아메리카노

점심 : 만두 떡국 1그릇

간식 : 아메리카노

저녁 : 훈제 닭 반마리, 토마토 1개, 체다치즈 1장, 두부 1/4

 사실 처음의 원대한 계획은 평소 먹는 음식에서도 밀가루와 설탕을 제외하고 먹는 것이었다. (일주어터님의 정제탄수화물 안 먹기 다이어트 https://www.youtube.com/watch?v=3lk6oWFt1ps 영상처럼)

 그래서 아침에 달걀프라이를 먹으며 설탕을 줄여보고자 참기름에 소금을 찍어 먹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렇게 적응하나 싶었는데 점심은 만두 떡국...... 대리 나부랭이는 차장님이 가자는 곳에 가야 한다. 근데 투덜투덜거리면서 엄청 잘 먹었다. 맛있게 한 그릇 뚝딱하니, 현타가 오더니 정제탄수화물까진 욕심 내지 말고 빵과 디저트만 먹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저녁은 닭고기를 먹었다. 단 것을 안 먹는 대신에 양이 늘었다. 그래서 부른 배를 토닥이며 일찍 잠이 들었다.


5월 27일 DAY4

아침 : 닭가슴살 함박, 사과, 두유

간식 : 블랙 다이몬 라테

점심 : 사내식당 백반

저녁 : 샐러드, 한입 고구마, 두유

어제 일찍 잠들었음에도 유독 깨기 힘들었다. 날씨 탓일 수도 있지만, 한 300% 직장에 출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이럴 때 직장인들의 포션, 커피를 사 먹었다. 특히 돈을 쓴 게 아니라 커피빈 퍼플카드로 꼬박꼬박 적립해서 받은 무료쿠폰을 사용했다. 원래 가장 비싸고 달달한 블랙 포레스트 블렌디드를 사 먹는 게 국룰이건만, 오늘은 설탕, 휘핑이 없는 가장 비싼 음료 '블랙 다이몬 카페라테'를 시켰다. 배부르다. 배부른데, 아쉽다. 사실 이렇게 출근하기 싫을 때 달달한 마카롱 하나가 특효약인데 라는 생각을 했다.


5월 28일 DAY5

아침 : 현미밥, 파전, 소고기 등

점심 : 카페 마마스 리코타 치즈 샐러드, 모차렐라 토마토 파니니

저녁 : 하이볼, 구운 치킨

연차였다. 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무너졌다. 뭐, 변명을 하자면 임신한 친구가 먼저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파니니가 유명한 카페 마마스에 가자고 했다. 내가 먹고 싶은 것도, 그냥 친구가 먹고 싶은 것도 아니라 '뱃속 아가가 있는 친구'가 먹고 싶다는 데 어떻게 딴 것을 먹자고 하겠는가. 근데.. 오랜만(!)에 먹어본 빵은 정말 맛있었다. 정말 입의 즐거움이었다. 물론 상황을 아는 내 다른 친구는.. 리코타 치즈 "샐러드"만 먹으면 되지 않겠냐고 했지만 빵이 눈앞에 있는 데 멈추는 건 득도한 스님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5월 29일 DAY6

아침 : 카레, 현미밥, 토마토 달걀 볶음 등

점심 : 바나나

저녁 : 주꾸미 삼겹살, 볶음밥

어제의 과식 이후로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의지는 한없이 약하다. 게다가 연극 연습을 하느라 아점으로 때운 끼니로 인한 허기는, 저녁때 폭발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나는 수다를 떨면서도 끝까지 숟가락을 놓지 않았다. 그나마 스스로 대견한 점은 연극 연습할 때, 친구가 먹는 오레오에 눈독을 들이지 않았다는 점과 주꾸미 삼겹살 세트에 포함된 사이다를 조금도 먹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냥 무심코 입에 넣을 수 있는 단 것들이 참 많다.



5월 30일 DAY7

아침 : 현미밥, 스팸, 계란

점심 : 짜파게티

저녁 : 후라이드 치킨, 뿌링클 치즈볼

드디어 마지막 날이었다. 일주일간 배부르게 먹다 보니, 단 것을 참는 게 엄청 힘들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스타벅스 유리 창안의 케이크들은 영롱했다. 일요일 오후 3시 여유로운 카페 안에서 책을 읽으며 커피와 케이크. 너무나 말이 되는 조합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겨우 일주일인데...라는 생각으로 참았다. 또 유리창 속 내 옆모습이 묘하게 배가 들어간 것 같기도 했다. 아메리카노만 연신 들이키다 집에 와서 무게를 재보니 결과적으로 몸무게는 더 늘어나 있었다. 열 받아서 치킨을 시켜먹었다.


총평

사실 일주어터님 처럼 정제탄수화물을 다 줄이고, 일반 한식 안에 있는 설탕이나 감미료도 조절했다면 이번 일주일이 엄청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몸무게도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설탕과 빵, 그리고 액상과당 음료만 겨우 조절한 한 주였다.

편으론 먹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들, 그리고 직장 스트레스의 주요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없어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 나는 너무나 습관적으로 단 것을 찾고 있던 것 같다. 또 비록 몸무게는 티가 안 나지만 내 위장 상태나 운동할 때의 컨디션, 평소 느끼는 피로도가 덜했다. 지난주에 비해 달라진 건 설탕 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오늘(월요일) 아침 회사에서 너무 긴장되는 일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초콜릿은 가장 빠르고 쉽게 찾은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그런데 그 스트레스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단 초콜릿을 먹는 순간 내가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단 것을 즐기는 상태가 아니라, 중독된 상태였단 것을 느꼈다. 나를 옥죄는 억압을 하나 투둑 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꽤나 자주 달콤한 악마의 유혹에 넘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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