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핑이 잔뜩 올라간 프라푸치노, 캐러멜 마카롱, 크림치즈 케이크, 민트 초코 크림이 잔뜩 들어간 도넛, 월드콘, 초콜릿 등 지난주에 내가 먹은 단 음식들이다.
금 토 사진만 있는데도 벌써 세장.
사실 고백하자면 내가 이렇게 단 것을 많이 먹고 있다고 느끼지 못했다. 출근하기 전에 '아 출근하려면 단 걸 먹어야 해' 하면서 마카롱을 사 먹었고, 오후 4시 회사 업무에 지쳐갈 때 책상 위의 카카오 82% 두세 알을 먹었다. 회사가 끝나고 연극 보러 보러 가기 전에 저녁을 때우기 위해 들어간 카페에서 '저녁 대신에 이 정도는 괜찮지.' 하면서 도넛을 샀다. 모아놓고 보니 거의 매일매일 단 것을 입에 달고 살았다. 말로는 다이어트한다고 했지만 나는 정말 행복하게 탄수화물을 즐겼다. 지금의 통통한 몸매도 단 것때문이다. 어렸을 때의 나는 삐쩍 말랐었는데, 그땐 과자나 단 음식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되어서 초콜릿, 특히 트윅스에 빠져 1~2년 동안 15킬로 정도가 쪘다. 대학 가면 빠진다던 그 살은 오히려 찌기만 했고, 맨날 앉아있는 사무직이 돼서는 최고 기록을 매년 갱신 중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더더욱 단 것에 대한 욕구를 참지 못하고 있다. 내가 참지 못하게 된 건 아마 SNS와 유튜브의 영향이 크다. 온라인에서는 정말 과~하게 단 것을 많이 먹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사람들은 당뇨 걱정도 안 되는지 매일매일 크림 가득한 빵, 초콜릿 케이크 등등 보기만 해도 이가 시릴 만큼 단 디저트 음식을 먹는다. 그런데 그런 걸 보다 보면 몰랐던 디저트나 신상품에 대해 알게 되고, 처음엔 대리만족을 위해 본다고 했지만, 그 욕구가 점점 강해져서 결국 단 음식들을 구매한다. 정신 차려 보면 "내가 행복하려고 돈 벌지. 인생 뭐 있나" 입가에 크림을 한 가득 묻히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단순히 습관적, 충동적이라고 보기엔, 진짜 당땡기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실제로 단 음식을 먹는 것이 사람의 스트레스의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당류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로토닌을 분비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코티솔이 감소하게 한다. 또한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활동도 설탕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설탕 같은 단당류는 다른 어떤 영양소보다도 빠르게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어서 급격한 체력 저하나 저혈당이 왔을 때는 꼭 필요한 영양소이기도 하다. 물론 이 좋은 영향은 모두 "적당히" 먹을 때 좋은 것이다. 설탕은 마약처럼 중독되기도 한다. 설탕 중독 sugar addiction 은 실제로 의학적으로도 사용되는 말이다. 설탕은 신경중추에 영향을 줘서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지만, 이후 체내 혈당이 떨어짐에 따라 급격히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증가하게 한다. 그런데 이게 내성이 있어서 마약처럼 점점 더 많은 양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더 이상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설탕에 대한 위험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당뇨의 원인이기도 하고, 고지혈증, 고혈압을 부르는 비만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과도한 설탕은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기억력을 감소시키고, 심혈관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며, 여성들의 경우에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악화시켜 월경주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고 한다
나는 현재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규칙적으로 아침, 점심, 저녁을 잘 챙겨 먹는다. 이전에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꽤 많았지만 최근 1 ~ 2년 사이에는 1주에 한 번 정도 가족 또는 혼자 가볍게 맥주 한두 캔을 마시는 정도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배달음식이 늘기도 했고, 빵이나 디저트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다이어트는 한다고 했지만 뱃살이 더 많이 늘었다. 그럼에도 늘 먹는 것은 조절하기 싫다는 생각에, 또 항상 먹을 것 앞에서 눈이 돌아가서 식이의 중요성을 무시해왔었다.
그러다 얼마 전 허리디스크를 호되게 앓으면서 코어 근육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마른 팔다리에 비해 참치 저리 가라 하는 뱃살이 허리에도 무리를 주고, 코어 근육 기르는 데도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내 뱃살의 근원을 찾다 보니 단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역시 단 거는 danger 였다.
그래서 5월 24일부터 5월 30일까지 딱 일주일만 시행해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슈가 프리 주간 - NO 빵, NO 디저트. 내용은 이렇다. 7일간 빵과 디저트, 단 음료를 먹지 않는다. 물론 이외에도 밖에서 사 먹는 식당 음식들 대부분에 지나치게 설탕이 많이 들어있긴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모든 것을 제한하기엔 한계가 있어서 최대한 의식적으로 안먹는 정도로 조절하기로 했다. 그리고 매일매일 식단일기를 쓰고, 중간중간 단 게 정말 당길 때 그 심정을 다이어리에 기록해보기로 했다. 내 평소 의지력을 보면.... 다음 주 글이 처절한 자기반성과 자괴감 덩어리의 글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한 번쯤 내가 얼마나 설탕에 의지하고 있었는지 깨닫는 주간을 갖는 것 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과연 나는 이번 한 주를 잘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