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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덕텐트 Jun 05. 2022

세 달 일해보니 세상을 깨달았다

(입사 3달차 신입사원의 주저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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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를 한지 3달이 지났다. 3달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정신없고, 이룬 것도 전혀 없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정신없이 치이고 고달팠던 시간만큼 3달이라는 시간은 나란 사람을 몇 배로 더욱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내가 다룰 이야기들은 실패와 관련된 것들이다. 계획과 흐름을 중요시하고 나만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겼던 내가 어떠한 벽에 부딪혔고, 어떤 좌절들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는지를 다루기로 한다.






처음으로 내가 졸업과 동시에 취업, 입사를 결정했을 때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다.



-계획에 차질이 발생.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취득 실패와 이에 따른 사회복지계 취업의 제동 발생)


-최소 1년의 공백 기간이 발생하였고, 위 기한 동안 생계 및 재정비의 필요성이 有


-전공이 아닌 타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하고픈 마음 ↑


-돈




무엇보다 계획이 틀어졌는데, 돈도 벌어야하고, 졸업은 해버려서 도망칠 곳이 없었다는 것이 졸업과 동시에 구직에 나서고, 입사를 하게 된 이유였다.



운 좋게 입사를 하고, 난생 처음해보는 '구매' 직무에 발을 들였다.



처음 알게 된 세상은 정신이 없기도 하면서, 재미가 있었다



사회복지만을 알고 살아왔는데, 다른 분야에서 배워가는 것은 어렵기도 하면서 자꾸만 도전의식을 심어주었다.


때마침 일은 바빠졌고, 제시간에 일을 끝내지도, 수행했어야 하는 일들을 제대로 마치지도 못하게 했다. 실수도 잦았다. 누구보다 꼼꼼하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덜렁거리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숫자 놀이도 익숙하지 못했고, 프로세스도 익히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배워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입사를 하면서 바랬던 직장 라이프가 있었다.


-퇴근 하고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기


-풍족한 돈으로 독립에 성공하기


-몸과 마음이 더욱 성숙해지며 역량과 혜안을 키워나가기





그러나 이건 뜬구름 잡는 유토피아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내 깨달았다






(1) 퇴근 이후의 삶



이것은 존재하지가 않는다



정시 퇴근은 하늘의 별따기이며, 급작스러운 약속들도 생기기 일쑤다. 평소에는 사람 좀 만나고 밥 먹고 뭐하면 밤이 되고, 집 가면 이내 자정, 씻고 누우면 새벽


다른 짓을 할 자투리가 없다




지금쯤이면 계획상 컴활 같은 자격증 하나 따고, 꾸준히 운동해서 탄력적인 몸을 갖고 살고 있어야 하는데, 늘어난 것은 술로 쌓아올린 내 살과 밀린 서류뿐이다






(2) 독립



독립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전세로 독립을 준비하는 여자친구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함께 하면서


그거 아무나 하는 것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발품 팔며 집 보러 가는 거며, 서류며, 자금을 모으는 것까지


내게는 한참이지 멀고도 먼 이야기 같다



그럼에도 계속 도전할거다






(3) 건강



몸 건강은 물론이고, 마음 건강도 돌보지 못한다


운동할 시간은 물론이고, 병원 갈 시간까지 없다



주말도 맡은 일들이 있으니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ㅠ..





안 그래도 주말에 꽉꽉 일정들이 차 있는데, 입사를 하고 나니 알게 모르게 주말 출근(인듯 출근 아닌 출...크닉..?)이 많아졌다


내 시간을 주에 1회 이상 갖기로 했는데, 그 작은거 하나도 제대로 못 갖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퇴근 이후에만 국한되는 상황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딴짓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꿈도 못 꾸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근무를 하고 있는 시간동안 업체와 부서 그리고 우리 팀과의 커뮤니케이션, 물건 확인 및 전산 처리를 하고 나면 짬 나는 시간이 없는 것이 웃픈 현실이다. 연락은 연락대로 밀려있고, 쏟아지는 처리해야 하는 일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몸뚱아리.. 그야말로 치열 그 자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초라해진다



허겁지겁 하루하루의 순간에 얽매여서 그리고 지쳐서 다른 각도에서, 미래를, 과거를 돌아볼 여유 조차 없다


하루를 끝내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입사 초창기에 전년도 거래명세서를 모조리 스캔하고 파일로 정리해야하는 임무를 받았다



그러나 일은 쏟아졌고, 내가 해야하는 일들은 뒷전이 된 채, 팀 단위로 너무 급하고 중요한 일들을 서포트하는 것으로 내 모든 상황이 돌아갔다.


구매의 가장 기본 업무들을 숙달해야 했고, 내가 수행했어야 하는 일은 정작 나 혼자 짬이 나면, 아주 잠깐 잠깐 만지다가 퇴근 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자세하게는 글로 다 담을 수는 없는 처지라 내 인사이트로만 저장해둘 수밖에 없지만,



순간 순간마다 정신 차리지 못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팀원분들은 너무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관계적인 스트레스와 긴장은 덜 할 수 있었지만, 그 밖의 모든 것들은 내가 다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눈치껏'과 '남들만큼' 모두를 딱 맞추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눈치껏 하다보면 남들보다 눈에 띄게 되고, 남들만큼 하자고 하면, 넌씨눈과 같이 못난 사람이 되고


그게 회사 생활이다



어쩔 수 없게도 그것 역시 자기 자신의 능력이 된다



나는 전자의 입장에서 하나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를 못 했다


결국 나는 내 스스로를 더욱 피곤하게 옭아매고 있고, ENFJ의 열정은 스스로의 무덤을 자주 파곤 한다




아무튼 세 달이라는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느낌이다.



녹록치 않고, 호락하지 않은 사회는 사방에서 긴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나는 현재 내가 해야하는 일들도 제대로 하진 못하지만, 또 다른 관심들이 생겨나고 있다


정리해보자면,



---



-데이터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분석과 기획을 잘 하는 것이 근간이라고 깨달았다



-다른 배우고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엑셀과 피피티타 저절로 늘어났다



-내가 실패한 계획들을 다시 쟁취하고 싶다



---



1) 구매는 아무래도 효과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잘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아직까지 뭐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은 마이너스 수준이지만, 문득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조사를 따야하나? ㅎㅎ)(또 열정에만 앞서서 하지도 못할거..!)



2) 같은 맥락으로 분석과 기획을 잘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무턱대고 현장과 마케팅, 브랜딩,, 등등 있어보이는 단어에 매몰되어 완성되어 있는 결과물만 바라보았다면, 그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획과 분석이 모든 일에 있어 가장 핵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런데 아직은 화면만 보고 멍-하니 쳐다보기밖에 못한다.


심지어 내가 하고싶은 내 일을 할 때도, 가계부를 작성할 때도 머리가 텅텅 비어가는 게 문제긴 하다 ㅎ..



3) 또 욕심만 많아서 나온 생각이다




4) 내가 공부를 한다거나 그런건 아닌데,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나만의 속도'가 아닌 '그들의 속도'로 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웃긴 것은 퇴근하고 SNS를 보고 유튜브를 시청하려고 들어가면 내가 PPT 레퍼런스를 찾고, 엑셀 꿀팁을 찾아보고 있었다




5) 예나 지금이나 항상 머리 속에 맴도는 것은 퇴근하고의 '나'를 찾는 것이다


지금은 불가능하고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또 바램으로 남았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내용을 정리하고 올려다봐도 복잡하고 막막하다




오랜만에 글을 잡고 쓰려고 하니 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감이 잘 안 잡힌다



인사이트와 영감을 먹고 살던 내가 정신없이 푸념만을 되뇌고 있다





이제 3달 차 신입사원의 적응기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회사 생활로 들어가고 있다



더욱이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나에게도 의지하고 있는 팀분들이 느껴진다



실수를 줄이고, 정신을 차려서, 다른 사람들이 일함에 있어서 지장이 없도록 해나가는 것이 내게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더욱 일을 잘 해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다음 달의 나는 어떤 일기와 어떤 평가를 낼까?




https://blog.naver.com/chorea7991/222746223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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