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딜리트백스페이스

by변덕텐트



딜리트백스페이스


그래도 나는 꾸역꾸역 이겨갈 수 있을 겁니다.

무섭기만한 이 세상 밖에서 홀로 동떨어져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고장난지 한참 지난 Delete키만 의미없이 눌러댑니다.


Backspace로 우리의 추억을 지울 순 없지 않습니까

앞으로 밀려올 시간에 대해서만 견뎌내보렵니다.

벌서 목구멍까지 잠겨 울부짖지만

나는 마신 물을 또 마시며 삼킬 수가 있습니다.


별도 없는 어두컴컴한 방에서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꼭 별을 보러 가자면서 꺼이꺼이 울었던 지난 날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여태 별을 보지 못했던 것이 슬픈건지

앞으로 우리가 별을 보러가지 못하는 것이 더 슬픈건지

나는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냥 바보처럼 웃어야겠습니다.

어쨌든 생각이 나는건 당신의 웃음이니까,

그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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