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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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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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자르기 위해 여기 앉았습니다.
어쩌면 내 뒤에 저 분이 내 모가지를 댕강-
하고 참수할 수도 있는데
내가 아무렇지 않게 호흡을 가다듬은 까닭은
내게 어떤 기대가 남아 있다는 뜻일까요
세월을 함께하며 자신의 명이 이곳까지인 머리카락들이 좌르륵
좌르륵 잘려나갑니다.
헤어지던 날 한국말 같지도 않은 한국말을 중얼거린 나를
취기에 괜시리 죄 없던 빛들이란 빛들에게,
달이며 가로등이며, 차의 전조등이며 그런 것들에게 시비를 걸던 나를
이번엔 혼자 오게 된 그 스타벅스 안에 갇혀있던 나를
자신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그렇게 휘날리던 나를
전부 지켜봐오던 머리카락들이
이별을 고합니다. 당신처럼 틈도 주지 않고.
한 시간 남짓한 죽음의 행렬이 끝나고
모든 것들은 없어졌습니다.
내 모든 기억이 사라졌기 때문에
나는 이제 당신을 잊을 수 있을까요
그대와 함께했던 것들의 마지막이 오늘 죽었기 때문에
나는 풀려날까요
휘날립니다.
추억이 새록이 아른거렸듯이
새 것들이 이젠 그렇게 휘날립니다.
깨닫습니다.
그대는 꽃이었기 때문에
순간이 오면 피어날 것을
머리카락은 다시 피어날 것임을
그것을 닮은 모든 것들은 그 모든 것을 반복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