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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문자cho Apr 22. 2018

연후의 립서비스


우리 연후 아침부터 놀자고 언니 침대에서 몸부림을 치다가

힘찬 킥- 노트북이 날라갔고

액정이 깨졌다.

사실 연후는 아이들이 그렇듯 격렬히 뒤척였을 뿐이고, 언니가 침대에 노트북을 올려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언니는 순간 오르는 화를 꾹 참고

최대한 침착하게

“연후야, 잠시 나가봐”라고 했다.  


연후도 사람이라 불편함을 느꼈을 테다. 언니가 짜증이 확 나서 나가라고 한 것을 알았을 테다.  


노트북이 부서진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을까. 꿀 먹은 벙어리마냥 꿈뻑꿈뻑 바라보다가

터벅터벅 걸어나가더니 저 멀리 거실에서 우물우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엄마한테 노트북이 망가졌다고 이실직고하는 소리가 들린다.  


억울하단 말도 못 하고 쫓겨났으니

얼마나 놀랐을꼬.  


네 탓이 아닌 걸 알아 연후야.  


눈치를 본다.

얼마나 눈치를 보냐면

분명히 방문 밖에서 연후가 다급히 쉬 마렵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고,  

언니한테 가서 말하라는 엄마의 대꾸를 들었는데,

수십 초가 지나도 연후가 오지 않는다.  

크지도 않은 집에서

다섯 걸음이면 닿을 거린데.  

지금쯤 그 작은 방광에 얼마나 텐션이 가득할꼬.  

발가락만 곰지락거리는 그 마음이 얼마나 복잡할꼬.  


방문 앞에서 서성인다. 몸은 베베 꼰다.  

이럴 땐 언니가 딱 눈치 있게 볼일을 도와줘야 한다.


조용한 화장실 안.


문득, 연후야 누구를 제일 사랑하냐고 했더니

“언니”란다.  

“아니잖아~” 했더니 멋쩍게 웃는다.

이런 립서비스는 어디서 배웠나 싶어서  

“왜 언니라고 말했어?” 물었다.

“언니가 나를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서”라고 한다.  

“언니는 세상에서 연후를 제일 사랑해"

그랬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으응, 다 쌌어” 그런다.


나는 의기소침한 사랑 고백이라도 건네는 연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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