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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문자cho Aug 24. 2019

우리 냄새 나지?

    간혹 안 느끼하고 진짜 산뜻하게 잘생긴 중동 친구들이 있다. 학교에도 그런 애가 있었다. 이슬라마바드의 정해인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자주 그의 얼굴을 감상했다. 근데 입을 열면 약간 깨는 스타일이라, 주로 몰래 봤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한참 실없는 수다를 떨어야 했다. 얼굴은 분명 미남인데 실제로 말을 걸면 해죽해죽 웃지 않곤 한 문장도 뱉어내지 못하는 데다가 원숭이처럼 양팔과 다리가 힘없이 제멋대로 흐느적댔다. “신이 너 얼굴 그렇게 쓸 거면 반납하래". 언젠가 난 그런 말을 했다. 그랬더니 이 친구는 파키스탄 억양이 짙은 불특정 상인 말투를 따라 하면서 너 혹시 이 얼굴을 원하느냐고, 싸게 주겠다고 까불어댔다.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겸손할 줄 모르는 친구였는데, 어느 날 우린 의외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우리 파키스탄 사람들 말이야, 냄새나지?” 하굣길을 따라오던 파키스탄 정해인이 물었다.   넘게 친하게 지내며 그런 표정은 처음이었다. 내가 당황하는  초가 흘렀다. 차라리 나에게서 냄새 나냐고 묻지. 그런 질문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손사래 쳤을 테다. 아니면 표정이라도 개구쟁이 평소처럼 짓지. 그러면 조금 킁킁 대며 장난쳤을 텐데.  깃털같이 가벼웠던 너였잖아. 피해갈 수도 없고 도무지 함부로 대답할 수도 없는 류의 질문을  네가 아니잖아.


    이슬라마바드행 여객기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맡은 냄새가 있었다. 냄새는 2 검문소였다. 공항에선  심했고, 차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니  심했다. 후각은 쉽게 순응한댔는데, 아니었다. 택시 같은 밀폐 공간에서 가장 심했다. 나는  입술 사이를 살짝 벌려 숨을 쉬거나 아예 격한 들숨으로 후각을 마비시키는 방법을 쓰게됐다. 어떤 방법이든 멀미가 먼저 찾아왔다. 숙명인 줄로 알고 만성 두통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건 공공장소에서나 필요한 스킬이었지, 국민 평균 소득의  배에 이르는 학비를 감당해야 되는 국제학교에선 해당 없음이었다. 내게 부잣집 자제들과 불쾌한 냄새는 동떨어진 사항 같았다.




    “아니? .. 괜찮은데?” 한껏 높인 톤으로 대답해보았다. 나의 조심스러운 어조 때문이었는지, 미남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샤워 매일 . 그런데도 그래. 씻지 않아서가 아니야". 그는 “우리도라고 하면서 파키스탄 사람 전체를 지칭하듯 말했다. 미남 친구는  뽀송뽀송했고 냄새는커녕 땀을 흘리는 법도  없었다.  땅의 냄새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그의 화법에 나는 ' 아닌걸?'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이상했다. 학교 안과 학교 밖에서의 후각적 경험은 분명히 달랐다. 좌우지간, 내가   가장 잘생긴 중동 남자가 내가 느꼈을 신체적 반감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있었으니, 모든게 아이러니했다.


    “많은 사람들은  번도 . 나도 그렇고. 그런데도 빨리 씻지 않으면 냄새가 나는  같아서.” 그가 눈을 깜빡깜빡할 때마다 길쭉하게 뻗어 나온 속눈썹이 부채질하듯 아슬아슬하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다시 대화에 집중했을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사람들 대부분이 샤워를 하루에 꼬박  번씩 한단 말이야?” 조금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체 누가 귀찮게  번씩이나 씻을까. 그것도 매일. “물은 죄를 씻을  있어서, 많이 씻는 그런 문화가 있어. 인도에서도 목욕을 많이 하잖아. 여긴 () 많고, 열대성 기후고. 더운데, 당연한 거지.”  친구, 진지해지더니 제법 일리 있는 말도 한다.


     얘기를 들으니 머릿속에  가지 퍼즐이 들어맞춰졌다. 일단 학교 화장실. 탈의실도 없는 ‘일반화장실에, 샤워 부스가 있었다. 저건 누가 쓰냐고 물었을 , “샤워하고 싶은 사람이 쓰지라는 대답을 들었었다. 그리고 . 공중화장실은 물론, 우리 집에도, 변기마다 작은 수도꼭지와 호스로 연결된 스프레이 건이 있었다. 화장실 청소하는 용인  알았는데 아니었다. 피츠카리(pichkari, 직역하면 ‘물총‘) 불렸다. 일전에 누가 혹시   보고 휴지로만 처리하냐고 묻더니, “외국인들은 그러더라니까. 그게 닦여?  더럽지 않나? “라고 잔뜩 걱정스럽고 찝찝한 표정으로 말했었다. 그랬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유독  씻는다.




"체취는 사람마다 다른 거 같아. 넌 지금 아주 괜찮으니."

"나야 매일 아침, 하인들이 밤새 우린 자스민 물로 목욕을 하니까 그렇지. 이건 영업 비밀이니 너만 알고 있어."

미남은 어깨를 쭉 피더니 짙은 눈썹을 추켜올리며 만족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건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나를 놀릴 때 나오는.

"제발!" 본모습으로 돌아온 그를 보니 어떤 안도감에 웃음이 터졌다.

“난 데오드란트를 써.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향수를 잘 안 쓰는 거 같아. 파우더(활석가루)는 쓰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향은 특별한 날을 위한 경우일 때가 더 많지.”

“아, 그렇지. 나도 향수는 안 써.”

“하지만 매일 씻지?”

    미남은 당연한 가정을 하듯  말을 했다. 씻을 (?) 없으면 매일이 아닐 때도 있고, 씻고자 했는데 (?) 씻을 때도 있는, 그래서 휘리릭 머리만 감고 종일  사실을 은폐하는 날이  많은 나는, 너무도 청결하고 산뜻하고 자스민 향마저 나는  같은  앞에서, 멋쩍은 기분이 되었다. 매일 샤워를  번이나 하는  이렇게 겸손할 일인가.

    이번엔 지체 없이 대답했다. “당연하지!” 불성실한 비데 사용에 이어 파키스탄 친구들에게 또 다시 실망감을 안겨 줄 자신이 없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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