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의 독립출판일기 #1 - 출판 방식 7가지
“요즘 정말 다양한 출판 방식이 있는데,
그중에서 독립출판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대형서점 미팅 때 MD분이 건넨 첫 질문이었다. 독립출판 외의 방식은 고려해본 적 없던 나는, 당황함을 감추기 위해 ‘초초 출판사’의 비전을 에둘러 늘어놨다.
‘독립출판 말고 다른 방법이 또 있었다고?’
그 후 몇 달이 지난 지금. ‘초초의 독립출판일기’ 시리즈를 준비하기 위해 다양한 출판방식을 다시 제대로 비교 분석하면서, MD분의 질문을 이해하게 되었다. 오늘 일기에서 3가지의 출판방식 그리고 4가지의 독립출판 방식의 차이를 명확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책을 세상에 내는 방법은 크게 기획출판·자비출판·독립출판 세 가지다. 같은 '출판'이라는 말 아래 있지만 방식과 리스크, 자유도, 수익 구조가 모두 다르다.
우리가 서점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책은 이 방식으로 세상에 나온다. 기획출판으로 책을 내려면 내가 쓴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해서 계약을 하거나, 내가 유명해져서 출판사에서 제의가 오거나 둘 중 하나다.
작가는 글에만 집중하면 되기에 완성도가 가장 높은 방식이기도 하다. 제작·디자인·편집·홍보까지 모든 비용을 출판사가 부담한다. 다만, 출판사의 전략에 따라 내용 수정 요청이 들어오거나 책의 방향성이 조정될 수 있다. 일단 원고가 뽑히기도 어렵고, 유명해지기도 어려우니…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장점: 비용 부담이 전혀 없음. 전문가 손길을 거친 높은 완성도. 출판사의 자본을 통한 높은 판매율.
단점: 선정 과정이 까다로움. 편집 방향에 대한 간섭 가능성. 가장 낮은 인세 비율.
자비출판은 기획출판처럼 글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책을 만들려면 돈을 내야한다. “내가 글도 쓰는데 돈도 내야해?” 싶어서 거들떠 보지도 않겠지만, 독립출판의 관점에서 보면 자비출판도 나쁘지 않은 방식이다. 독립출판이 완전한 셀프 인테리어라면, 자비출판은 전문 업체의 전체 계약에 가깝다. 디자인·교정·ISBN·인쇄·유통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한 번에 해결된다.
출판사 투고가 거절되었지만 책을 꼭 내고 싶거나, 당장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 많이 추천되는 방식이다. 다만 출판사마다 작업 스타일과 완성도가 다르니 반드시 후기와 샘플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글쓰는 것 외에 모든 걸 다해주는 업체부터 디자인과 교정만 봐주는 곳, ISBN과 인쇄 유통만 해주는 업체도 있으니 자신의 시간과 돈 그리고 능력에 따라 업체를 잘 활용하길. 내가 직접 경험한 방식이 아니라 업체를 추천하긴 어렵지만, 자비출판을 고민중이던 분과 상담을 했을때 독립출판에 쓰는 비용 (인쇄비, 교정교열 외주 인건비 등) 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견적서를 잘 받아보시길!
+ 꽤 많은 독립서점이나 출판사에서 공동 집필 워크샵을 개최한다. 그러면 비용도 원고분량도 n분의 1이라서 출간하는데 부담도 없고 출판 경험도 쌓을 수 있다. (나도 알았으면 이걸 먼저 했을텐데…) 그래도 덕분에 혼자서 책 한권을 만들 줄 알게 되었으니 조만간 나도 워크샵을 기획해볼 생각이다.
장점: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기획출판보다 더 많은 인세를 가져간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확보하기 쉽다. (디자인을 아예 못 한다면)
단점: 비용이 부담된다. 독립출판보다는 자유도가 떨어진다. 홍보는 스스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퀄리티가 떨어지는 업체들이 많다.
글쓰기뿐 아니라 편집·디자인·인쇄·유통·홍보까지 전부 내 손을 거친다. 모든 결정을 내가 내릴 수 있어 만족도는 크지만, 그만큼 할 일도 많다.
이때 디자인 능력이 부족하거나 누군가 한 번 내 글을 다듬어줬으면 한다면 교정·교열, 디자인 등은 전문 프리랜서를 섭외해 맡기면 된다. 간단히 말해 셀프 인테리어를 할 때, 셀프 벽지는 내가 붙여도 화장실 타일은 전문가님을 모시는 것과 같다.
프로세스를 기준으로 독립출판 방법을 네 가지로 분류해봤다. 독립출판의 프로세스가 워낙 많아서, 외주를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자비출판과 한끗 차이가 되기도 한다.
A. 독립출판 (all) : 글쓰기 + 디자인 및 인쇄 + 사업 및 행정 + 홍보 + 전자책 제작
B. 독립출판 (독립서점만 입고) : A - 사업 및 행정 - 전자책
C. 독립출판 (POD) : A - 인쇄 - 전자책 - 독립서점
D. 독립출판 (전자책만) : A - 인쇄 - 독립서점
나는 모든 걸 다 하는 A유형을 택했고, 교정·교열만 에디터님을 섭외해 맡겼다. 앞으로 브런치 시리즈는 모든 걸 다하는 A유형을 기준으로 진행하려한다. A를 기본값으로 나머지 유형을 설명해 보겠다.
장점: 책의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모양·가격·톤 모두 자유롭다. 모든 수익은 나의 것.
단점: 글 외의 잡무가 많다. 재고 리스크도 온전히 내 몫.
A와 B의 차이는 ISBN 발급 여부다. 책 뒷면의 ISBN 바코드가 있어야 대형서점 입고가 가능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업자가 필요하다. 독립서점만 입고할거면 필요없다. 참고로, 사업자를 내기 싫은데 대형서점에 유통하고 싶다면 ISBN을 대신 발급해주는 업체들을 이용하면 된다. 부크크, 인디펍 등 다양하다.
A와 비교한 장점: 복잡한 사업 및 행정 절차 생략 가능.
A와 비교한 단점: 대형 서점 유통 불가.
A와 C의 차이는 주문형 출판(POD, Print On Demand)에 있다. 일반적인 인쇄는 수백 부를 찍어 창고에 보관하지만, POD는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인쇄한다. 인쇄 단가는 높지만 재고 리스크가 없다.
교보POD를 이용하면 교보에서만, 알라딘POD를 이용하면 알라딘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부크크라는 업체는 ISBN을 대행해주면서 다양한 서점에 POD 납품이 가능해 POD와 자비출판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한다.
A와 비교한 장점: 재고 리스크 없음. ISBN 대행을 이용하면 사업 및 행정 절차 생략 가능. 빠르게 책을 내어 시장 테스트 가능.
A와 비교한 단점: 오프라인 매대 판매 불가(직접 발주하여 독립서점 입고는 가능하나 가격 계산 필요). 판형·종이 선택 폭이 적어 디자인 다양성이 떨어짐. 대량 인쇄(옵셋)를 할 수 없어 인쇄 품질이 낮아짐.
A와 D의 차이는 종이책 과정을 생략하고 전자책만 출간하는 방식이라는 점. 사업자 없이 PDF로 제작해 개별 판매하거나 크몽 등에 올릴 수도 있다. 밀리의 서재나 교보 ebook 등에 입점하려면 epub 파일 제작 후 사업자를 내고 계약해야 한다. 따라서 전자책 마다 퀄리티 차이가 심하다.
A와 비교한 장점: 재고 리스크 없음. 가장 빠르게 제작해 시장 테스트 가능.
A와 비교한 단점: 북페어·북토크 같은 오프라인 활동 불가. 저퀄리티 전자책이 많아 시장 이미지가 좋지 않음. epub 제작을 위해 서는 HTML·CSS 지식이 필요.
- 초기 비용: 독립 A > 독립 B > 독립 C ≥ 자비 > 독립 D > 기획
- 수익 퍼센트(인세): 독립 > 자비 > 기획
- 자유도: 독립 > 자비 > 기획
- 투입해야 하는 노동 및 자본: 독립 A > B > C > D ≥ 자비 >>> 기획
그렇다면 출판을 결심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
독립출판을 선택한 걸 후회하나?
솔직히 말하자면 반반이다.
기획출판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약간의 열등감이 남아있다. 먼저, 출간 후 작가로 불릴 때마다 부끄러웠다. 기획출판을 해야 정식 작가라는 예전 패러다임이 아직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홍보와 마케팅에서 자본의 차이를 체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홍보 방법은 팔로워를 늘리는 것이었고, 그렇게 되면 역시 기획출판에서 연락이 올게 뻔했다. 즉 선후 관계가 뒤바뀐 것이다.
자비출판이나 다른 독립출판의 4가지 유형 중 A를 선택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원고 투고에 실패한 이후로는 작가가 되고싶은 마음보다는, 나의 메시지를 담을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더 컸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세우려면 출판사 이름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사업자를 내지 않는 ISBN 대행은 그게 불가능했다. 이렇게 된거, ISBN도 직접 발급해 대형서점 입고까지 경험해봤고, 북토크와 북페어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초초의 독립출판일기’ 시리즈가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각 단계별(기획, 디자인, 인쇄, 행정, 유통, 홍보) 이야기를 상세히 기록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