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를 위한, 독립출판 기획 6단계

초초의 독립출판일기 #2 - 출판기획 (기획서 작성법)

by 초초야

독립출판의 매력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는 자유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유가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죠. 잘 된 기획은 글이 더 많은 독자에게 닿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날개'입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순서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독자에게 전해지는 깊이가 달라지니까요.


이번 글에서는 독립출판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이자 출판의 첫 단계인 '기획'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저는 비전문가이고 전문 편집자 분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책의 저자이자 출판사 대표로서 경험한 것들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마지막에는 제가 만든 출간기획서 템플릿도 드리고 있으니 유용하게 사용하세요!




_- visual selection (3).png 초초의 독립출판일기 #2 - 출판기획

출판 기획의 단계는 아래 6가지로 나뉜다.

참고로, 내가 일 년 전에 썼던 기획서와 출간 후에 달라진 점을 비교하며 글을 진행하려 한다.




1. 목적 설정 — who, what, why


"사람들은 왜 책을 읽을까?"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 이유가 감정적인 이유든 실용적인 이유이든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는 건 매한 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 책을 통해 누구를 어떻게 도와줄지 생각해보자.


“내가 지금 쓰려는 이야기가, 누군가의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나의 글이 지구의 나무를 깎아가며, 데이터 센터의 전력을 소모해 가며
존재할 가치가 있는 활자 일까?”


위의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보면, 목적을 조금 더 냉철하게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1년 전에 내가 썼던 목적은 다음과 같았다.


who: 20대 중반~40대 초반, 원하는 삶을 찾고자 하는 이들

what: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방향을 찾는 것을 돕는다

why: 지금 글을 쓰지 않으면 평생 쓰지 못할 것 같아서. 지금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에게 먼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지금 보니 타겟이 다소 두루뭉술한 편이다. 그래도 방향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됐다. 그리고 이때 가제목도 함께 정하면 좋다. 나는 가제로 '초초의 여행일기'라고 정했다.




2. 컨셉 잡기 — how


목적이 방향이라면, 컨셉은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한 방법이다.


목적 : 원하는 삶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방향을 찾는 것을 돕는다

컨셉 : '누군가가 쓴 10년간의 여행일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이해한다'




3. 구성 - 책 소개글 써보기


출판이 거의 끝나갈 무렵 서점에 유통하려면 책 소개글을 써야 하는데, 이 글을 기획단계에 미리 써보면 구성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초기 구성>
10년 동안 작성해 온 여행 일기를 주제별로 분류하고, 이를 통해 여행에서 얻은 통찰과 경험을 정리한다. 책은 여행으로부터 도망친 ‘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 앞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담는다. 마지막으로 여행 중 만난 타인과의 환대의 순간을 공유하며,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일상에 적용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한다.

각 장은 주제에 맞도록 날것의 여행 일기로 구성되며, 마지막에는 해당 주제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을 지금 시점에서 서술한다. 이를 통해 독자가 자신의 모습을 더 깊이 이해하고, 여행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삶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실제 책 소개글>

"먼지로 태어난 김에, 내 맘대로 살아보지 뭐.”
스무 살 제주부터 서른 살 런던까지,
여행과 기록을 통해 찾은 삶의 가벼움 모든 삶에는 오직 그 순간에만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먼지로 태어난 김에』는 저자가 10년간 써온 여행일기 중 90일을 골라 담은 에세이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다. 방학과 휴학, 취업과 퇴사처럼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시간이 여행의 풍경과 함께 겹쳐 그려진다.

십 년의 기록 속에는 저자의 성장도 고스란히 담겼다. 투박했던 문장은 점차 섬세해지고, 바깥을 향하던 시선은 차츰 내면을 향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자의 시선 역시 넓어지는데,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 속에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낙담과 공허, 외로움과 질투 같은 감정 속에서 희망과 자유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시간들. 저자는 뻔한 위로나 조언 대신, 자기 삶을 있는 그대로 꺼내 보인다. 언제 파도가 칠지 모를 삶에서, 쉽게 잊히는 가벼움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 이 책은 저자의 다짐이자, 희망이자, 지표가 된다.

"앞으로도 수많은 실패와 상처가 찾아오겠지. 그래서 더 자주 글을 쓰려 해. 또다시 사랑을 의심하게 될 나를 위해,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서.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랄까.”




4. 목차 만들기 — 책의 설계도


목차는 책의 구조를 짜는 작업이다.

나는 처음에 주제별로 목차를 짜서 초고를 완성했는데(자기 계발서처럼), 나중에 다 엎어버렸다. 초고를 완성하고 퇴고를 마무리할 때쯤 교정교열을 받기 위해 한 지인을 통해 에디터님을 소개받았는데. 교정교열뿐 아니라 책 전체에 대한 피드백도 받았는데, 주제별 구성보다는 서사적으로 다시 나열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셨다. 목차를 뒤엎는 건 쉽지 않았지만, 초고를 쓰면서 나도 처음 목차에 끼워 맞추다 보니 억지스러워지는 게 느껴졌고, 초초야(나의 필명)의 서사가 잘 드러나고 몰입도 잘될 거라는 에디터님 의견에 공감이 되어 퇴고 교정교열 직전에 목차를 전면 수정했다.


아무튼 나도 목차를 바꿨으니, 다들 첫 목차를 짜는 데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바뀐다!



[초기 목차]

스크린샷 2025-12-09 오후 12.33.04.png 초초의 독립출판일기 #2 - 출판기획


[최종 목차]

스크린샷 2025-12-09 오후 12.35.44.png 초초의 독립출판일기 #2 - 출판기획
스크린샷 2025-12-09 오후 12.35.51.png 초초의 독립출판일기 #2 - 출판기획




5. 외형 정하기 — where, when


이건 디자인 파트에서 제대로 다룰 내용이니 너무 걱정 말고, 처음에 대략적인 기획만 해두면 글을 쓰는 데도 도움이 된다. 독자가 이 책을 어떤 장소, 어떤 순간에 펼칠까? 생각하며 판형, 종이, 페이지 수, 가격을 정하면 된다. 나는 아직 이것들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을 때라 다음과 같이 적었다. 디테일 한 부분은 많이 달라졌지만, 한 손으로 들고 읽을 수 있게 가볍게 제작하는 데는 성공했다.


스크린샷 2025-12-09 오후 12.39.24.png 초초의 독립출판일기 #2 - 출판기획





6. 톤앤매너 정하기 — 글 · 이미지 · 디자인


1) 글

먼저 글의 어투를 정한다. 존댓말도 있고 반말도 있고, 작가마다 문체도 다르다. 이건 어차피 쓰다 보면 고정되긴 하는데, 아까 잡은 컨셉에 맞게 잘 이어가면 된다. 나는 여행일기를 여행 에세이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일기의 문체를 계속 유지했다.

예시 1 : 오늘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페스티벌에 갔다.

예시 2 : 오늘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페스티벌에 갔다 왔어요.


2) 이미지

이건 뒤에 표지 디자인할 때 다시 다룰 부분인데, 현재 내가 기획한 컨셉과 목적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서 같이 정리해 보자. 핀터레스트나 Behance 같은 이미지 사이트에서 찾아 넣으면 된다. 나는 참고로 내가 찍은 사진을 넣었다.

아래와 같이 나는 미니멀한 디자인과 자연 풍경이 합쳐진 이미지를 선택했다.

스크린샷 2025-12-09 오후 12.46.37.png 초초의 독립출판일기 #2 - 출판기획


3) 디자인

디자인 톤도 중요한데, 비슷한 책의 이미지를 가져오면 좋다. 이것도 이미지 사이트에서 참고하면 된다. 나는 글로만 정리하고 끝냈다. 내지에 사진을 넣을 건지, 표지는 대략 어떤 느낌으로 할 건지 정도.


예시) 일반 에세이처럼 글만 있어서 디자인은 아직 생각이 없음. 일반 다른 여행 에세이처럼 여행 사진은 넣지 않을 예정. 표지를 최대한 미니멀하고 감각적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주제를 전달하고 싶음.




마무리하며

독립출판에서 기획은 거창한 게 아니라, 거만해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제 멋에 취해 나만 좋은 글을 쓰지 않고,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나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지요.

(소설은 좀 다른 영역인 것 같아요...)


제가 작년에 써본 기획안을 첨부드리니. 다운로드하세요!

워드 (docx)와 pdf파일 모두 있습니다.



수요일 연재